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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션샤인 비평문 (문융 2018400217 김유진)

by yoojin posted Nov 1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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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2018400217 김유진


     사람들은 사회의 맥락에 필히 영향을 받는다. 개인이 살아가면서 주변의 수많은 것들을 접하고, 사회의 흐름을 익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사회의 흐름을 올바른 방향으로 읽지는 못한다. 미스터 션샤인 속 등장인물들 역시 사회의 맥락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존재로 그려진다. 하지만 이들의 선택에는 개인이 시대적 배경과 출신 신분에 영향을 받는다는 패러다임이 씌워져 있다.




     우선, 극은 국가를 저버린 유진의 선택을 정당화하고 있다. 어린 종인 유진은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한 이후 어머니의 목숨 값을 대신하기 위해 악착같이 살아나간다. 곧, 미국은 유진에게 기회의 땅이었기에 유진은 조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버리고 완전한 미국인이 되고자 결심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 전개는 유진의 미국행이 그가 적극적인 인물로 변모하게 된 계기라는 의미를 은연중에 담아 관객의 잘못된 해석을 유도한다. 이와 함께 삼분의 이 가량이 넘는 비중이 유진의 상황과 심정을 표현하는 영상들과 유진의 인생을 암시하는 다양한 장치로 채워지는 등, 극은 유진의 인생에 대한 시청자의 공감을 유도하기 위해 많은 것을 보여주려 한다. 하지만 이는 핑계를 화려하게 포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완익과의 비교를 통해 유진이 어떠한 인물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이완익은 유진과 같은 인물들의 선택을 정당화하기 위해 설정된 악역으로 보인다. 그는 백성의 눈물을 무시하며, 자신의 잇속을 챙기기 위해 나라를 배반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시대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 된다. 즉, 이완익과 같이 백성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조정 대신은 유진이 국가를 떠나고, 승구가 역적이 되겠다고 결심한 원인이다. 곧, 유진은 절대 악 이완익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 된다. 하지만, 과연 더 나쁘다거나 덜 나쁘다는 기준이 존재할까? 조선 백성을 눈앞에서 배반한 이완익이나, 마음속으로라도 자신의 뿌리를 부정하는 장성한 유진 모두 본질적으로는 쓰려져 가는 나라를 보듬지 못한 인물이 아닌가?






     그렇다면 미스터 션샤인 속 주인공들은 어떠한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을까? 먼저, 작가는 중심인물인 유진이 변화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유진과는 상반된 배경과 가치관을 지니는 애신을 그려 넣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진의 성장 과정이 긴 러닝타임을 차지하는 데 비해 애신의 성장 배경 및 과정에 대한 설명은 극도로 짧다. 이러한 인물 간 스토리텔링 비중의 불균형은 유진의 선택을 정당화하는 한편, 애신의 능동적인 면모를 보다 덜 부각하는 문제점을 갖는다. 아울러, 이에 따라 애신의 서사를 설명하는 충분한 연결 장치가 마련되지 못했다. 즉, 애신이 자라면서 어떻게 시대 현실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양반 여성으로서 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반대에 부딪혔는지 등 출생 배경 이외의 과정을 무시하고, 단지 그녀를 패물을 마다하고 독립신문에 관심을 닺는 아가씨의 모습으로 그리는 것은 개연성이 다소 떨어진다. 아울러, 애신이 단순히 유진의 사랑을 받는 인물로서만 그려진다면 애신은 한국 드라마에서 그려져 왔던 수동적인 여성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한편, 극은 승구라는 인물을 통해 서사 속 당위성에 변화의 여지를 준다. 승구가 아직까지 어떠한 인물로 성장하였는지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승구는 신미양요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겪은 후 역적이 되기로 결심한다. 그렇지만 과연 그가 진짜로 역적이 될까? 승구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이며, 그 선택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는 승구의 말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다. 먼저, 역적이 되겠다는 그의 말을 그대로 풀어 해석하면 이는 말 그대로 나라를 배반한다는 것으로, 유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의 선택이 극이라는 장치를 통해 정당화되어 버린다. 반대로 역적이 되겠다는 말을 반어적으로 해석하면 그는 결국에는 의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의적은 승구의 아버지가 그랬듯 자신이 지켜야 할 것에는 끝까지 맞서 싸우는 의지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승구는 해석의 여지로 인해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므로, 앞으로의 이야기에서 그의 서사를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면 극은 방향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인물들에게도 변화의 가능성이 있는가? 현재까지의 유진은 자신의 뿌리를 다시금 인정하게 될 것 같지 않다. 일례로 현재의 유진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그의 짧은 머리이다. 이에는 미국에서 살아가며 조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버리겠다는 그의 굳은 결심이 담겨 있다. 반면, 어린 유진이 간직하는 노리개는 유진의 생의 의지를 환기한다. 여기서 하나, 과연 유진은 댕기머리를 자르는 그 순간까지도 자신의 품속의 노리개를 끝까지 지니고 있었을까? 배고픈 소년에서 미 해병 장교의 자리까지 올라간 유진이 살아가고자 버텨온 이유는 결국엔 본인이 부정했던 뿌리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만약 연출자가 극의 결말에 유진이 결국에는 자신의 노리개를 끝까지 간직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면, 유진이 결국에는 어머니의 영토를 마음 깊이 간직하였다는 것을 선명하게 드러내어 극에 설득력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미스터 션샤인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면 좋을까? 먼저 이 작품은 시대극인 만큼 인물들의 가치관 및 변화의 과정과 계기를 시대적 맥락에 맞게 제시하면서도, 시대를 막론하고 인정될 수 있는 궁극적인 가치를 전해 현재까지의 당위성을 극복해야 한다. 그렇기에 유진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이 시대극은 설득력을 잃을 것이다. 다음으로, 인물들이 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단순히 멜로드라마의 서사에만 한정된다면 이야기가 너무 보편적으로 흘러가게 된다. 그렇기에 해당 극은 단순히 중심인물들에게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주변 인물들과의 상호작용을 고루 보여주어 개별 인물들이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미디어는 핑계를 대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서사 속에서 그려지는 시대적 배경은 결코 인물들의 행위를 정당화하거나 그들의 서사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용되어서는 안 되며, 궁극적으로는 인물의 마음에 살아 숨 쉬는 것이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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