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중랑천

by 하늘지기 posted Oct 04, 200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다 까먹었다, 정말 다 까먹었다
하지만 제목은 중랑천이다

가깝고도 먼 곳,
저 중랑천 너머에서 여기 우리집까지 오는 동안
나는 얼마나 많이 위대한 시인들을 죽였는지 모르겠다

육교를 통해 중랑천을 건너가면 바로 공릉역이다
거기서 조금 더 올라간 곳에서 나는
현석이와 찬혁이와...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고 말해야 한다
하지만 말 할 수 없다
너무 많은 얘기를 했으니까
너무 즐거운 얘기를 했으니까
그리고
이제껏 내 마음을 흔들고 있는, 그런 얘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기억하자
당연히 기억되리라 여겼던, 하지만 전혀 기억나지 않거나, 이젠 그만 생각하고 싶거나...
무조건 기억하자
온전히 술이 깬 후에
내가 이 글을 지울 수 있을지 없을지에 내기를 걸자
나는 자신이 없다. 질 것만 같다

하여간 중랑천은 대단했다
섬도 있고, 멋드러진 열대의 해변도 있고, 맑은 물에 어리는 달도 있고,
그것은 그대로 지구였다. 소우주였다

혹 그 시간까지 허튼 입질을 바라는 강태공이라도 있었더라면
나는 이 아찔한 나의 밤을 그에게 바쳤을지도 모르겠다

참 아름다웠다
내 밑으로 시속 백 키로의 차가 쓩 지나갔다
뚜벅뚜벅 걸어 내려오니
또 한 대가 시속 백 키로로 휙 지나갔다
최고의 느림보였다. 오늘만은

나는 참으로 이다지 얌전한 소시민었던가... 생각하자
괜히 화가 난다
하지만 오늘은
얄밉게 주차한 차가 한 대도 없다

잘 참았다
내 수명이 열 살은 늘어났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날짜 제목 조회 수
53 2005.01.06 오늘은 나 기분이 별로인가봐 1 4578
52 2005.01.04 겨울이 좋은 이유 2 4913
51 2004.11.21 먼 길 3440
» 2004.10.04 중랑천 4236
49 2004.08.31 눈물 날 뻔 했다 3 4779
48 2004.08.23 습습후후 3711
47 2004.08.07 떠나고 싶다 3370
46 2004.07.10 베컴 인생이 꼬여가는 이유 4028
45 2004.07.04 찬란한 헤어스타일의 외국인 5002
44 2004.06.13 압박스러운 일상 3194
43 2004.05.20 까치가 낮게 나는 아침 3529
42 2004.05.05 그게 말이야 3468
41 2004.05.01 웬 떡이라니? 3 4420
40 2004.04.29 거미 콘서트를 보고 옴 3460
39 2004.04.05 10년 2 3519
38 2004.03.23 바쁘다 바빠 3470
37 2004.03.01 YMCA 야구단 1 file 3772
36 2004.02.23 올드보이 2 3712
35 2004.02.14 깜짝 놀라다 4 3339
34 2004.02.13 나대지 말자 2 3442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Next
/ 6

Gogong.com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