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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주 일병은 사실 대단한 양이 아닐 수도 있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에 주량을 묻는 란이 있으면 대개는 소주 1병, 맥주 2병을 적는다
그런 것 별로 작성해 보지 않았지만 나는 그랬다
페이스가 좀 붙어주면 훨씬 더 많이 먹을 수도 있는데... 하면서도 사실은 좀 더 적게 적어야 하나... 하는 생각도 한다
평소엔 의연한 척 하면서도, 그렇게 사소한 일에 남들 눈치를 보는 것이 어쩌면 나의 실체일지도 모른다

쏘주 첫 잔은 거의가 무척 쓰다
캬~ 하고 탄성을 내는 것을 보면 분명 그런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달짝지근한 커피를 마셨을 때처럼 음~ 이라고 해야 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꼭 그런 건 아니다
유난히 술빨이 잘 받는 날에는 첫 잔이 달기까지 하다
그렇다고 해도 쏘주는 여전히 덥썩 부어마시기가 쉽지 않은 술이다

처음 한 두 잔이 내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될, 끝을 장담할 수 없는 그 오리무중의 레이스를 견제하는 마음 때문이다
가속도 증가의 법칙,
바로 그것이다
그 법칙을 가장 명철하게 판단해 낼 수 있는 시점이 바로 쏘주 일병이다
첫 잔이 달았건 썼건 일단 비운 잔은 채우게 되어있다
처음엔 무엇이 되었건 기념삼아 잔을 들지만 갈수록 잔을 드는 것에는 이유가 없어진다
안주 대신 담배를 즐기게 되면서부터는 그 간격이 더 줄어든다

그렇게 쏘주 일병이 비워지는 상태에까지 오게 되면
대개는 당연하다는 듯이 '한 병 더'의 휴머니즘이 구현된다
말은 '한 잔 더'라고 하지만 사실 다음 목표는 '한 병 더'이다
가장 이성적으로 가속도 증가의 법칙을 인식할 수 있는 쏘주 일병의 경계를 넘는 순간부터는
더 이상 법칙에 얽매이지 않게 된다. 그냥 간다 맛 갈 때까지

첫 입맞춤을 하기가 그리도 망설여지는 쏘주 일병의 가속도 증가는 거의 언제나 법칙대로 간다
판단력이 없는 사물에게서나 발견할 수 있는 그 단순한 법칙

취해 쓰러진 사람을 우습게 보지 말자

수많은 상황들과 맞닥뜨리고 사는 동안 언제 한 번 그렇게 탄력있게 가속도를 붙여서 밀고 나갔던 적이 있었던가?
쏘주 일병을 비우고 냉정히 일어선 것이 대단한 절제력은 아니었다는 사실은
쏘주 일병에서 그쳐야 하는 가속도의 욕구를 스스로 달래지 못하는, 추진력의 부재 그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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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Aalto 2002.08.07 12:44
    이것이 쏘오주일병의 휴머니즘이구나
  • profile
    하늘지기 2002.08.08 06:58
    근데 '참쏘주'는 좀 다르지
    그건 달잖아
    다니까 다르지 ㅎㅎ
  • ?
    Aalto 2002.08.09 00:01
    집에 갔다 오면서 참쏘오주좀 가져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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