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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있네
2005.01.06 20:26

[펌] 지혜로운 비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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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던 중에 양잿물 이야기가 나왔다
그런데 양잿물에 재가 들어간 것인지 아닌지가 결판나지 않았다
각각 음식과 복식, 문학을 전공한 박사들이 있었지만 자세히 알아둔 분은 없었던 것이다
밥을 먹고 올라와서 찾아보니, 재가 들어간 것은 아니었다
우리가 비누처럼 사용했던 잿물은 재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그와 같은 기능을 가진 물질이 서양에서 들어왔는데, 그걸 양잿물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무지로부터 나를 일깨워준 기사 하나를 옮겨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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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비누  [한겨레21 2004-10-26 00:09]  

- [한겨레] [정남구 기자의 주말농장]
- ▣ 정남구 기자/ 한겨레 경제부 jeje@hani.co.kr

우리 집 근처 통닭가게에 닭을 주문하면 꼭 비누(사진)를 1장씩 함께 보내준다. 통닭을 여러 번 튀겨내서 더는 쓰기 어려워진 폐식용유로 만든 것이다. 세탁기에는 가루로 된 세제를 쓰기 때문에 집에서 비누를 쓰는 일은 드물다. 걸래를 빨거나 초벌빨래를 할 때 한번씩 쓰는 정도다. 그래서 통닭집에서 보내준 비누는 늘 몇개씩 쌓여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폐식용유를 함부로 버리지 않고 비누로 만들어 나눠줄 정도의 사람들이라면 늘 깨끗한 식용유만 쓸 것이라는 믿음에 비누와 함께 배달돼온 통닭은 더 맛있게 느껴진다.

폐식용유로 비누를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우선 수산화나트륨 수용액에 폐식용유를 붓고 물엿 정도로 뻑뻑해질 때까지 1~2시간 젓는다. 그것을 상자에 비닐을 깔고 부어, 단단하게 굳기 전에 원하는 크기로 칼집을 넣어두면 비누가 된다. 탄산수소나트륨은 폐식용유 무게의 5분의 1 정도가 필요하고, 그것을 물에 넣어 35% 용액으로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폐식용유가 500㎖라면 탄산수소나트륨(공업용으로 순도 70%짜리)은 약 140g, 물은 170㎖가 필요하다. 폐식용유 같은 식물성 유지로 만든 비누는 미생물에 의해 쉽게 분해되기 때문에 환경친화적인 세제다.

내가 아주 어릴 적에는 비누를 구경하기가 어려웠다. 대개는 그냥 물로만 씻었고, 손에 기름때가 묻었을 때는 쌀겨를 이용했다. 쌀겨를 손에 비벼 함께 씻으면 기름때가 잘 씻겨나간다. 비누가 흔해진 요즘에도 어른들은 이런 방법을 쓴다. 그러나 빨래를 할 때는 옷자락에 쌀겨가 끼어들기 때문에 이런 방법을 쓸 수는 없다. 어머니는 쌀겨로 직접 비누를 만들어 쓰셨다. 방법은 폐식용유로 비누를 만드는 것과 똑같다. 쌀겨를 수산화나트륨 수용액에 섞어 저으면 쌀겨 속의 유지가 비누로 바뀌는 것이다. 시멘트 포장지 위에 두부처럼 썰어져 있던 그 검은색에 가까운 쌀겨 비누로 어머니는 빨래를 하셨는데, 그 비누로도 이불 소창이 하얗게 빨렸다는 게 지금 생각해도 잘 믿어지지 않는다.

수산화나트륨 수용액은 흔히 양잿물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서양에서 온 잿물이라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삶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한 사람들이 간혹 마시고 목숨을 끊던 독약이기도 하다. 양잿물이 나오기 전에는 어떻게 비누를 만들었을까? 어른들의 대답은 간단했다. “잿물을 썼지!” 잿물을 만드는 방법은 이렇다. 떡시루에 재를 채우고 위에서 천천히 물을 부으면 물이 재를 적시고 내려오는데, 그것이 바로 잿물이다. 물론 아래로 흘러내린 물을 다시 위에서 붓기를 10여 차례 반복해 물이 끈적끈적한 느낌을 줄 정도가 돼야 한다.

밭에서 들깨를 보고 있다가 생각이 마냥 비누에까지 이어졌다. 시루에서 잿물을 내리던 그 재가 바로 마른 깻대를 태운 것이라는 이야기가 떠올랐던 것이다. 깻대를 땔감으로 쓰고 남은 재는 위에서 물을 부어도 부서지지 않기 때문에 잿물을 내릴 때 많이 썼다고 한다. 자연과 더불어 살던 옛 사람들의 지혜를 배우다 보면, 나는 요즘 사람들이 숭상하는 과학이란 게 가끔 하찮게 여겨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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