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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의 내적갈등

by 공현호 posted Apr 0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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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의 내적갈등

2009360343

공현호

사실, 임권택감독의 영화 '서편제'를 접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이 작품을 두 번 감상한 느낌과 처음 감상했을 때의 전체적인 느낌은 다르지 않다. 나는 이 작품의 기본의식에는 항상 한이라는 정서가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작품을 보게 되면서 동호에 대해서 좀 더 깊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처음 영화를 접할 때에는 생각지 못한 측면에 대해서 알아보게 된 것이다.

서편제라는 영화를 보면, 눈이 먼 송화가 지닌 한의 정서가 눈에 들어오기 쉽다. 하지만 지긋지긋한 자신의 처지에서 벗어날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 동호의 심정을 이해해보면, 송화에게서는 읽어낼 수 없는 현실적인 욕구의 정서를 동호에게서 읽어낼 수 있다. 또한 그의 거친 언행 뒤에는 '얼마나 힘든 (그리움과 미안함의)시간이 있었을까' 생각해본다. 그의 행동과정을 생각해보면, 인간적인 욕망의 정서와 더불어 연민의 분위기까지 느낄 수 있다. 그와 송화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께 소리를 배웠다. 소리를 할 때면 마음이 편안하다고 말하는 송화는 아무런 반항심 없이 아버지를 이해한다. 그녀는 자신이 번 돈을 아버지가 술값에 다 써버려도 '얼마나 힘드시면 저러실까'하고 넘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동호의 경우는 다르다. 어찌 보면 아버지와 피를 나눈 사이이기에, 송화보다 더 아버지를 공경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동호는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듯한 유봉의 행동들을 서슴없이 질타한다. 그중 대표적인 대사가 "그깟 소리나 해서 쌀이 나오냐, 밥이 나오냐" 하는 것이다.

물론 동호의 행동들을 무례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더군다나 유봉의 성격이나 그의 과거사들을 종합하여 생각한다면, 더욱이 동호의 행동을 비판 할 수 있다. 유봉은 과거 판소리학당의 수제자였고, 아마 그는 자신의 미래를 낙관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스승에게서 파문당하였고, 그 때문에 자신의 소리를 완성하지 못한 한이 그를 이토록 억척스럽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동호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해보면, 난 그를 쉽게 비판할 수 없다. 물론 그는 부모님의 영향이 지금보다 절대적이었던 시대에 살았다. 하지만 요즘의 사람들은 어른들의 결정에도 하나하나 일의 앞뒤를 따진다. 이러한 시대의 관점에서 볼 때, 어쩌면 동호가 집을 나간 행동은 옳은 것이란 생각이 든다. 동호의 행동이 타당성을 지니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영화 서편제의 시대배경은 전쟁이후에 외국문물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하는 단계이다. 그에 따라 사람들의 생활상에서 차츰 변화가 찾아왔을 것이다. 나는 이러한 나라전체의 변화에서 동호가 분명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앞길이 계획되어 있는 듯한 상황에서의 막막함은 동호의 욕망(한)을 더욱 간절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한 가지 더 동호에게서 찾아낼 수 있는 정서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의 정서이다. 지난 세월을 참아오면서 쌓인 욕망 때문에 갑작스럽게 집을 떠나기는 했지만, 동호는 누이에 대한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을 지니고 있었을 것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상황에서, 아버지의 친구분을 만나서 대화하는 장면을 보면, 그가 표출한 분노가 아버지에 대한 절대적인 부정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약방사장이 말릴 정도로 누이를 찾아헤메는 것을 봐도, 그의 그리움과 연민의 마음이 대단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동호의 행동을 종합적으로 보면, 그의 행동이 다소 모순적이게 보일 수 있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의 행동을 옳다고 여기고 집을 뛰쳐나갔다. 하지만 다시 아버지를 회상하고 끝까지 누이를 찾아 나섰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에는 다시 북을 잡고 누이와 회포를 푸는 장면에서 의아해 했다. 현실적인 생존을 위해 나갔던 만큼, 누이와 다시 만나면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이제 행복하게 사는 게 옳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북을 치며 우는 동호의 모습을 보고는 그들의 삶의 방식에서 아직도 동호가 완전히 멀어지지는 않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생각해 보면서 또 이글을 쓰면서 나와 주변의 사람들은 동호와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소중한 자신의 가족에게 쉽게 화를 내고, 또 그 때문에 한 동안 미안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호의 행동과 마음도 우리들의 성장기와 비교해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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