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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러들어온 돌이 박힌돌을 빼면서 남은 박힌돌의 한과 그 한의 승화

by 서지호 posted Apr 0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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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360346 서지호


동양의 소리, 역사의 소리인 서편제를 통해 한국 영화사상 가장 많은 관객을 유치한 영화인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는 감명 깊고 한이 담긴 진정한 소리를 심리적으로 이해하고 가슴으로 느끼게 해준다.

동, 서양의 자유 음악이 물결치는 요즈음 가슴으로 우러나오는 판소리를 듣게 되는데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가슴 속 요동치는 뜨거운 느낌을 받는다. 그 느낌은 무어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감동을 준다. 베토벤 음악을 천상의 소리라고 표현했는데 판소리를 동양의 천상의 소리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당한 수식어다.

서양에서 새로운 악기들이 우리나라에 등장하고 많은 사람들이 서양 음악에 매료되었을 때 유봉과 동호, 송화는 지금까지 해왔던 소리를 포기하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가서 소리로 간신히 생계를 유지해 나갔다. 그러나 동호는 이런 생활이 지치고 미래가 어두워서 아비와 송화를 버리고 도망을 갔다. 어떻게 보면 정이 없고, 냉정해 보이지만 나는 동호의 판단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생계유지가 힘들어질 것 같은 판소리에 남아 있는 것보다 어느 정도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을 가지는 것이 더 현명하다.

유봉과 송화는 동호 없이 둘이서 소리를 하면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데도 꾸준히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소리를 해 나가는 것을 보면서, 요즘 사람들도 유봉과 송화처럼 자기가 하는 일에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일이 뜻하는 대로 잘 풀리지 않더라도 끝까지 할 수 있는 끈기를 본받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왠지 석연찮은 서글픔을 주는 장면들이 곳곳에서 보여 진다. 아비가 딸에게 독약을 타서 눈을 멀게 만드는 과정과 소리꾼으로 키우기 위해 한을 만들려고 하는 의도적인 태도에서 독단적인 예술적 이기주의가 돋보였다. 그리고 예술성에 지나친 나머지 인륜의 도덕성에 어긋나는 장면들을 두려워하거나 고민하지 않고 표현하는 모습에서 작가의 잔인함이 보였다. 소리에 대한 예술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범죄를 스스럼없이 자아내야만하는 부분은 옳지 못한 감독의 생각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위 부분에서 소리란 스스로 느끼고 깨달아서 나는 소리가 진정한 소리가 아닐지 의구심이 나는 장면이었다.

딸의 의도나 생각을 무시한 부분이 있는데 아비가 눈을 멀게 해놓고 딸에게 사실을 알리는 장면은 예술세계를 고집하는 소리꾼 아버지 유봉의 잔인함에 불쌍함마저 느끼게 하는 안타까움을 더해 가는 부분이었다.

유봉은 아비 곁을 떠날까봐 송화의 눈을 멀게 했는데 아비에 대한 한이 깊지만 딸은 아비를 용서하고 풀지 못한 한을 소리에 담아 판소리를 구성지게 부르고, 송화는 특별한 이유나 대책도 없이 홀아비 곁을 떠나 방랑길에 오른다. 동호는 어릴 적 아비와 누나를 버리고 떠났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서 가족이 그리워져서 아비와 누나를 찾아 나선다. 그러던 중 오누이는 재회하지만 오래 전에 헤어진 동호와 송화인데 서로 밤새 소리를 같이 했기에 충분히 동생과 오빠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부분임에도 서로가 누군지 밝히지 못하는 장면은 너무나 비현실적이었다. 한눈에 자기가 찾던 동생임을 알면서도 소리만 하다가 다시 이별을 하고 방랑생활을 자처하는 부분은 가족을 그리워하며 애절하게 만나기를 소원하던 가족에 대한 심정을 잘못 묘사한 부분임을 지적하고 싶다.

판소리대목에서 눈 먼 송화가 심청가중 심봉사가 눈 먼 부분을 소리할 때 구성지고 애절한 가락이 왠지 모르게 동병상련의 아픔을 함께 하는 소리임을 가슴속으로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락과 소리가 신금을 울리는 소리임은 분명하지만 꼭 한이 서려야만 진정한 소리꾼이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시대적으로 1960대가 개방되지 않았던 시대에다 문화와 법이나 사회가 오늘날과 너무 동떨어지다보니 시대적 차이가 주는 지루한 장면들이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것도 상당부분차지 한다.

요즈음 명인이나 명창 여러분들이 많다. 그 분들이 한이 있어서 명인, 명창이 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판소리를 한이 서려서 우러나오는 소리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감성이나 끼가 어우러진 감동의 소리로 수많은 노력과 함께 얻어진 결과라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 판소리만을 들었을 때 약간의 지루할 거라는 상상을 깨고 남도의 판소리를 마음으로 알게 했고, 듣게 해준 영화였다. 서편제를 보고나서 한국의 대표적인 판소리가 신금을 울리는 천상의 소리로 표현해도 손색이 없음을 인정하고 싶다.

요즈음 대중가요에 묻혀 잊혀지고, 소외되어 가는 우리고유의 전통 판소리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현대음악과 적절히 조화롭게 애용해서 사라져가는 판소리를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길 기원하며,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음악의 예술성을 갖춘 판소리 그 소리 자체를 계승하는데 이바지한 영화임을 모두가 알고 우리의 소리를 귀하게 접했으면 한다.

끝으로 누구나 사람에게는 한이 있다. 크고, 작고 그 크기와 심리적인 무게의 차이만 다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인생을 살면서 한을 어떻게 풀 것이며, 어느 범주까지 용서하며 살 것인가 진지하게 생각하게 했다. 분명 향기 나는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용서는 언제나 함께한다. 서편제에서 송화의 정신적인 한이 신금을 울리는 판소리가 되어 이 영화를 본 대한민국 많은 사람들이 소리를 사랑하게 만든 것처럼 모두가 용서하며 살아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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