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에서 일박하고 숙소 밖으로 나오니
오우! 반가운 보슬비가 내린다
점심을 마산에서 먹기로 약속되어 있으니
그 전에
간밤 술자리에서 언급되었던 봉하마을에 들르기로 한다
비도 오고
딱 좋다
이런 수준으로 하루 종일 비가 와줬으면 했는데
남해고속도로를 다니는 도중에 꽤 거센 빗발이 쏟아졌다
고고씽
봉하마을 주차장 옆에서는 국화와 모자 등을 팔고 있었다
한 송이 사 들고 오른쪽으로 이동하니 노무현 대통령 생가가 조성되어 있었다
비오는 날이었지만 주차장에는 관광버스 한 대와 몇 대의 승용차가 있었다
가끔 찾아와서 조용히 산책하기에 좋은 곳, 그러기엔 다소 좁고 작은 동네,
그게 봉하마을이다. 아방궁은 무슨 -_-;;
사립문을 좀 더 운치 있게 만들었으면 좋았겠다
생가와 기념관(?) 사이에는 노란 우체통이 서 있다
부엉이바위 쪽으로 더 걸어가면 간이분향소가 있다
묘역 공사 때문에 임시로 만들어놓은 곳이다
비로 인해 돗자리가 흠뻑 젖어 있었기 때문에 손님들은 대부분 목례만 올렸다
하지만 한국인에겐 큰절이 제맛,
물과 비를 좋아하는 내가 큰절을 올리고 나니
내 뒤에 따라오던 분들도 자연스럽게 큰절을 올리기 시작했다 +_+
소매물도에선 바다에, 봉하마을에선 그 분의 눈물에, 양말이 젖었다
한창 공사중에 비 때문에 오늘은 쉬고 있는 묘역
양말을 벗고 바지를 걷어올리고 부엉이바위 쪽으로 가니
묘역에 쓸 박석들이 보인다
비교적 중요한 분들의 박석들을 이렇게 따로 모아놓은 모양이었다
이건 박석으로 쓰려고 모아놓은 돌들인 듯
부엉이바위로 향하는 길에는 노란 리본이 빼곡하게 늘어서 있다
난 아직도 반신반의하는 그 분의 유언,
하지만 조작된 것이어도 상관없는 그 분의 마지막 이야기
묘하다
저 아담하게 생긴 바위에서 느껴지는 폭포와 같은 세찬 기운
그 분이 지신 자리에는 출입할 수 없다
"출입금지"라는 문구, 참 별로다
부엉이바위로 올라가는 길목,
저 위쪽으로는 더 이상 올라갈 수 없게 막아 놓았다
가슴을 짓누르는 바위의 질감
출입금지 구역에는
작은 태극기가 꽂혀 있다
참 작다
부엉이바위 왼편으로 난 돌계단
끝이 막혀 있다
그 분의 기운은 굉장했다
어느 절의 산신당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강렬하고 푸근한 기운
주민들이 걸어 놓은 생신 축하 플랭카드
봄이 오면 아주 화사해질 것 같다
봄비 내리는 날
또 훌쩍 와봐야지
나오는 길에 노무현재단에서 운영하는 기념관(?)에 들렀다
여행중이라 주머니가 가벼운 관계로 탁상달력 두 개만 샀다
하나는 부산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텔레만님에게, 하나는 뜨거운 노빠인 한성문화사 사장님께 드리려고
다음에 오면 티셔츠를 살테야
지난 여름에 산 슬리퍼가 트렁크에 있었다
올레~
덕분에 이후로는 시원하게 잘 돌아다녔다
이제, 마산으로 이동
캬 선생님 마산 저희집인데!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