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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지 않고 남아있는 마음 한(恨)을 보여주는 창

by 채 승 posted Apr 0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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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편 제 감상문

이 영화는 왠지 모를 떨림을 전율을 느끼게 했다. 특히 마지막에 동호와 송화가 창을 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봉주고 이해했던 그 장면을 상당히 인상 깊게 보았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영화라서, 그리고 정말 한국적이어서 더 그랬다. 이 영화를 보면서 정말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전통은 사라져가고 외래문물만이 남아가는 현실을 돌아보며 씁쓸함을 느꼈다.

판소리는 그 동안 현대가요와 재즈, 발라드, 랩과도 같은 외국음악에 물든 현대인으로서 판소리라는 것은 노인들께서나 즐기는 그런 재미없고 지루한 음악이라고 생각해 왔었다. 전통이기에 이어가야 한다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정작 관심이 없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며 판소리에 대해 조금이나마 새롭게 알게 되었다. 제목이 서편제인 것과 같이 힘차고 굵게 부르는 동편제와 달리 구슬프고 기교가 많은 것이 여인의 한을 섬세하게 표현한 서편제이기에 판소리에 묻혀 있는 한의 소리, 한국적인 멋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아직도 판소리의 진정한 멋에 대해서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기존의 내가 듣던 음악과는 다른 색다른 느낌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이 영화의 유봉이란 인물은 뭐랄까 강하면서도 부러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준다. 최근에 내가 읽었던 꽃신에 나오는 꽃신을 만드는 장인과도 같은 것 같았다. 꽃신을 만드는 장인은 한국 전쟁이후에 점점 기피되고 사라져가지만 하는 꽃신을 아니 전통을 지키기 위해 자존심을 내세우고 결국에 죽어간 인물이다. 새로운 문물이 들어오고 옛 전통은 잊혀져만 가는 현실, 사람들은 판소리보다는 외국음악을 더 찾는 현실, 소리꾼으로는 더 이상 먹고 살 수 없는 현실, 이런 현실 속에서도 꿋꿋이 판소리를 고집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꼭 전통적인 우리 조상들의 굳센 모습을 보는 듯하다. 이 사람에게서 판소리를 빼면 남는 것이 없다. 아무리 먹고살기가 힘이 들고 주위에서 욕을 해도 그가 가진 판소리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열정만은 식지 않는다. 오죽하면 송화의 창에 한을 넣기 위해서 딸의 눈을 멀게 하는 비정한 짓까지 했겠는가. 그래도 이런 사람이 없었다면 우리나라의 전통은 유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유봉과 송화가 그렇게 힘들게 생활하면서도 판소리를 하는 것을 보며, 순간 난 나의 미래가 겹쳐 보였다. 나도 나중에 저렇게 될 지도 모른다. 힘든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그런 점에서 이 사람은 위대하기까지 하다.

영화에서 판소리를 한(限)의 소리라고 한다. 한이란 떠나지 않고 남아있는 마음이라고 들었다. 특히 서편제는 여인이 한을 담아두었다가 그것을 내뱉는 것과도 같다고 했다. 나는 그게 무슨 소린지 몰랐다. 물론 지금도 잘 모르긴 하지만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판소리에 실린 한의 소리를. 마지막 장면에서 송화가 눈물을 흘리며 창을 한다. 그 눈물 속에 얼마나 많은 한이 실려 있을까. 평생을 가난 속에 떠돌아다니며 쌓인 한, 눈까지 멀어 앞을 못 보면서 쌓인 한, 동생에 대한 그리움으로 쌓인 한, 그리고 점점 판소리가 잊혀져 가는 현실에 대한 한. 이렇게 많은 한들 중 어느 한 가지도 마음에 담아두기 힘든 그러한 것들을 송화는 마음속에 담아두었었다. 송화는 그 한들을 판소리로 내뱉은 것 같다. 송화만이 아니라 소리꾼들은 예부터 그래왔던 것이다. 자신의 소리에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한을 담아서 내뱉었던 것이다. 이렇게 자신들만의 다양한 한들을 가진 소리가 바로 한국적인 멋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의 명장면을 꼽으라면 난 주저 없이 유봉 가족이 돌담길을 걸으며 창을 하는 부분을 꼽겠다. 그들이 집에서 쫓겨난 후 돌담길 저 끝에서부터 바로 앞에까지 창을 하며 오는 엄청 긴 장면 말이다. 돌담 길 저 끝에서 창을 하며 천천히 올 때 그들의 소리에선 살던 집에서도 쫓겨난 힘든 현실에 대한 원망과 한 같은 것들을 느껴지는 듯 했다. 그러나 카메라 앞에 와서 그들이 춤을 추면서 창을 할 때는 오히려 즐거움과 기쁨 이런 것들이 느껴졌다. 특히 아버지인 유봉이를 싫어하는 동호마저도 다같이 창을 하면서 서로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유봉이 가족은 힘든 현실이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 난 이 모습이 그렇게 보기 좋을 수가 없다. 또한 힘든 현실을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극복하면서 좌절 하지 않는 그들의 모습이 정말 아름답기까지지 하였다.

최근 우리나라 영화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많이 발전해 왔다. 하지만 이렇게 발전해가는 영화들은 우리나라의 것들이 아닌 서구적인 것들 전쟁, 코미디, 액션들만을 쫒아가고 있다. 개봉하는 영화들 또한 코미디나 아님 전쟁, 액션 등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는 대작 블록버스터들이다. 우리나라를 나타내고 보여줄 수 있는 한국적인 멋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점점 서구적인 영화들을 닮아간다는 것이다. 어차피 점점 커가는 우리로서는 세계 영화 시장을 주도하는 서구 영화들을 벤치마킹하면서 따라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스템은 따라가더라도 영화자체가 우리의 개성을 잃어버리고 서구적인 영화가 되면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우리 영화다운 영화. 소재나 연출이나 한국적인 이런 서편제 같은 영화가 많이 개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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