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초월 바디 <수궁가> 사설입니다
이하,
유영대 선생님의 홈페이지 [산천은 험준허고] 에서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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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리의 계보는 송흥록 →송광록→송우룡→유성준→박초월로 이어집니다.
그러나 계통은 이러하지만 박초월의 소리 스타일은 명백히 서편제적인 것이므로
이 계보도는 관념적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니리>
갑신년 중하월에 남해 광리왕(廣利王)이 영덕전(靈德殿) 새로 짓고 대연을 배설(排設)헐제,
삼해 용왕을 청하여 군신빈객(君臣賓客)을 좌우로 늘여앉혀 수삼일을 즐기더니 과음하신 탓이온지
용왕이 우연히 득병허야 백약이 무효라 홀로 앉아 탄식을 허시는디
<진양>
탑상(榻床)을 탕탕 뚜다리며 탄식허여 울음을 운다. "용왕의 기구(寄軀)로되 괴이한 병을 얻어
수정궁의 높은 집에 벗없이 누었은들 화타(華陀) 편작(扁鵲)이 없었으니 어느 누구가 날 살릴거나?"
웅장헌 용성(龍聲)으로 신세자탄 울음을 운다.
<엇모리>
뜻밖에 현운(玄雲) 흑운(黑雲)이 ,궁정을 뒤덮고 폭풍세우가 사면으로 둘루더니 선의도사가 학창의(鶴 衣) 떨쳐입고
궁전을 내려와 재배이진(再拜而進) 왈曰), "약수(弱水) 삼천리에 해당화 구경가 백운 요지연의(白雲瑤池宴)
천년벽도(千年碧桃)를 얻으랴고 가옵다가 과약풍편(寡弱風便)에 듣싸오니 대왕의 병세가 만만 위중타기로
뵈옵고저 왔나이다."
<아니리>
용왕이 반기허사, "원컨데 도사는 나의 맥(脈)을 보아 황황으 나의 병세에 특효지약을 자세히 일러 주시옵소서."
<자진모리>
왕이 팔을 내어주니 도사 앉어 맥을 볼제 심소장(心小臟)은 화(火)이요. 간담은 목(木이)요 폐대장은 금이요
신방광 (腎膀胱) 수요. 비위(脾胃)난 토(土)라. 간맥(肝脈)이 태과(太過)허여 목극토하였으니 비위가 상하옵고
담성(痰聲)이 심허니 신경이 미약허고 폐대장이 왕성허니간담경자진(肝膽驚自盡)이라 방서(方書)에 일렀으되
비내 일신지 조종(脾乃一身之操縱)이요,담은 내일신지, 표본이라 심정(心情) 즉,만병이 식허고 심동 즉 만병이 생하오며
신경 곧 상하오니 무슨 병이 아니날까 오로칠상(惡露七傷)이 급하오니 보중탕(補中湯)을 잡수시오.
숙지황 주호 닷돈이요 산사육(山査肉) 천문동(天門冬) 세신(細辛)을 거토(去土) 육종용택사 앵속화 각 한돈 감초 칠푼
수일승 전반 연용(水一升煎半連用) 이십여첩 쓰되 효무동정(效無動靜)이라 설사가 급하오니 가감백출탕(加減白朮湯)을 잡수시오.
백출을 초구하야 서돈이요 사인을 초구(炒灸:뜸질)하야 두돈이요 백복령(白茯笭) 사향 오미자 해황 당귀 천궁,
강활 독활(獨活) 각 한돈 감초 칠푼 수일승전반 영욘 사십여첩을 쓰되 효무동정이라 신롱씨 백초약을 갖가지로다 쓰랴다는
지려 먼저 죽을테니 약을 한데 모일적으 인삼은 미감(味甘)허니 대보원기허고 지갈생진(止渴生津)허면
조영양위(造榮養胃)로다. 창출(蒼朮) 감온허니 건비 강위허고 제사재습(第四除濕)허고 겸치난비(兼治亂飛)라
감초는 감온(甘溫)허니 구즉온중(灸則溫中:부드럽고 따뜻한 가운데 즉시뜸질)허고 생즉사하(生則瀉下)로다.
침구로다 다스릴제 천지지상경(天地之上經)이며 갑인 갑술시 담경유수(膽經幽遂)로 주고 을일유시에
대장경 사약을 주고 영구로 주어보자 일심맥 이조해 삼외관 사임(四任)에 육공손(六恭遜) 칠후계(七後繼)
팔내관(八內觀) 구혈기(九血氣) 삼기부치 팔물탕 자맥(自脈)을 풀어주되 효험이 없으니
십이경 주어보자 심장염천 천돌구미 거골 상원 중원 하원 신관(腎管) 단전 골육을 주고 족태음 비경(足太陰脾經)
삼음교(三元敎) 음능천(음낭천)을 주어보되 아무리 약과 침파(鍼破:침으로 종기를 쨈)를 허되 병세 점점 위중토다.
<단중모리>
도사 다시 맥을 볼제, "맥이 경동맥이라 비위맥이 상하오면 복중으로 난병이요 복중이 절여 아프기난 화병으로 난병인되
음황 풍병(淫荒風病)이라 여섯가지 기운이 동허야 손기산기(損氣疝氣)난 정음(正陰)이요 진경에 미(迷)난 정양이라
의무화동(醫務和同) 황달을 겸하였사오니 진세(塵世)산간으 토끼간을 얻으면 차효가 있으려니와
만일 그렇지 못하오면 염라대왕이 동성삼촌이요 동방삭이가 조상이 되어도 누루황 새암천 돌아갈 귀 허였소."
<아니리>
용왕이 왈, "신롱씨 백초약은 어찌약이 아니되옵고 조그만한 진세 토끼 간이 약이라 하나이까 ?"
도사 왈, "용왕은 진이요 토끼는 묘라 묘을손은 음목(卯乙損陰木)이요 간진술은 양토(陽土)라 하였으니 어찌 약이 아니되오리까"
수궁에는 토끼가 없는지라 용왕이 탄식을 하시는디,
<진양>
왕 왈 "연하다 수연(雖然:비록 그러하지만)이나 창망헌 진세간으 벽해 만경(碧海萬頃)밖으 백운이 구만리요
여산송백(驪山松柏) 울을 창창 삼척고분 황제으 묘(三尺孤憤 皇帝墓)라 토끼라허는 짐생은 해외일월으 밝은 세상
백운청산 무정처로 시비없이 다니넌 짐생을 내가어찌 구허리까 죽기는 쉽사와도 토끼는 구허지 못허겠으니
달리 약명을 일러를 주오."
<아니리>
도사 엿짜오되, "용왕의 성덕(盛德)으로 어찌 성공지신이 없사오리까 ?"말을 마친 후 ,인홀불견 간 곳이 없지
용왕이 그제야 도승인줄 짐작허고 공중을 향하여 무수히 사례후에,수국 조정 만조백관을 일시에 모이라 허니
이 세상 같고보면 일품 제상님네들이 들어오시련마는 수국이라 물고기 등물들이 각각 벼슬이름을 맡어 가지고 들어오는디,
가관이었다.
<자진모리>
승상은 거북 승지는 도미 판서 민어 주서 오징어 한림박대 대사성 도루묵 방첨사(蚌僉使) 조개 해운군 방개 병사 청어
군수 해구 현감 홍어 조부장 조기 부별 낙지 장대 승대(성대) 청다리 가오리 좌우나졸 근근 모조리
상어 솔치 눈치 준치 멸치 삼치 가재 개구리까지 명을 듣고 어전에 입시허여 대왕에게 절을 꾸벅꾸벅
<아니리>
병든 용왕이 가만히 보시더니, "내가 용왕이 아니라 오뉴월 생선전 도물주(都物主)가 되었구나. 허나 경들 중에 어느 신하가 세상에 나가 토끼를 구하여다 짐의 병을 구할소냐? "
좌우 면면 상고(面面相顧) 묵묵 부답이었다.
<중모리>
왕이 다시 탄식헌다 . "남에 나라는 충신이 있어서 할고사군(割股事君) 개자추(介子推)와 광초망신(狂楚亡身) 기신(紀信)이는
죽을 인군을 살렸건마는 우리 나라도 충신이 있으련마는 어느 누구가 날 살리리오." 정언 잉어가 여짜오되
"승상 거북이 어떠허뇨." "승상 거북은 지략이 넓사옵고 복판이 모두다 대몬고로 세상을 나가오면
인간들이 잡어다가 복판 띠여 대모장도(玳瑁粧刀) 미리개 살착 탕건 모독이 쥘 쌈지 끈까지 대모가 아니면 헐줄을 모르니
보내지는 못허리다. "
<자진중모리>
"그럼, 방첨사 조개가 어떠하뇨?" "방첨사 조개는 철갑이 꿋꿋 방신 지도(防身之道) 난 좋사와도
옛글에 이르기를 관방휼지세(觀蚌鷸之勢) 허고 좌수어인지공(坐收漁人之功)이라 휼조라는 새가 있어서
수루루 펄펄 날어들어 휼조는 조개를 물고 조개는 휼조를 물고 서로 놓지를 못헐적에 어부에게 모두다 잡히여
속절없이 죽을것이니 보내지는 못허리다."
<아니리>
그럼 수문장 미어기가 어떠헐고?
<자진모리>
정언이 여짜오되, "미어기난 장수구대 허여 호풍신 허거니와 아가리가 너무 커서 식량이 너른고로
세상을 올라가면 오기감을 얻으랴고 조고마한 산천수 이리저리 다니다 사립(蓑笠)쓴 어옹들이
사풍세우 물속에다 입꼬가 꿰어 물에 풍덩 탐식으로 덜컥 생켜(삼켜) 담불여대 죽게되면
인간의 이질 복질 설사 배앓이 허는디 약으로 먹사오니 보내지는 못허리다."
<아니리>
해운군 방게란 놈이 열발을 쩍 벌리고 살살살살 기어들어와 공손히 여짜오되,
<중중모리>
"신의 고향 세상이요 신의 고향 세상이라 청림벽계 산천수 가만히 장신하야 천봉만학(千峰萬壑)을 바라보니
산중퇴 월중퇴 안면이 있사오니 소신의 엄지발로 토끼놈의 가는 허리를 바드득 찝어다가 대왕전 바치리다."
<아니리>
공론이 분분헐제,
<진양>
영덕전 뒤로 한 신하가 들어온다 은목단족(隱目短足)이요 장경오훼(長頸烏喙)로다 홍배등에다 방패(方牌)를 지고
앙금앙금 기여들어와 국궁 재배(鞠躬再拜)를 허는구나.
<아니리>
왕에게 상소를 올리거늘 왕이 받아보시고 칭찬허시되, "니 충심은 지극허나 니가 세상을 나가면 인간의 진미가 된다는디
너를 보내고 내 어찌 안심할소냐?" 별주부 여짜오되 "소신이 비록 재주는 없사오나 강상에 높이 떠서 망보기를 잘하오니
무슨 봉폐(逢弊) 있사오리까마는 수국의 소생이라 토끼 얼골을 모르오니 화상이나 한 장 그려주옵소서"
"글랑은 그리하라 . 여봐라! 화공을 불러 들여라"
<중중모리>
화공을 불러라 화공을 불러들여 토끼화상을 그린다. 동정유리 청홍연(洞庭琉璃靑紅硯) 금수추파(錦水秋波) 거북 연적(硯滴)
오징어로 먹갈어 양두화필(兩頭畵筆)을 덤벅풀어 단청채색을 두루묻히어서 이리 저리 그린다
천하명산 승지(勝地) 강산 경개보던 눈그리고 봉래방장(蓬萊方丈) 운무중에 내 잘 맡던 코그리고
난초지초 왼갖 향초 꽃따먹든 입그리고 두견앵무 지지울제 소리듣던 귀 그리고 만화방창 화림중 펄펄 뛰든 발 그리고
대한엄동 설한풍 방풍허던 털 그리고 두 귀는 쫑긋 눈은 도리도리 허리는 늘신 꽁뎅이 묘똑 좌편 청산이요 우편은 녹수인디
녹수청산에 애굽은 장송 휘느러진 양류속 들랑달랑 오락가락 앙그주춤 긴나 토끼 화중퇴(畵中兎)
얼풋 그리어 아미산월으 반륜퇴(峨眉山月半輪兎) 이어서 더할 소냐 아나 였다 별주부야 니가 가지고 나가거라.
<아니리>
별주부가 화상을 받아들고 어데다 넣어야 물이 한점 안묻을까? 하고 곰곰히생각허다 한 꾀를 얼른 내여
목을 길게 빼고 목덜미에다 화상을 턱 붙여 놓고 목을 움추리며 자아 이만허면 수로만리를 다녀와도
물한점 눋을 길이 없겠구나.
용왕께 하직허고 저희 집으로 돌아오니 별주부 모친이 주부 세상 간다는 말을 듣고 못가게 만류를 허시는디
<진양>
여봐라 주부야 여봐라 주부야 니가 세상을 간다허니 무엇허러 가랴느냐. 삼대독자 니 아니냐 장탄식병이 든들
뉘 알뜰히 구환허며 네 몸이 죽어져서 오연으 밥이 된들 뉘랴 손뼉을 뚜다리며 휘여처 날려줄 이가 뉘 있드란 말이냐
가지마라 주부야 가지를 말라면 가지마라 세상이라 헌느디는 수중 인갑(鱗甲)이 얼른 허면 잡기로만 위주를 헌다
옛날에 너의 부친도 세상구경을 가시더니 십리사장 모래속에 속절없이 죽었단다. 못가느니라 못가느니라
나를 죽여 이 자리에다 묻고가면 니가 세상을 가지마는 살려두고는 못가느니라 주부야
위방불입(危邦不入)이니 가지를 마라
<아니리>
별주부 여짜오되 "나라에 환후(患候)가 계옵서 약을 구하려가는데 무슨 풍폐 있사오리까?" 별주부 모친이 하는 말이
"내 자식 충심이 그러한 줄은 내 이미 알았지마는 니가 세상을 간다 하기로 니 지기를 보기위하여 잠깐 만류를 하였고나
니 충심이 그러할진데 수도만리를 무사히 다녀오도록 하여라." 별주부 모친께 하직하고 침실로 돌아와
부인의 손길잡고 당상의 백발모친 기체 평안 하시기는 부인에게 매였소.
<창조>
별주부 마누라가 울며불며 아장거리고 나오더니
<중중모리>
"여보나리 여보나리! 세상간단 말이 웬말이요 위수파광(渭水波光) 깊은 물에 양주 마주떠 맛좋은 흥미 보든 일을
이제는 다버리고 만리청산 가신다니 인제가면 언제와요" "가기는 가되 못잊고 가는 것이 있네"
"무엇을 그다지 못잊어요 당상 학발(鶴髮:흰 머리) 늙은 모친 조석공대를 못잊어요 군신유의 장한 충성
조정사직(朝廷社稷)을 못잊어요 규중(閨中)의 젊은 아내 절행지사 못잊어요"
<아니리>
"그 말은 방불허나 뒤 진털밭 남생이가 흠일세" 총총히 작별후에 수정문 밖 썩 나서서 세상 경계를 살피고 나온느디
경치가 장히 좋던 것이었다.
<자진중모리>
고고천변 일륜홍(皐皐天邊日輪紅) 부상(扶桑)으 높이 떠 양곡(洋谷)으 잦은 안개 월봉으로 돌고 돌아
어장촌(豫章村) 개 짖고 회안봉(回雁峰) 구름이 떴구나 노화(蘆花)난다 눈되고 부평(浮萍)은 물에 둥실 어룡은 잠자고
잘새는 훨훨 날아든다 동정여천에 파시추(波始秋), 금색 추파가 여기라
앞발로 벽파를 찍어 당겨 뒷발로 창랑을 탕탕 요리조리 저리요리 앙금둥실 떠 사면을 바라보니
지광(地廣)은 칠백리 파광은 천일색인디 천외무산십이봉은 구름 밖으로 가 멀고 해외소상(海外蕭湘)은 일천리
눈앞으 경이라 오초(吳楚)난 어이허여 동남으로 버려있고 건곤은 어이하야 일야에 둥실떠
남훈전(南薰殿) 달 밝은디 오현금도 끊어졌네
낙포(洛浦)로 둥둥가는 저 배 조각달 무관(武關)속으 초희왕으 원혼이요
모래속에가 잠신하야 천봉만학(千峰萬壑)을 바라보니 만경대 구름속 학선이 울어있고
칠보산 비로봉(秘盧峰)은 허공에 솟아 계산파무울차아(稽山罷霧鬱嵯) 산은 칭칭칭 높고 경수무풍 아자파(鏡水無風也自波)
물은 풍풍깊고 만산은 우루루 루루루 국화는 점점 낙화는 동동 장송은 낙낙(落落) 늘어진 잡목 펑퍼진 떡갈
다래몽등 칡넝쿨 머루다래 어름 넝출 능수버들 벗낭기 오미자 치자 감 대추 갖은 과목 얼크러지고 뒤틀어져서 구부 칭칭 감겼다.
어선은 돌아들고 백구는 분비(白鷗奔飛) 갈매기 해오리 목파리 원앙새 강상 두루미 수많은 떼꿩이 소천자 기관허던 만수문전으 봉황새
양양창파(洋洋滄波) 점점 사랑허다고 원앙새, 칠월칠석 은하수 다리놓던 오작이, 목파리 해오리 너새 중경새
아옥따옥 요리조리 날아들제 또한 경개를 바라보니
치어다 보니 만학천봉이요 내려굽어보니 백사지라. 에 구부러진 늙은 장송 광풍을 못이기여 우줄우줄 춤을 출제
시내유수난 청산으로 돌고 이골물이 쭈루루루룰 저골물이 콸콸 열에 열두골 물이 한데로 합수쳐
천방져 지방져 월턱져 구부져 방울이 벅큼져 건너 병풍석에다 마주 꽝꽝 마주 때려 대하수중으로 내려 가느라고
벅큼이 북쩍 물농월이 뒤트러저 어루루루 꿜꿜 뒤둥구러져 산이 울렁거려 떠나간다
어디메로 가잔말 아마도 네로구나 요런 경치가 또 있나. 아마도 네로구나. 요런 경치가 또 있나.
<아니리>
그때여 별주부넌 음침경(陰沈鏡)에 기어올라 사면을 살펴보니 왼갖 날짐생들이 모여들어 상좌다툼을 허는디
가관이었다. 봉황새 척 나 앉으며
<단중모리>
니 내말을 들어봐라. 순임금 남훈천에 오현금 가지시고 소소구성(簫韶九成) 노래헐제 공산 높은 봉
아침볕에 내가가서 울음을 우니 팔백년 문물이 울울허여 주문무 나겨시고 만고 대성 공부자도 내 앞에서 탄생허니
천길이나 높이 날아 기불탁속(飢不啄粟) 허여있고 용문산 석산오동 기염기염 기여올라 소상오죽(蕭湘烏竹)
좋은 열매 내 양식을 삼었으니 내가 어른이 아니시냐?
<아니리>
까마귀 꾸짖어 왈, "너는 대가리 크고 털 텁수룩한 놈이 어데로 상좌(上座) 한단 말이냐?"
봉황새 꾸짖어 왈, "너는 전신에 흰점 없고 두 눈이 검은 창 뿐인 놈이 어디로 상좌한단 말이냐" 까마귀 왈.
<엇중모리>
"내 근본 들어라. 이 내 근본을 들어봐라 이 주둥이 길기난 월왕 구천이 방불허고 이 몸이 껌기난 산음땅 지내다가
왕희지 세연지(洗硯池) 풍덩 빠져 먹물 들어 이 몸이 검어 있고, 은하수 삼긴후에 그물에 다리를 놓아
견우직녀 건너주고 오난길에 적벽강 선유(船遊)헐제 남비(南飛) 둥둥 떠 삼국 흥망을 의논헐제 천하에 반포은(反哺恩)을
내 홀로 알었으니 천하에 비금주수(飛禽走獸) 효자는 나뿐인가 아 아이고 설움이야 허허 으 아이고 설움이야
에에 이이이 설움이야."
<자진모리>
부엉이 허허 웃고 "니 암만 그런디도 니 심정 불칙(不則)하야 열두가지 울음을 울어 과부집 낭기 앉어
울음을 울어 동요헐제 까옥까옥 도락도락 괴이한 음성으로 수절과부 유인헐제 네 소리 꽉꽉 나면
세상 인강이 미워라 돌을 들어 날리며 너나자 배 떨어지지 세상에 미운놈은 너밖으 또 있느냐.
빈터에나 찾어가지 이 좌석은 불길허다."
<아니리>
" 내 모양이 아모리 그렇게 생겼다 할지라도 만좌중에 내 망신을 이다지도 시킨단 말이오"
이 때 별주부 또 한편을 바라보니 왼갖 길짐생들이 모여앉어 상좌다툼을 하는디 가관이었다.
<중모리>
공부자 작춘추(孔夫子作春秋)에 절필(絶筆)허든 기린(麒麟)이며 삼군삼영 거동시에 천자 올련으 코끼리며
옥경선관(玉京仙官) 승필(乘匹:타고다님)허든 풍채좋은 사자로다 서백(西伯)이 위수 산양헐제
비웅비표 곰이로다 창해박랑사(滄海博浪沙)으 저격시황(狙擊始皇)의 저 다람쥐 강수동류원야성(江水東流猿夜聲)에
슬피운다고 저 잔나비 꾀많은 여우 날랜 토끼털 좋은 너구리며 암곰 숫곰 멧돝이며 노루 사슴 승냥이
이러한 동물들이 앙금앙금 내려와서 상좌다툼을 허는구나.
<아니리>
"자 우리가 연년이 회취하고 노는 노름에 상좌없이는 못 놀겠네 그러니 금년부터서는 상좌를 정하고
놀음이 어떠한고?" 그 말이 옳다허고 "저기 앉은 장도감은 언제났소?" 노루란 놈이 좋아라고,
<단중모리>
"자네들 내 나이를 들어보소 내 나를 셀작시면 기경상천(騎鯨上天) 이태백이 날과 둘이 동접(同接)허여
광산십년(匡山十年) 글을 읽다 태백은 인재로서 옥경(玉京)으로 상천허고 나는 미물 김생이라 이리 천케 되었으나
태백과 연갑이 되니 내가 상좌를 못허겄나" 달파총 너구리가 나 앉으며 "장도감도 내 아래요 달파총은 언제 났소?"
"나의 수작(酬酌) 들어보소 동작대 지은 집에 좌편 청룡각이요 우편은 금봉루라 이교의 뜻을 두고
조자건(曺子建)이 글을 지어 동작때 부운(浮雲)허든 조맹덕의 연갑이니 내가 상좌를 못허겄나"
<아니리>
토끼란 놈이 깡짱 뒤어 나앉더니마는,
<중중모리>
"자네들 내 나를 들어보소 자네들 내 나를 들어봐 한 광무 시절의 간의 대부를 마다허고 부운으로 차일삼고
동강의 칠리탄 낚시줄을 감가놓고 고기낚기 힘써허든 엄자릉으 시주허고 날과 둘이 동갑이니 내가 상좌를 못허겄나"
<아니리>
멧돝이란 놈이 꺼시락 눈썹을 껌쩍 껌쩍하고 나 앉더니마는
<중모리>
"나의 연세를 들어보소 한나라 사람으로 흉노국에 사신갔다 충의 충절 십구년에 수발이 진백(鬚髮 盡白)하야
고국산천 험한 길로 허유허유 돌아오든 소중랑의 연갑이니 내가 상좌를 못허겄나."
<아니리>
이리 한참 노닐적에 별주부는 한곳을 바라보니 분명히 토끼가 있을듯허야 화상을 피어들고 바라보니
분명히 토끼가 있는지라 "저기 앉은게 토생원이오?" 하고 부른다는 것이 수로만리를 아래턱으로 밀고나와
아래턱이 뻣뻣하야 퇴짜를 호자로 붙여 한번 불러보는디
<창조>
"저기 주둥이 벌근허고 얼숭 덜숭헌게 퇴퇴퇴 호생원 아니오?"허고 불러노니
첩첩 산중의 호랭이가 생월말 듣기는 처음이라 반겨듣고 나려오는디
<엇모리>
범나려 온다 범이 나려온다 송림 깊은 골로 한김생이 내려온다 누에머리를 흔들며 양귀 쭉 찢어지고
몸은 얼쑹덜쑹 꼬리는 잔뜩 한발이 넘고 동이 같은 앞다리 전동같은 뒷다리 새낫같은 발톱으로 엄동설한 백설격으로
잔디뿌리 왕모래 좌르르르르르 헛치고 주홍입 쩍 벌리고 자래 앞에거 우뚝서 홍행홍행 허는 소리
산천이 뒤덮고 땅이 툭 깨지난 듯 자라가 깜짝놀래 목을 움치고 가만히 엎졌을 때
<아니리>
호랭이가 내려와 살펴보니 아무것도 없고 누어말라버린 쇠똥같은것밖에 없지 "아니 이게 날 불렀나?"
이리 보아도 둥글 저리보아도 둥글 우둥글 납잡이냐? 허고 불러노니 아무 대답이 없으니 아마 이게
하느님 똥인가보다 하느님 똥을 먹으면 만병통치 약이라 허더라 그 억센 발톱으로 자라복판을 꼬가 집고
먹기로 작정을 허니 자라 겨우 입부리만 내어 "자! 우리 통성명 합시다. " 호랭이 깜짝 놀라
"이크! 이것이 날더러 통성명을 허자구?" "오 나는 이 산중 지키는 호생원이다 너는 명색이 무엇인고?"
"예 저는 수국 전옥주부공신(典獄主簿功臣) 사대손 별주부 자라라하오" 호랭이가 자라란 말을 듣고 한번 놀아보는디,
<중중모리>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나 절씨구 내 평생 원허기를 왕배탕이 월일러니 다행이 만났으니 맛좋은 진미를
비여 먹어보자." 자라가 기가맥혀 "아이고! 나 자라 아니오!" "그러면 네가 무엇이냐?" "나 두꺼비요!"
"니가 두꺼비면 더욱 좋다 너를 산채로 불에 살라 술에 타 먹었으면 만병회춘 명약이라 두말 말고 먹자.
으르르르르르르르 어흥!" 자라가 기가 맥혀 "아이고! 이 급살마질 것이 동의보감(東醫寶鑑)을 살라서
먹었는지 먹기로만 드는구나!"
<아니리>
별주부가 한 꾀를 얼른내고 목을 길게 빼어 호랭이 앞으로 바짝바짝 달려들며 "자 ! 목나가오 목나가!"
"호랭이 깜짝 놀라 "그만 나오시오 그만 나와! 이렇듯 나오다가는 하루 일천오백발도 더 나오겠소.
어찌 그리 조그마한 분이 목이 들랑달랑 뒤움치기를 잘 하시오" "오 이놈 내 목내력을 말할테니 들어봐라"
<휘모리>
우리 수국 퇴락하야 천여칸 기와집을 내 솜씨로 올리려다 목으로 철컥 떨어져 이 병신이 되었으니
명의더러 물은즉 호랑이 쓸개가 좋다허기로 도량귀신 잡어타고 호랑이 사냥을 나왔으니 네가 일찍 호랑이냐
쓸개 한 봉 못주겠나 도량귀신 게 있느냐 비수 검드는 칼로 이 호랑이 배 갈라라 !" 앞으로 바짝 기여들어
도리랑 도리랑
<아니리>
호랭이 다리를 꽉 물고 뺑뺑 돌아노니 어찌 호랭이가 아팠던지 거기서 의주압록강까지를 도망을 했겄다.
거기서 저혼자 장담하는 말이 "아따! 그놈 참 용맹 무서운 놈이로다 나나 된게(되니까) 여기까지살아왔지
다른 놈 같으면 영락없이 죽었을 것이다." 그 때여 별주부는 호랭이를 쫓은 후에 곰곰히 생각허니
호랭이라 허는 것은 산중의 영물이라 내 눈에 와서 보일진대 목욕재계 정히하고 산신제를 한번 지내는디,
<진양>
계변양류(溪邊楊柳) 늘어진 반송가지를 앞이로 자끗 꺾어내여 진토를 쓸어 버리고 암상으로 제판삼고
낙엽으로 먼지를 깔고 산과 목실을 주워다가 방위 가려서 갈라놓고 은어 한 마리 잡어내어
어동 육서로 받쳐놓고 석하으 배례허여 지성으로 독축을 헌다.
<축문>
유세차(維歲次) 갑신 유월 갑신삭(甲申朔) 임자 초칠일 남해 수궁 별주부 자라 감소 고우(敢昭告于)
상천일월성신 후토 명산 신령전 지성으로 비나이다.용 왕이 우연 득병하야 선의도사 문병후에 토끼간이 낫사오니
중산토끼 한 마리를 허급(許給) 허옵심을 상사 상향(常事尙饗)
<아니리>
빌기를 다한 후에,
<중중모리>
한 곳을 바라보니 묘한 짐승이 앉었네, 두 귀를 쫑긋 눈은 도리도리 허리는 늘신 꽁댕이 모똑 좌편 청산이오
우편은 녹순듸 녹수청산에 애굽은 장송 휘늘어진 양류속 들랑달랑 오락가락 앙그주춤 기난토끼 산중퇴 월중퇴.
자라가 보고서 괴이 여겨 화상을 보고 토끼를 보니 분명한 토끼라 보고서 반기여겨 "저기 섰는게 퇴생원 아니오 ? "
토끼가 듣고서 좋아라고 깡짱 뛰어 나오면서 "거 뉘가 날 찾나? 날 찾을 리가 없겄마는 거 누구가 날 찾어.
기산영수소부허유(箕山潁水巢父許由) 피서 가자고 날 찾나. 수양산 백이숙제 채미(采薇) 허자고 날 찾나
백화심처 일승귀(百花深處一僧歸) 춘풍석교(春風石橋) 화림중 성진화상(性眞和尙)이 날 찾나
완월장취(玩月長醉) 강남태백 기경상천(起耕上天) 험한길 함께 가자고 날 찾나 도화유수 무릉 거주속객(擧酒屬客)이 날 찾나
청산기주 백로탄 여동빈(呂洞賓)이 날 찾나 처산중운심(處山中雲深)헌디 부지처(不知處) 오신 손님
날 찾을 이 만무로구나 거 누구가 날 찾나 건너산 색시 토끼가 연분을 맺자고 날 찾나 "
요리로 깡충 저리로 깡충 짜웃둥(갸웃둥) 거리고 내려온다.
<아니리>
이리 한찬 매려오다가 별주부하고 후닥탁 들어 받았겄다. "아이고 코야! 아이고 이맛빡이야!
어어 초면에 남의 이맛빡은 왜 이렇게 받으시오 자! 우리 통성명이나 합시다" "그럽시다!" "게서는 뉘라 하시오"
"예 나는 수국 전옥주부공신 사대손 별주부 자라라 하오 게 손은 뉘라 하오?" "예 나는 세상에서 이음양 순사시(理陰陽順四時)하던
예부상서(禮部尙書) 월퇴(月兎) 일러니 도약주 대취하야 장생약 그릇찧고 적하중산(謫下中山)하야 머무른지 오랠러니
세상에서 부르기를 명생이 퇴선생이라 부르오" 별주부 듣고 함소 왈 "퇴선생 높은 이름 들은지 오랠러니
오늘날 상봉기는 하상견지(何相見之) 많이허여 만만무고 불측(晩晩無故不測)이로소이다. 아닌게 아니라 잘났소 잘났어
진세에서 몰라 그렇지 우리 수국을 들어가면 훈련대장은 꼭 하실 것이요. 미인미색을 밤낮으로 데리고 동락을 할 것이니
그 아니좋소? 그러나 퇴선생은 이 세상에서 무슨 재미로 살으시오"
" 뭐, 나 지내는 재미는 무상이지요마는 세상 흥미를 한번 이를테니 들어 보시오"
<중모리>
임자없는 녹수청산 일모황혼(日暮黃昏) 저문날에 월출동령(月出東嶺)의 잠얼깨어 청림벽계(靑林碧溪) 집을 삼고
값이 없는 산과 목실 양식을 삼어서 감식헐제 신여부운(身如浮雲) 일이 없어 명산 찾어 완경헐제
여산동남 오로봉(廬山東南五老峰)과 진국명산 만장봉과 봉래방장 영주 삼산이며 태산 숭산 형산 화산
만학천봉(萬壑千峰) 구월섬곡 삼각계룡 금강산 아미산 수양산을 아니 본곳없이 모두 놀고 영주 삼산이며
완완히 기어올라 흑운을 박차고 백운을 무릅쓰고 여산낙조경과 위국(廬山落照經過 魏國)의 일출경을 완완히 세밀허니
등태산소천하(登泰山小天下)의 공부자의 대관(戴冠)인들이어서 더 하드란 말이냐 밤이며는 완월구경 낮이되면 유산헐제
이따금 심심허면 적송자 안기생(安期生)을 종아리 때리고 강산풍경 흥미간에 지상신선이 나뿐인가
<아니리>
"아닌게 아니라 잘 지내시오 당신은 발맵시도 오입쟁이로 생겼거니와 풍채가참 잘 생겼소.
그러나 미간에 화망살(禍亡煞)이 비쳐 이 세상에 있고보면 죽을지경을 꼭 여덟 번 당하겠소."
"어 그분 초면에 방정맞은 소리를 허는군 그래. 내 모양이 어째서 그렇게 생겼단 말이요."
"내가 이를테니 한번 들어보시오."
<자진모리>
"일개한퇴 그대 신세 삼촌구추(三春九秋)를 다 지내고 대한엄동 설한풍에 만학에 눈쌓이고 천봉에 바람이 칠제
앵무원앙이 끊어졌네 화초목실 없어질제 어둑한 바위밑에 고픈배 틀어잡고 발바닥만 할짝할짝 더진 듯이
앉은 거동 초회왕(楚懷王)의 원혼이요 일월고초 북해상소중랑(北海上蘇中郞) 원혼이요 거의 주려 죽을토끼
새우등 구부리고 삼동고생을 겨우 지내 벽도홍행 춘일월(碧桃紅杏春二月)에 주린 구복(口腹)을 채우랴고
심산중곡을 찾고 찾어 이리저리 지낼적에 골골히 묻힌건 목달개 음찰기요 봉봉이 섯난 건 매 받는 응주(鷹主)로다,
목달개 거치게 되면 결항치사(結項致死)가 대량대량 제수고기가 될 것이요 청천에 떴난건 토끼 대구리 덮치려고
우그리고 드난 것은 기슭으로 휘여들어 모릿꾼 사냥개 험산골로 기어올라 퍼긋퍼긋 뛰어갈제 토끼놀래 호드득 호드득
추월자 매놓아라 해동청 보라매 귀뚜리매 빼지새 공작 이마루 도리당사 적굴새 방울떨쳐 쭉지끼고 수루루루루루루루루
그대귓전 양발로 당그랗게 집어다가 꼬부랑한 주둥이로 양미간 골치대목을 꽉꽉꽉!"
"허 그분! 방정맞은 소리말래도" 점점 더허는디 "그러면 뉘가 게 있간디요. 산중등으로 돌지 중등으로 돌며는
송하에 숨은 포수 오난 토끼 노(쏠)리고 불대라는 도포수 풀감토 푸삼을 입고 상사배물에 왜물조총(倭物鳥銃)
화약답사실을 얼른 넣어 반달같은 방아쇠 고초같은 불을 얹어 한눈 찌그리고 반만 일어서서 닫는 토끼 찡그려보고
꾸르르르르르 탕!" "허그분 방정맞은 소리말래도" 점점 더 하는디 "그러면 뉘가 게 있간디요 훤헌들로 내리제
들로 내리면 초동목수(樵童牧揷) 아이들이 몽둥이 들어메고 없는개 호구리고 워리두둑 쫓는 양은 선술먹은 초군이요
그대 간장 생각허니 백등칠일 곤궁(白登七日困窮) 한태조간장 층암절벽 석간틈으로 기운없이 올라갈제
쩌른 꼬리를 샅에껴 요리깡충 조리깡충 깡충접동 뛰놀제 목궁기 쓴내나고 밑궁기 조총놓니 그 아니 팔난인가
팔난세상 나는 싫네 조생모사(朝生暮死) 자네신세 한가허다고 뉘 이르며 무슨 정으로 유산 무슨정으로 완월 ,
아까 안기생 적송자 종아리 때렸다는 그런 거짓부렁이를 뉘 앞에서 내 놓습나"
<아니리>
토끼가 가만히 듣더니 "그 말 참 꼭 옳소 영락없이 그렇소 그러나 대체 별주부 관상 잘 보시오
내 세상은 그렇다 허거니와 수궁 흥미는 어떠하오?" "우리 수궁 흥미야 좋지요 수궁풍경 반겨듣고
가자허면 마다 할 수 없고 가자헌들 갈수 없으니 애당초에 듣지도 마시오." "내가 만일 듣고 가자허면 쇠아들놈이오
어서 한번 들어봅시다." "그럼 내가 이를테니 들어보오"
<진양>
우리 수궁 별천지라 천양지간에 해위최대(海爲最大)허고 만물지중에 신위최령(神爲最靈)이라
무변대해에다 천여칸 집을 짓고 유리(琉璃)기둥 호박주초 주란화각(朱欄畵閣)이 반공으 솟았난디
우리용왕 즉위허사만족귀시(滿族貴示)허고 백성으게 안덕이라 앵무병(鸚鵡甁) 천일주와 천빈옥반(千賓玉盤)
담은 안주 불로초 불사약을 취토록 먹은후에 취흥이 도도헐제 적벽강 소자첨과 채석강 태백 흥미
예 와서 알았으면 이 세상에 왜 있으리 채약허던 진시황과 구선허든 한무제도 이런 재미를 알았든들
이 세상에 있을손가 잘난 세상을 다 버리고 퇴서방도 수궁을 가면 훨씬 벗은 저 풍골에 좋은 벼슬을 헐 것이요
미인미색을 밤낮으로 다리고 만세동락(萬歲同樂)을 헐 것이요.
<아니리>
어떻게 별주부가 말을 잘 해놓았던지 토끼가 싹 둘렸겄다.할 일없이 수국으로 따라가는디
<단중모리>
자라는 앞에서 앙금앙금 토끼는 뒤에서 깡충깡충 원로수변(遠路水邊)을 내려갈제 건너산 바위틈에
여우란 놈이 나 앉으며 "여봐라 토끼야 !" "와야 " "너 어디가느냐?" "나 수궁간다" "너 수궁은 무엇허러 가느냐"
"나 별주부 따라서 벼슬하러 간다" "허허 자식 실없는놈 ! 불쌍타 저 퇴공아 녹녹한 네놈 마음 말려 뭣허랴마는
고인이 이르기를 퇴사 호비(兎死狐悲)라 허였으니 너와 나와 이 산중에 암혈에 깃들이고 임천에 같이 놀아
풍월로 벗을 삼고 비 오고 안개낀 발자취 서로 찾어 동성삼어 동기상통 일시 이별을 마잤더니 저 지경이 웬일이냐
옛말을 못들었나 칼 잘쓰는 위인 형가(刑軻) 역수한파(易水寒波) 슬픈소리 장사일거 제모왔고 천추원한 초희왕도
진무관에 한번가서 다시 오지를 못허였구나. 가지마라 가지마라 수궁이라 허는데는 한번 가면 다시 못오느니라
위방불입 난방불거(危邦不入 亂方不去) 허니 수궁길을 가지마라"
<아니리>
"여보시오 별주부 우리 여우사촌 아니었더라면 큰일날뻔했소. 내가 저 물속 들어가서 용왕이 된다해도 정말 못가겠소"
별주부 기가막혀 "올테면오고 말테면 마시오마는 저 놈 심술이나 들어보시오 먹을데가 있으면 지가 앞을 서서가고
죽을데가 있으면 퇴서방을 앞세워 갈터이니 내일 아침 더군다나 김포수 날랜총알 꾸르르르 탕!" "허! 그 탕 소리는 빼래두.
그 분 참 그렇다고 내 안갈 리가 있겄소마는 여기서 수국이 얼마나되오 ?" 별주부가 다시 구변을 내 놓는데
<중모리>
수궁천리 머다마소 맹자도 불원천리 양혜왕을 가 보았고 위수어부 강태공도 문왕따라 입주를 허고
한개도창 촉도난(漢漑渡倉蜀道難)은 황면장군 한신이 소하(蕭何)따라 한중가서 대장단에 올랐으니
퇴서방도 나를 따라서 우리 수궁을 들어가면 좋은 벼슬을 헐 것이니 염려말고 따러갑세." "그러며는 갑세!"
강상을 바라보니 도요 도용 떴난배는 한가헌 초강어부 풍월실러 가는 밴지 십리장강 벽파상으 왕래를 허든 거룻밴지
오호상연월 속에 범상공 노던밴지 동강 칠리탄어 엄자릉으 낚시밴지 양양창파(洋洋滄波) 노니난디
쌍쌍백구가 줄이어 떴네 소소 추풍 양안귀(蕭蕭秋風兩雁歸)는 슬피 우는 저기럭아 니 어디로 행하느냐
소상으로 행하느냐 동정으로 가랴느냐 가지말고 게 잠깐 머물러 나의 한말 듣고가라 백운청산 놀든 토끼가
수궁천리 내가 들어가드라고 우리 벗님 앵무(鸚鵡)전으 그말 쪼끔 브디 전허여라.
잔말을 허고 내려갈제 그 날사말고 풍일이 사나와 물결이 워르르르르르르 출렁 쐬에 뒤뚱거려 흘러가네
<아니리>
그 날사말고 풍일이 사나와 물결이 워르르르르르 출렁출렁허니 토끼 기가막혀
"아이고 ! 저 물을 보아라 내가 저 물속에 들어가서 용왕이 된다해도 정말 못가겠다"
이 놈이 따뜻한 양지쪽엘 찾아가서 그 얼골을 좋은 반찬토막 되작거리듯 되작되작하고 귀를 털고 앉았으니
별주부 기가막혀 "야! 이놈아 벼슬허러 가자는데 용당개 뒷줄 땡기듯 자시는꼴 이거 아니꼽살 스러워서 못보겄다.
올테면 오고 말테면 말아라 이믈이 얼마나 깊다고 그러느냐" 물에가서 동당 동당 떠노니 토끼 하는 말이
"여보시오 별주부 내 그렇다 아니갈리 있겠소? 좋은 수가 있소.버드나무 가지잡고 뒤발 잠가보아 목물지면 가되
더 깊으면 갈 수 있소?" "글랑은 그리하오. 이 놈이 좋은 꾀 낸체하고 버드나무 가지를 잡고 뒤발을 막 잠글랴 할적에
별주부는 물에서 나는 김생이라 편전(片箭)살과같이 우루루루루룰 달려들어 토끼 뒷발목을 꼭 잡고
<창조>
물속으로 울렁울렁울렁울렁 들어가니 토끼 기가막혀 "아이구 이놈아! 좀 놓아라 숨막혀 못사겄다.!"
"야 이놈아 아가리 벌리지마라 짠물 들어가면 벙어리되고 행여 뱃속에 간 녹을라, 내 등에 가만히 업혀
소상팔경 구경이나 허고 가자구나"
<진양>
범피중류(泛彼中流) 둥덩둥덩 떠나간다 망망헌 창해이며 탕탕헌 물결이로구나.
백빈주(白頻洲) 갈매기는 홍요안(紅蓼岸)으로 날아들고 삼강의 기러기는 한수로 돌아든다.
요량(寮亮)헌 나는 소리 어적(漁笛)이언마는 인불견(曲終人不見)의 수봉(數峰)만 푸르렀다
애내성중만 고수( 乃聲中萬古愁)난 날로두고 이름이라 장사(長沙)를 지내가니 가태부난 간 곳이 없고
멱라수를 바라보니 굴삼려 어복충혼(魚腹忠魂) 무양(無恙)도 허도든가
황학루를 당도허니 일모향관 하처시(日暮鄕關何處示)요 연파강상으 사인수(煙波江上使人愁)난 최호(崔灝)으 유적인가
봉황대를 다다르니 삼산은 반락 청천외(三山半落靑天外)요 이수중분백로주(二水中分白鷺洲)난 이태백이 놀든디요
삼양강(尋陽江)을 들어가니 백낙천 일거후에 비파성도 끊어졌다. 적벽강을 그저가랴 소동파 놀던 곳은 의구하야 있다마는
조맹덕 일세지웅 이금(一世之雄而今)에 안재재(安在哉)요
월락오제(月落烏啼) 깊은 밤에 고소성에다 배를 매고 한산사 쇠북소리는 객선으 뎅뎅 떨어진다.
진희수를 바라보니 격강으 상녀(隔江商女)들은 망국한을 모르고서 연롱한수 월롱사(煙籠寒水月籠沙)에 후정화(後庭花)만 부르드라
소상강 들어가니 악양루 높은 집에 호상으 높이 떴다 동으로 바라보니 삼백척 부상(三百尺扶桑)까지 일륜홍이 어려있고
바다가 뒷끓으며 어룡이 출몰허고 한곳을 당도허니 금계소리가 쨍그랭쨍 들리거날 눈을 들어 살펴보니
흰옥현판(白玉懸板)에 황금대자로 남해수궁 수정문이라 둥두렸이 새겼난디 토끼가 보고서 좋아라고 헌다.
<아니리>
"아닌게아니라 대체 좋소 좋아 어서 들어가서 나 훈련대장 좀 꼭 허게하여 주시오." "아따 글랑 염려마시오.
그런데 여기 가만히 앉어계시다가 혹시 토끼 잡아들여라 허거든 놀래지 마시오" "어찌 그렇단 말이요"
"세상같고 보면 훈련대장 입시하라 하는 그 말이요" "그 법 참 말질(末質)법이요 내가 훈련대장하게 되면
그 법은 딱 뜯어 고칠라요" "글랑은 그리하시오" 그때여 별주부는 영덕전 너른뜰 공손히 복지하야 여짜오되
"만리세상 나갔던 별주부 현신이요 " 용왕이 반기허사 "수로만리를 무사히 다녀왔으며 토끼를 어찌하고 왔는고?"
"예 토끼를 생금(生擒)하야 궐문밖에 대령하였나이다." "그럼 토끼를 빨리 잡아드리도록 하여라" 허고 영을 내려노니
<자진모리>
좌우나졸 금군 모조리 순령수 일시에 내달아 토끼를 애워쌀제 진황 만리장성쌓듯 산양(山陽)싸움에 마초(馬超)쌓듯
첩첩이 들러싸고 토끼들이쳐 잡는 거 영문출사(營門出師) 도적잡듯 토끼 두 귀를 꽉 잡고 "네가 이놈 토끼냐?"
토끼 기가막혀 별렁벌렁 떨며 "토끼 아니요" "그러면 네가 무엇이냐" "개요" "개같으면 더욱 좋다
삼복다름에 널르 잡아 약개장도 좋거니와 니 간을 내여 오계탕(烏鷄湯) 대려먹고 니 껍질 베껴내여 잘양모아서 깔게 되면
어혈 내종 혈담에는 만병회춘 명약이라 이 강아지 몰아가자" "아이고 내가 개도 아니오" "그러면 네가 무엇이야 "
"송아치지요" "소 같으면 더욱 좋다 도판(屠板:소 잡는곳)에 너를 잡아 뒷핏죽 살찐 다리 양 횟간 천엽 콩팥
후박없이 노놔먹고 네 뿔 빼어 활도 메고 네 가죽 베껴내어 신도짓고 북도메고 똥오줌은 거름을 허니 버릴 것 없느니라
이 송아지이 몰아가자" 토끼가 생각을 허니 날도 뛰도 못허고 꼼짝딸싹없이 죽었구나 "아이고 내가 소도 아니오"
"그러면 니가 무엇이야" "망아지새끼지요 " "말 같으면 더욱 좋다 선관목(先觀目) 후관족(後觀足)이라
요단항장 천리마(腰短項長千里馬)로다 연왕(燕王)도 오백금으로 죽은뼈 사셨으니 너를 산채 몰아다가
대왕전에 바쳤으면 천금상을 아니주랴 들거라" 우 토끼를 결박하야 빨그런 주장대로 꾹찔러 들어매니
토끼 하릴없이 대랑대랑 매달려 "아이고 이놈 별주부야" "와야" "나 탄게 이게 무엇이냐" "오 그게 수궁남여(水宮藍輿)라 하는 것이다"
"아이고 이 급살을 맞을 여러 남녀 두 번만 타거드면 옹두리 뼈도 안남겄네" 토끼를 결박하야 영덕전 너른뜰 동댕이쳐
"예 ~ 토끼 잡아들였소"
<아니리>
토끼 잡혀 들어가 사면을 살펴보니 강한지장(江漢之將)과 천택지신(川澤之臣)이 좌우로 옹위(擁衛)를 하였거날
눈만 깜작깜작하고 있을적에 용왕이 분부를 허시되 "네 토끼 듣거라 내 우연 득병허여 명의다려 물은즉
네 간이 으뜸이라하기로 우리 수궁에 어진 신하를 내보내여 너를 잡아 왔으니 죽노라 한을마라"
토끼가 생각허니 저놈한테 속절없이 끌려와서 꼭 죽게 되었고나 한 꾀를 얼른 내어 배를 의심없이 척 내밀며
"자아 내~배 따보시오" 용왕이 생각하시기를 저놈이 배를 안 따일랴고 무수히 잔말이 심할 터인데
저리 의심없이 배를 척 내미는 것이 필유곡절(必有曲折)이로구나 "니가 무슨 말이 있거든 말이나 허고 죽으려무나"
"아니요 내가 말을 해도 고지 아니 들으실터이니 두 말말고 내 배 따보시오" "아니 이녀석아 이왕의 죽을바에야
말이나 허고 죽으려무나"
<중모리>
"말을 허라니 허오리다,말을 허라니 허오리다 태산이 붕퇴(崩頹)허여 오성이 음음헌디 실갈성(時日曷喪)
노래소리 탐학(貪虐)한 상주임군 성현의 뱃속에 칠궁기가 있다기로 비간(脾肝)으 배를 갈러 무고이 죽였으나
일곱궁기 없었으니 소퇴도 배를 갈러 간이 들었으면 좋으려니와 만일에 간이 없고보면은불쌍한 퇴명만 끊사오니
뉘를 보고 달라허며 어찌 다시 구허리까 당장으 배를 따서 보옵소서" 용왕이 듣고 진노허여 "이놈!
니말이 모두다 당치 않은 말이로구나 의서에 이르기를 비수병즉구불능식(脾受病則口不能食)허고
담수병죽설불능언(膽受病則舌不能言)허고 신수병즉이불능청(腎受病則耳不能聽)허고 간수병즉목불능시(肝受病則目不能視)라
간이 없고야 눈을 들어 만물을 보느냐 ?" "소퇴가 아뢰리다 소퇴의 간인즉 월륜정기(月輪精氣)로 생겼삽더니
보름이면 간을 내고 그믐이면 간을 들이내다 세상의 병객들이 소퇴 곧 얼른허면 간을 달라고 보채기로
간을 내어 파초잎에다 꼭꼭 싸서 칡노로 칭칭 동여 의주 석산계수나무 느러진 상상가지 끝끝트리 달아매고
도화유수옥계변(桃花流水玉溪邊)의 탁족(濯足:발 씻음)허러 내려왔다 우연히 주부를 만나 수궁흥미가 좋타기로
완경차로 왔나이다" 용왕이 듣고 진노허여 "이놈! 네말이 모두다 당치않은 말이로구나 사람이나 짐승이나
일신지 내장은 다를바가 없는디 네가 어찌 간을 내고 드리고 임의로 출입헌단 말이냐 ?" 토끼가 당돌히 여짜오되
"대왕은 지기일이요 미지기이(知其一未知其二)로소이다 복희씨는 어이하야 사신인수(蛇身人首)가 되었으며
신롱씨 어쩐일로 인신우두(人身牛頭)가 되 으며 대왕은 어찌하야 꼬리가 저리지드란 허옵고 소퇴는
무슨일로 꼬리가 요리 묘똑허옵고 대왕의 옥체에는 비늘이 번쩍번쩍 소퇴의 몸에난 털이 요리 송살송살
까마귀로 일러도 오전 까마귀 쓸게있고 오후 까마귀 쓸게 없으니 인생만물 비금주수가 한가지라
뻑뻑 우기니 답답지 아니 허오리까" 용왕이 듣고 돌리느라고 "그리허면 네 간을 내고 드리고 임의로
출입허는 표가 있느냐?" "예! 있지요 ." "어디보자!" "자아 보시오." 빨그런 궁기가 셋이 늘어 있거날
"저 궁기 모두다 어쩐 내력이냐?" "예 내력을 아뢰리다 한 궁기는 대변보고 또 한 궁기로는 소변보고
남은 궁기로는 간을 내고 드리고 임의로 출입허나이다. " "그러허면 네 간을 어데로 넣고 어데로 내느냐?"
"입으로 넣고 밑궁기로 내놓오니 만물시생(萬物始生)이 동방 삼팔목(東方三八木) 남방 이칠화(南方二七火)
서방 사구금(西方四九金) 북방 일륙수(北方一六水) 중앙 오십토(中央五十土) 천지음양 오색광채
아침안개 저녁이슬 화하야 입으로 넣고 밑궁기로 내 오니 만병회춘 명약이라 으뜸약이 되나니다.
미련트라 저 주부야 세상에서 날 보고 이런 이약(이야기)을 허였으면 간을 팥낱만큼 떼여다가 대왕병도
즉차(卽差)허고 너도 충성이 나타나서 양주 양합이 좋을 것을 미련허드라 저 주부야 만시지탄(晩時之歎)이 쓸데가 없네"
<아니리>
토끼가 어찌 궤변(詭辯)을 늘어놨든지 용왕이 딱 돌렸던가보더라 "여봐라 토공을 해하는자는 정배(定配)를 보낼터이니
각별히 조심허고 술상 한상 차려 오너라" 뜻밖에 수궁풍류가 낭자헐적에
<엇모리>
왕자진(王子晋)의 봉피리 곽처사(郭處士) 죽장구 쩌지렁쿵 정저쿵 석연자(石連子) 거문고 설그덩 둥덩덩
장자방의 옥퉁수 띳띠루 띠루 띠루 해강의 해금이며 완적(玩績)으 휫파람 격타고 취용적(吹龍笛) 능파사(凌波詞)
보허사(步虛詞) 우의곡(羽依曲) 채련곡(採蓮曲) 곁드려서 노래헐제 낭자헌 풍악소리 수궁이 진동헌다
토끼도 신명내어
<아니리>
앞발을 묏산자 뽄으로 딱 추켜 들더니 한번 놀아보겄다.
<중중모리>
앞내 버들은 청포장(靑布帳) 두르고 두시내 버들은 유록장(柳綠帳) 둘러 한가지는 찢어지고 또 한가지는 늘어저
춘비춘흥(春飛春興)을 못이기여 바람부는대로 물결치는대로 흔들흔들 흔들 흔들 흔들 흔들 노닐적에
어머니는 동이를 이고 아버지는 노구를 지고 노고지리지리 노고지리 앞발을 번쩍 추켜들드니 촐랑촐랑이 노닌다.
<아니리>
아리 한참 노닐적에 대장 범치란 놈이 토끼 뒤를 졸졸따라 댕기닥 촐랑촐랑 소리를 듣더니 "아따 야들아!
토끼 뱃속에 간 들었다!" 고함을 질러노니 토끼가 깜짝놀라 주저앉으며 "아니 어느 시러배 아들놈이
내 뱃속에 간 들었다 하느냐 못먹는 술을 빈뱃속에다가 서너잔 부었더니 아마 똥덩이가 촐랑촐랑허는 소리인지 모르겄다"
장담은 허였으나 내가 이렇게 오래지체 허다가는 배를 꼭따일 모양이라 용왕께 하직을 허는디
"대왕의 병세 만만위중하오니 소신이 세상을 빨리나가 간을 속히 가지고 오겠나이다" 용왕이 이 말을 듣더니
"여봐라 별주부는 토공을 모시고 세상을 나가 간을 주거들랑은 속히 가지고 오도록 허여라!"허고 영을 내려노니
별주부 기가 막혀
<중중모리>
별주부가 울며 여짜오되 "토끼란놈 본시 간사하와 뱃속에 달린 간 아니내고보면은 초목금수라도 비소헐테요
맹획종칠금(七縱七擒)허던 제갈량의 재조(재주) 아니여든 한번 놓아보낸 토끼를 어찌 다시구허리까 당장으
배를 따 보아 간이 들었으면 좋으려니와 만일에 간이 없고보면 소신의 구족을 멸하여 주옵고 소신을 능지처참허드래도
여한이 없사오니 당장 배를 따 보옵소서" 토끼가 기가맥혀 "여봐라 이놈 별주부야,야 이놈 몹쓸 놈아 왕명이 지중커늘
니가 어찌 기만허랴 옛말을 니가 못들었느냐 하걸 학정(夏傑虐政)으로 용방(龍龐)을 살해코 미구에 망국되었으니,
너도 이놈 내 배를 따 보아 간이 들었으면 좋으려니와 만일에 간이 없고보면 불쌍헌 나의 목숨이 너의 나라 사가(史家) 되어
너의 용왕 백년 살 때 하루도 못살테요 너의 나라 만조백관 한날 한시에 모두다 몰살 시키리라 아니 엿다 배 갈러라
아나 엿다 배 갈러라 아아나 엿다 배 갈러라 똥밖그는 든 것 없다 내 배를 갈러 니 보아라!"
<아니리>
"왜 이리 잔말이 심헌고 어서 빨리 나가도록 해라 !" 별주부 하릴없이 토끼를 업고 세상을 나오며
"야 이놈 토끼야 내가 가기는 가되 너 이놈 속은 있을 것이다"
<진양>
가자 가자 어서 가자 이수를 지내여 백로주(白鷺洲)를 어서 가자 고국산천을 바라보니 청천외(靑天外) 멀어있고
일락장사 추색원(日落長沙秋色遠)허니 부지하처 조상군(不知何處弔湘君)고 한곳을 당도허니 한군자 서 있으되
푸른옷입고 거문관을 쓰고 문왈 "퇴공은 하이지차하오" 토끼가 듣고 대답을 허되
"회족 청산(回足靑山)허니 관불과 제관(觀不過諸觀)이요 탁족무림(濁足無臨)허고 태불과 봉황이라
소무지식허고 유매평생이라"
한곳을 당도허니 돛대치는 저 사공은 월범려(越范 ) 아닐른가 함외장강 공자류(檻外長江空子流)난 등왕각(藤王閣)이 여기로구나
<중중모리>
백마주 바삐 지내여 적벽강을 당도허니 소자첨 범중류로다 동산에 달 떠오네 두우간(斗牛之間) 배회허고
백로횡강(白露橫江)함께 가 소지노화월일선(笑指蘆花月溢船) 초강어부가 비인배 기경선자(騎鯨仙子) 간 연후에
공추월지단단(空秋月之團團) 자라등에다 저 반달 실어라 우리고향을 어서가 환산 농명월(還山弄明月)
원해근산 좋을시구 기주로 돌아들적에 어조허던 강태공은 위수로 돌아들고 은린옥척(銀鱗玉尺)뿐이라 벽해수변을
당도허여 깡창 뛰여 내리며 모르는체 가는구나.
<아니리>
별주부 기가막혀 "여보 토공! 여보 토공 간좀 빨리 가지고 오시오"가든 토끼 돌아다보며 욕을 한번 퍼 붓는디
<중모리>
"제기를 붙고 발기를 갈 녀석 뱃속에 달린 간을 어찌내고드린단 말이냐 미련허드라 미련허드라 너그 용왕이 미련허드라
너그 용왕 실겁기 날같고 내 미련키 너그 용왕같거드면 영락없이 즉을걸 내 밑궁기 서이 아니였드라면
내 목숨이 살어나리 내 돌아간다 내가 돌아간다 백운청산으로 나는 간다"
<아니리>
별주부 기가맥혀 "아이고 퇴공 간 좀 팥낱만큼만 띠여주고 가란말이요 " 가든 토끼 힐끗 돌아서며
"너 이놈 별주부야 너를 담박에 내민 바위에다 옹기짐을 부시듯 콱 부셔 죽일 일이로되 수로만리를
나를 업고 다닌 정성으로 너를 살려줄 것이니 이 다음에는 다시 그런 보초떼기 없는 짓을 하지말어라
그리고 네 정성이 지극허니 너의 용왕에 먹일 약이나 하나 일러주마. 수궁에 들어가면 암자라이뿐놈 많이 쌓였드구나
하루 일천오백마리씩만 잡아서 석달 열흘간 먹이고 복쟁이 쓸갤르 천석을 만들어서 양일간에 다 먹으면
죽던지 살던지 양단간에 끝이 날 것이다.자 나는 간다 어서 들어가거라"
<창조>
별주부는 하릴없이 수궁으로 들어가고
<아니리>
토끼란 놈은 살아났다고 이리뛰고 저리뛰고 방정을 떨다가 탁 그물에 걸렸겄다.
<창조>
"아이고 이 일을 어쩔거나 차라리 내가 수궁에서 죽었드라면 정초 한식 단오 추석이나 받어먹을 것을
이제는 뉘놈의 뱃속에다 장사를 헐거나"
<아니리>
이리한참 설리 울며 축 쳐져있을적에 쉬파리떼가 윙 날라드니 토끼 어찌 좋았던지
"아이고 쉬낭청 사촌님네들 어데갔다 인제 오시오" 쉬파리떼들이 깜짝놀래 "이놈 죽은줄 알고 쉬 쉴라고 왔더니 너 살었구나 네 이놈 그물에 걸렸으니 속절없이 죽게 생겼구나"
"죽고 살기는 내 재주에 매였아오나 내 몸에다 쉬나 좀 실어주시오"
"니가 꾀를 부릴 양으로 쉬를 실어달라하지만 사람의 손을 당할소냐?"
"사람의 손이 어떻단 말씀이요?" "내가 이를테니 들어봐라"
<자진모리>
"사람의 내력을 들어라 사람의 내력을 들어봐라 사람의 손이라 허는 것은 엎어노면 하늘이요 됫세노면 땅인디
요리조리 금이기는 일월 다니는 길이요 엄지장가락이 두마디기는 천지인 삼재요 지가락이 장가락만 못허기는
정월 이월 삼월 장가락이 그중에 길기는 사월 오월 유월이요 무명지가락이 장가락만 못허기는
칠월 팔월 구월이요 소지가 그중에 짜룹기는 시월 동지 섣달인디 자오 묘유가 여가 있고 건감간진 손이곤태(乾坎艮震巽離坤兌)
삼천팔쾌(先天八卦)가 여가 있고 불도로 두고 일러도 감중연(坎中連) 간상연(艮上連) 여가있고
육도기문(六道記文)에 대장경(大藏經) 천지가 모두 일장중이니 니 아무리 꾀를 낸들 사람의 손하나
못당허리라 두말말고 너 죽어라"
<아니리>
"그저 죽고살기는 내 재주에 매였으니 내 몸에다 쉬나 좀 실어주시오" 쉬파리떼가 달라들어 쉬를 빈틈없이 담뿍 실어놓고
날아간뒤에 토끼란 놈은 죽은 듯이 엎져 있을적에 그때 마침 초동목수(樵童牧揷) 아이들이 지게갈퀴 짊어지고
뫼나리를 부르며 올라오는디
<중모리>
아이가리너 어이가리너 어이가리너 너와넘차 사람이 세상에 삼겨날제 별로 후박이 없건마는 우리네 팔자는
무슨 여러팔자로서 심심산곡을 다니는가 여보아라 동지들아 너는 저골을 비고 나는 이 골을 비어
부러진 잡목 떨어진 낙엽을 긁고 비고 몽똥거려 위부모처자를 극진공대를 허여보세 어이가리너 너와넘차
<아니리>
이리한참 올라오다가 보니 토끼가 걸려있겄다. "아따 야들아 토끼 걸렸다 거 불피워라 구어먹고 가자"
한놈이 썩 들어가 토끼 뒷다리를 쑥 빼여보드니 "야 이놈 걸린지 오래다 쉬를 담뿍 실었구"
"그러면 냄새를 맡아 보아라" 이 놈이 냄새를 맡되 머리쯤 맡았으면 잘 구어먹고 갈 것인데 하필이면
밑구멍에다 맡은 것이 꾀많은 토끼가 수궁에서 참고 나왔던 도토리방구를 스르르르~ 뀌여놓니
꼭 구렁이 썩는 냄새가 나겄다.
"아따 이것 썩었다!" 한놈있다 "썩었으면 내 버려라" 획 집어 내던진 것이 저 건너가서 오똑서서
"어이게 시러배 아들놈들 너희들보다 더한 수궁에 가서 용왕도 속이고 나왔는디
너 같은 놈들한테 죽을소냐?" 토끼란 놈이 살아났다고 신명내어 다시 한번 놀아보는디
<중중모리>
관대장자(寬大長者) 한고조 국량(局量)많기가 날만허며 운주결승(運籌決勝) 장자방이 의사많기가 날만허며
신출귀몰(神出鬼沒) 제갈량이 조화많기 날만허며 무릉도원 신선이라도 한가허기가 날만허며
옛듣던 청산두견 자주 운다 각새소리 타향수궁 겄든 벗님 고국산천이 반가워라 기산광야 너른천지
금잔디 좌르르르르 깔린디 이리뛰고 저리뛰고 깡짱 뛰어 노닐며 "얼시구나 절시구 얼시구 절시구 지화자 좋네
고국산천이 반가워라."
<아니리>
이리한참 노닐적에 독수리란 놈이 어디서 윙 하더니 토끼 대굴박을 후다딱 툭탁! "아이고 장군님 어데갔다 인제오시오 "
"오 내가 둥 떠다니다가 시장해서 너를 잡아 먹을랴고 왔다" "아이구 장군님 어디서부터 잡수실라요"
"맛 좋은 대가리서부터 먹어야겠다"
<창조>
"아이구 장군님 나 죽기는 설찮으나 나의 설움이나 들어보시오"
<아니리>
"아니 이놈아 네가 무슨설움이 있단 말이냐" 이 놈이 청승조로 한번 울어보는디
<중모리>
"아이고 아이고 어쩔거나 아이고 이를 어쩔거나 수궁천리 먼먼길에 겨우겨우 얻어내온 것을
무주공산에다 던져두고 임자없이 죽게되니 이 아니 섧소이까?"
<아니리>
"야 이놈아 그것이 무엇이란 말이냐?" "그것이 다른 것이 아니오라 이번에 제가 수궁엘 들어갔었지요"
"그래서?" "수궁엘 들어갔더니 용왕께서 의사줌치를 하나 주십디다" "그래 그것이 무엇이란 말이냐?"
"그것이 다른 것이 아니오라 이상스럽디다 쫙 펴놓고 보면 궁기가 서너개 뚫렸는디 그래서 한 궁기를 탁 퉁기면서
썩은 도야지 창자 나오니라 허면 그저 꾸역꾸역 나오고 도 한궁기를 툭 퉁기면서 도야지 새끼나 개창자나 나오니라 허면
그저 꾸역꾸역 나오고 또 한궁기를 톡 퉁기면서 삥아리새끼들 나오니라 허면 삥아리새끼가 하루에 일천오백마리씩이나
그저 꾸역꾸역 나오고 무엇이든지 내 소원대로 나오는 그런 좋은 보물을 임자 찾어 못주고 저기저
무주공산에다가 두고 죽게되니 그 아니 원통허요?" "야 이놈 토끼야! 그러면 니 목숨을 살려줄테니 그것좀 날 줄래?"
"아이고 장군님 목숨만 살려주시면 드리고 말고요" "그러면 그것이 어데 있느냐?" "저기 있습니다"
"가자!" 독수리란 놈이 토끼 대굴박을 좋은 소주병 들 듯 딱 들고서 훨훨 날아가더니 "여기냐?"
"예!" 바위옆에다 턱 내려놓고 "나 시장해 못살겄다 어서 빨리 의사줌치좀 내오너라" "장군님
내가 저 안에 들어가서 내올틴께 내 뒤발을 잡고 계시다가 놓아달라는대로 조금씩 놓아 주십시오"
토끼는 꾀가 많은 놈이라 앞발을 바위틈에다 쏙 집어 넣고 버리더니 "장군님 조금만 뇌 주시오,아 닿을만합니다.
조금만 더 쪼끔쪼끔쪼끔...." 허다가 갑자기 뒷발을 탁 차고 바위속으로 쏙 들어가더니
느닷없이 시조반장을 내겄다.
<시창>
세월이 여유허여
<아니리>
"야 이놈 토끼야 ! 아 내가 시장해 죽겠는디 무엇이 그리 한가헌채허고 들어가서 시조를 부르고 앉았느냐?
어서 이리 가져오너라" 토끼가 호령을 하는디 "너 이놈 독술아 내 발길 나가면 니 해골 터질테니 어서 날아가거라!"
"너 이놈 다시 안나올래?" "내가 노래에 출입헐 수도 없고 집에서 손자나 봐주고 지낼란다. 어서 잔말말고 날아가거라
이것이 바로 내가 살어났으니 의사줌치라 하는 것이다."
<엇중모리>
독수리 그제야 돌린줄을 알고 훨훨 날아가고 별주부 정성으로 대왕병도 즉차허고 토끼는 그 산중에서
완연히 늙더라 그 뒤야 뉘가 알리 호가창창 불악이라 더질더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