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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문 과제 - 김민지

by 김혜나 posted Nov 1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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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해 죽음을 택한 자들과 그 결심에서 태어난 사람들
-유진과 승구-
 

문화창의학부 미디어문예창작 2018400315 김민지 
여섯 살쯤 된 어린노비가 지게에 자기 몸보다도 큰 장작 무더기를 지고 숲을 걸어간다. 그가 하늘을 힘겹게 올려다본다.  들어올린 고개 아래로 목 과 얼굴 군데군데 떼가 꼈다. 가장 낮은 그가 가장 높은 하늘을 올려다보는 이 장면은 유진이라는 인물이 앞으로 향할 곳을 암시한다. 초월적인 목표를 향해 흘러가 운명 말이다. 그럴만한 인물이라는 것은 ‘하늘을 봅니다. 검은새 한 마리가 온 하늘을 망칠 수도 있구나 싶어서 봅니다.’ 같은 총명한 대사를 통해 알 수 있다.
 고 판서는 ‘ 땅을 보고 살거라. 하늘은 멀다. 종눈 눈길이 멀면 명이 짧은 법이다.’라 한다. 장면은 흘러 김판서가 호통치는 장면으로 넘어간다. 바로 유진의 아비가 전날 김판서와 이세훈이 전날 나눴던 대화를 엿듣고 도망치려다 잡힌 것이다. 앞서 고판서의 ‘종눈 눈길이 멀면 명이 짧은 법’이라는 대사와 맞물리는 장면이기도 하다.  아비가 멍석에 말려 죽고 지게를 던지며 뛰어오는 유진. 김판서는 이를 보자마자 죽이라 명하고 다른 종들이 망설임 없이 유진을 발로 밟는다. 유진어미의 삶 전부였던 가족들이 풍비박산 나는 순간 어미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유진과 자신의 남편이 맞는 소리, 김판서의 낮은 웃음소리 만 들릴 뿐이다. 찰나의 고민 끝에 어미는 자신을 누르던 종을 뿌리치고 김판서 며느리에게 달려가 은장도로 배를 겨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바로 그 며느리가 임신한 상태였다는 사실이며, 유진의 어미는 자신의 아들을 살리기 위해 또다른 생명을 담보로 잡는 장면이란 것이다. 유진에게 도망치라고 호통을 치는데, 어린 유진에게 있어 어미와 떨어지는 것 자체가 죽음만큼 두려운 건 줄 알면서도 내친다. 그녀는 그 두려운 죽음이 유진을 살릴 것이라는 걸 알고 빠른 판단을 내린 것이다. 유진은 죽을 힘을 다해 도망가고 그 자리에서 며느리는 출산을 한다. 어미는 김판서가 자신을 죽이지 않자 우물에 몸을 던진다. 그녀는 이로써 더 나은 삶을 살게 된것이다. 당하기만 하는 그 상황에서 빠른 판단을 내린 어미를 유진이 꼭 빼닮았다. 추노꾼들에게 쫓기면서 시냇물로 목을 축이고 땅에서 나는 것들로 연명하는 유진. 끝없이 도망치지만 절대 죽지 않는다. 하늘로 가기 위해, 날개짓 몇 번으로 그걸 망치는 검은 새 한 마리가 되기 위해 새로 태어나는 것이다. 이런 의미는 그가 공방선생을 찾아온 미국인의 옷자락을 잡고 ‘미국이 어딥니까?’ 라고 묻자마자 수십 마리의 검은새가 하늘을 가로지르는 장면에도 숨어있다. 미국이 그에게 커다란 기회가 될 거란 사실. 하지만 미국으로 건너간 뒤 성장한 유진은 매일 서양 어린놈들한테 얻어 맞는다. 여전히 긴 머리에 때 낀 얼굴. 검은새가 되기 위해 어떻게 살지 완전한 결심을 하지 못한 것을 상징한다. 그런 그가 해군 무리를 보고 중요한 것을 얻었다며 머리를 자른다. 이 순간 하늘을 얻은 것이다. 높은 목표인 해군을 꿈꾸고 그렇게 ‘고귀하고 위대한 자’가 태어난다. 군인이란 직업을 보면 그 또한 살기 위해 죽음을 택했다는 것으로 어미의 삶과 일맥상통한다. 의도는 어미같은 삶을 살지 않기 위함이었을지 몰라도 소중한 것을 살리고 소중하게 살기 위함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내용의 주인공이 어린 승구로 넘어간다. 화약총을 분주히 쏘는 군사들의 모습이 담긴다. 폭탄으로 무자비하게 쏘고 있으며 사람들이 낫질에 벼 베이듯 쓰러진다. 승구는 화약총에 불을 대는 역할이다. 누가 쓰러지거나 불타 죽어도 ‘불!’이라고 소리지르면 달려가 불을 댄다. 총을 잡고 있던 마지막 사람, 아버지께 도망치자 소리지르지만 아버지는 ‘불’만 되풀이 할 뿐이다. 아버지가 총에 맞아 죽고 분노를 이기지 못한 승구는 왜척을 향해 총을 쏜다.  6개의 총구가 그를 향한다.  승구의 아버지도 유진의 어미처럼 살기 위해 죽음을 택한 자다. 승구처럼 남은 삶들이 살아갈 조선을 위해 죽음을 무릎쓰고 싸운 것이다. 그에게서 태어난 승구는 아비가 죽은 자리에서 모래를 그러쥐는데, 이는 중요한 결심을 내린 것을 상징한다. 이 모습은 뒤에 승구가 돌로 쌓은 무덤을 연상시킨다. 또, 아비처럼 죽지 않겠다 하면서 총구를 쥐는 그가 전쟁터에서 연을 다할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것은 승구에 한하는 것만이 아니다. 장면 뒤에 깔리는 미국이 기록하는 역사 나레이션 중에 ‘창과 칼이 부러진자는 돌을 던지거나 흙을 뿌려 저항한다’ 라는 문장이 있다. 한 명 한 명 돌이나 흙을 쥐었던 손처럼 둥근 무덤이 되어  산에 웅크린 사람들을 연상하게 한다.  불만 나르던 승구는 나서서 총구를 잡고, 역적이 되겠다 한다.
 목숨이란 단어가 1화에서만 열 번 넘게 등장한다. 또 생사에 관련된 단어, 삶의 흐름을 생각하게하는 장면들이 수없이 등장한다. 그렇다고 그들의 목숨 자체가 중요한 것으로 나오는가? 아니다. 유진은 죽을 고비를 여러번 넘기며 단단해진 목숨이며, 승구는 화약에 붙는 불처럼 질기면서도 자주 위협받는 목숨이다. 고애신은 독립운동 하다 어미와 아비를 잃고 비 맞은 날 실려온 갓난 아기다. 김희성은 무용한 것을 쫓으며 의지 없는대로 산다. 사실 가장 하찮은 건 목숨이다. 하지만 그걸 살아내려는 의지와 그 목숨의 쓰임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그 목숨에 무게를 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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