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쾌하군

트로트에도 쩨(制)와 쪼(調)가 있다

by 하늘지기 posted Jul 08,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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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다른 곳에 올렸던 글을 그대로 옮기는 것입니다
* 먼저 배경음악을 모두 끄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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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낮에 진오와 선경이에게 약속했던 곡을 들려주기 위해 적는 것입니다
원래는 두세 곡 정도만 들려줄 생각이었지만
저의 주장(-_-)을 강조하기 위해 참고 삼아 좀 더 넣었습니다
물론 '트로트의 제와 조'라는 어려운 문제에 대한 본격 접근은 아닙니다 (장난도 아닙니다만..-_-^)

혹 트로트에 대한 자그마한 편견, 예컨대 꺾고 돌리고 떠는 등의 창법에다가 상당히 통속적인 유흥 편향적 노래라는 생각을 갖고 계시더라도
잠시만 접어두시고 이들이 '어떻게(!)' 노래를 부르는가를 잘 들어봐 주시기 바랍니다


※ 플레이 버튼을 하나씩 눌러가며 들으세요



1. 오리지날
이 곡은 말그대로 원곡입니다
최무룡의 <외나무다리>
설명이 필요없는 명곡, 일단 들어보셔야 합니다
딱 100년만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면, 궁궐에 불려가서 녹록찮은 벼슬 하나는 분명 얻었을 것입니다

이 사람이 털푸가이 최민수 아빠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들으면 낭패 -_-
가사도 참 아름다워서 이곳에 모두 적어올리고 싶으나 귀찮아서...

※ 아래에 이어질 리바이벌곡들을 모두 들은 후에 이 곡을 들으시면 더 큰 감동이 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비교를 위해서 약간만이라도 들어보시면 좋겠네요





2. 홍민의 리바이벌
홍민의 <외나무다리>는 원곡에 비해 박자가 매우 느립니다
창법이나 발음도 상당히 모범적(?)입니다. 트로트 특유의 기교란 것이 거의 없습니다
원곡을 정악(正樂)으로 격상시키려 했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필자로서는 이 곡이 원곡의 어떤 장점을 계승했는지 도저히 찾을 수가 없습니다
느리고 은근하기 때문에 차분한 느낌을 주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란 말이죠
들어보실까요?





3. 백승태의 리바이벌
다음은 백승태의 <외나무다리>입니다
속도는 원곡과 홍민의 중간 쯤이고, 특이할 점이라면 '후까시'가 상당히 들어간 창법이라는 것입니다
필자가 어려서 확실히는 말할 수는 없지만,
단순한 전자음 반주를 바탕으로 한 수많은 명곡들의 리바이벌이 유행했던 '주현미의 쌍쌍파티'의 시대를 지내온 곡인 듯 합니다
일단 들어보죠



그러나 후까시가 과하거나 어설프면 아니 줌만 못한 법
폼을 잡으려면 배호 정도로는 잡아줘야죠



4. 배호의 <돌아가는 삼각지>
다른 곡입니다만, 이런 것이 진정 폼나는 창법이다 라는 예로 들려드립니다





5. 남수련의 리바이벌
여하간 홍민도 백승태도 원곡을 넘어서지는 못했다고 할 만 합니다
더구나 귀를 즐겁게 할 통속적 경쟁력도 그다지 발견되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 곡은 여성 가창자가 불렀을 때 더 어울릴 법한 곡이었습니다
남수련이 부르는 것을 들으면 왜 그런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원곡의 최무룡이 얼마나 멋드러지게 잘 불렀는가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구요 ^_^





※ 자, 그럼 이쯤에서 최무룡의 원곡을 다시 한 번 듣고 오시는 것이 좋습니다

- 최무룡 원곡




6. 나훈아의 <외나무다리>
이제 국민가수 나훈아의 차례입니다
미리 말씀드립니다만, 나훈아는 이 곡 리바이벌하지 말아야 했었습니다
나훈아가 부른 곡은 전주부분에서부터 남다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그런데 나훈아 곡의 반주는 최무룡 원곡의 LP판 녹음버젼-앞에서 들은 원곡은 LP판 버젼보다 좀더 다듬어진 것입니다-을 아주 근사하게 리바이벌 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나훈아의 카리스마 창법...
그러나... <잡초>, <무시로>, <갈무리>의 가수 나훈아는 이 노래를 부르지 말아야 했었습니다
듣는 사람을 이렇게 힘들게 만드는 노래라면, 이것은 기교도 아니요 후까시도 아닌 것입니다
은근히 인위적으로 쥐어짜는 듯한 창법에 숨통이 절로 조여올 정도입니다
들어보실까요?



그렇지도 않다구요?
그럼 위로 올라가서 최무룡의 원곡을 차분하게 들어보고 오신 후에 다시 나훈아의 곡을 들어보십시오
조용필과 나훈아의 차이가 어쩌면 이런 것입니다
조용필은 거의 완벽하거든요. 조용필이 부르면 모두 조용필의 노래가 되니까요



7. 설운도라고 하는 스탠다드
필자는 현재 활동하는 가수 가운데에서 <외나무다리>를 감히(!) 리바이벌해도 좋을 사람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설운도라 하겠습니다
물론 설운도의 음색이 최무룡과는 많이 다릅니다만,
이렇게 성실히 노래하는 가수라면 저~ 명곡을 맡겨봄직도 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설운도 창법의 최대 장점은 음표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입니다
거기에서 기교도 나오고 후까시도 나옵니다. 다시 말해 기본에 충실하다는 것입니다
설운도가 얼마나 정밀한 창법을 보여주는지, 그의 최고 명곡 <원점>을 들으면서 확인해 보십시오
악보를 앞에 두고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설운도의 창법이 궁극의 보컬인 것은 아닙니다
절!대!지!존! 현철이란 가수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8. 현철의 <내 마음 별과 같이>
아쉽게도 현철 역시 <외나무다리>를 리바이벌하지는 않았습니다
(필자가 과문하여 확인하지 못한 것일 수도...-_-;;)
그리고 현철 역시 그 곡과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을 듯 합니다
그러나 <외나무다리>와 비슷한 비트를 지닌 다음 곡 <내 마음 별과 같이>를 한 번 들어보십시오
그야말로 표준을 넘어선 창법이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
심심하지도 과하지도 않습니다
설운도의 몇 배로 음을 쪼개어 쓰지만(세칭 현철식 바이브레이션), 절대로 심장의 박동 주기를 놓치지 않습니다
남성이면서도 여성미를 한껏 보여주었던 최무룡,
그리고 남성적 창조 자체의 멋을 보여주는 현철,
트로트곡들 중에서 비교적 느린 축에 속하는 남성 창자들의 창법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 두 축을 넘어서지 못할 것입니다
가히 '최무룡제' '현철제'라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9. 봉선화 연정
대한민국 최고의 트로트곡 <봉선화 연정>
여기서 안 들어볼 수 없겠지요?
이건 정말... 완벽하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완벽한 것에 설명이 필요한가요?
자, 볼륨을 높이시고....
여러분이 기억하는 모든 가수들의 창법을 떠올려가면서 비교해 보십시오. 완벽 Itself!






※ 부연 자료 - 리바이벌을 하려면 이렇게 하라!
리바이벌... 이거 잘못하면 둘 다 욕먹일 수도 있습니다
명곡에 대한 예우도 아니요, 리바이벌을 통한 부활도 아니게 될 수 있습니다
무언가 곡 특유의 미감을 전승하면서도, 나름대로의 탄탄한 포장을 유지하는 것...
그런 점에서 브라운아이즈는 정말 감각이 뛰어난 팀이었습니다
물론 브라운아이즈의 <하얀나비>는 리바이벌이라기보다 리메이크라 할 수 있는데요,
이랬거나 저랬거나, 리메이크를 하더라도 이 정도는 해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 김정호의 원곡 <하얀나비>



* 브라운아이즈의 리바이벌곡 <하얀나비>




이 정도는 해줘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