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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편제 - 해방 전후의 삶과 소리에 담긴 恨

by 안득윤 posted Apr 0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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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편제 - 해방 전후의 삶과 소리에 담긴 恨

2009360348

안득윤

'한에 묻히지 말고 한을 뛰어 넘는 소리를 혀라.' 유봉이 죽어가면서 마지막으로 송화에게 하는 말이다. 바로 가슴에 와닿기는 어려운 말이다. 도대체 한을 뛰어 넘는 소리는 무엇일까? 득음의 경지란 가능할까? 그리고 더 완벽한 소리를 위해 송화를 장님으로 만든 유봉의 행동은 정당할까? 서편제에 대해 몇 자 끼적여 보겠다.

영화는 김동인의 「배따라기」나 박완서의「그 여자네 집」 등의 작품으로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액자식구성으로 되어있다. 동호가 누나인 송화를 찾으러 다니면서 교차되는 과거와 현재의 구성은 복잡해 보이긴 하지만, 이런 구성의 설정은 영화가 사실적으로 보이도록 하여 더욱 영화에 빠지게 만들어 주는 요인이 된다.

서편제는 황순원의 소설「독 짓는 늙은이」와 비슷한 모습이 있다. 유봉은 제자였고 송영감은 스승이란 점이 다르지만, 제자가 스승의 첩과 바람이 난 점, 가난에 예술가의 자존심을 버릴 수 없었던 점이 바로 그것이다.

스승에게 파문을 당하고, 소리도 다 배우지 못하고, 사랑하는 과부도 죽고, 떠돌이 신세가 된 유봉은 지지리 재수도 없다. 수제자였으니 그것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하지만, 파문당했다는 것에 대한 자격지심이 항상 그를 괴롭혔다. 자기보다도 소리를 못하는 친구들이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하는 모습을 보고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최고의 실력이나 최저의 위치에 있는 유봉…. 그런 유봉이기에 자신이 키우는 두 아이만은 최고로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다만, 그것이 너무 과했단 점이 문제랄까…….

영화 초반부에 보면 유봉이 송화와 동호에게 '진도 아리랑'을 가르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이 송화는 소리꾼으로, 유봉은 고수로 키워진다는 것을 알게 해줄 복선이면서 그들의 가장 즐거운 추억이다. 후반에도 진도 아리랑이 다시 나오는 장면이 있다. 그것은 갈대밭 길에서 셋이 진도 아리랑을 부르는 장면인데, 저 뒤에서 앞까지 걸어오는 수 분 동안 카메라의 방향 전환 없이 화면을 보여준다. 다른 사람이 보면 미친 사람으로 보일 정도로 긴 시간 흥겹게 소리를 한다. 임권택 감독은 왜 이 장면을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찍었을까? 그 길을 지나오는 것은 삶의 여정이고, 미친 듯이 소리를 하며 어우러지는 것은 힘든 삶을 잊어 보자는 그런 뜻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러던 어느날 조국이 해방되었다. 서양의 음악이 물밀듯 들어오고, 우리의 전통 소리는 뒷전이 되어버린 시대인 것이다. 유봉은 옥중가를 배우기 위해 과거 이도령 역을 했던 친구 도상을 찾아 가는데 도상은 소리를 접고 니코틴에 중독되어 폐인이 되어 있었다. 그도 소리라면 한가락 하는 사람이었는데 그리 된 것을 보아, 해방 후 서양음악에 대한 관심에 비해 우리 전통음악에 대한 관심이 급속하게 줄어들었다는 상황을 말없이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 송화와 동호에게는 사춘기가 찾아온다. 많은 생각을 할 나이이고, 반항심도 생길 나이에 소리로 먹고 살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송화는 자신의 삶에 대해 체념하고 순순히 유봉의 뜻대로 소리를 계속하지만, 동호는 자신의 생활에 불만이 터져 유봉과 싸운다. 자신의 의지로 시작한 북도 아니고, 돈벌이도 안 되는 소리를 계속하는 생활이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이다. 게다가 자신의 친어머니가 유봉 때문에 죽었다고도 볼 수 있고, 혈육이 아닌 유봉이 너무 다그치니 홧김에 쌓였던 불만을 '가출'이라는 방법으로 표현해냈다고 본다. 아직 어린 그가 가출하면 무엇을 먹고 살겠는가? 동호가 한 일이 잘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유봉이 아직 여린 아이들에게 너무 무리하게 원하지 않는 일을 시킨 것 같다. 이것이 비극의 시작이다.

동호가 가출하고 나서 소리에 흥미를 잃은 송화가 다시 소리를 할 수 있도록 유봉이 그녀의 눈을 멀게 하는 극단적인 방법을 쓴다. 몸보신용 보약이라면서 눈을 멀게 하는 '부자'라는 약을 많이 넣은 것이다. 아무리 자신의 소리를 이어갈 사람이 필요했다고는 하지만 송화가 친딸이었더라도 그가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유봉은 소리꾼을 만들기 위해 송화를 데리고 다니는 것이기에 그녀의 소리가 죽어서는 절대로 안 되는 것이다. 허나 그렇다고 해도 윤리적으로 그의 행동이 정당화 될 수는 없다고 본다. 그것은 송화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을 위한 것이다. 자신이 못 다 이룬 꿈을 대신 이루어 대리만족을 하기 위한 방법이었을 뿐이다. 그것이 강자가 힘으로 '다 너를 위한 거야'라는 말을 하며 자기 멋대로 약자를 괴롭히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후계를 만든다는 게 나쁘단 것은 아니다. 다만 타인의 삶을 좌지우지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 이후 둘은 정처 없이 떠돌다가 어느 폐가에 거처하게 되고, 유봉의 씻을 수 없는 죄로 송화는 다시 소리를 하게 된다. 그런 송화를 위해 유봉은 아랫마을에서 씨암탉을 훔쳐와 그녀에게 삼계탕을 끓여준다. 물론 주인이 노발대발하며 유봉을 팼지만, 송화는 두 가지를 얻게 되었다. 한이 담긴 닭 주인의 목소리, 그리고 오랜만에 얻은 영양가 있는 식사를 말이다.

닭 주인에게 맞아 골병이 들었는지 유봉은 죽고 송화는 폐가를 다시 떠난다. 송화는 우연히 혁필화를 그리는 낙산 아저씨를 만나 그림을 청한다. 앞도 못 보는데 그림을 받아서 어디에 쓰냐는 낙산의 말에 마음의 눈으로 보면 된다는 그녀의 말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낙산이 松(송)자 위에 학을 그릴 때는 후속편의 이름이 왜 '천년학'인지도 알게 되었다.

영화 후반부에 동호가 드디어 송화를 만나 둘의 소리가 어우러질 때는 정말로 무엇이라고 한 단어로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이 부분을 어떻게 쓸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송화와 같이 지내던 홀아비가 간단명료하게 한 단어로 표현해 주었다. '운우지정'이다. 고전소설이나 판타지 소설에 가끔 나오는 단어라 뜻은 이미 알고 있다. 민망하긴 하지만 그냥 '신명났다' 또는 '멋졌다'라고 했다면 크게 와닿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단어 하나하나 까지 세심히 신경 쓰다니.

둘이 말없이 한을 풀어내고, 다시 헤어지는 장면에서 동호가 가장이 아니었다면 다시 송화와 같이 다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송화가 떠날 때 길잡이를 해주는 그 소녀는 누구인지 의문이 간다. 같이 살던 홀아비와의 아이인가도 생각해 봤으나, 역시 송화와 같이 떠나지 않는 것을 보니 그것은 아니고. 동호가 송화를 찾는 중간에 얼핏 들은 내용으로 추리하건데, 그녀가 그런 힘든 삶을 살면서 원치 않게 생기게 된 그녀의 아이인 것 같기도 하다. 그 아이와 함께 앞이 보이지 않는 송화는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을 가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송화는 득음하였을까? 아니면 다시 득음의 길을 떠나는 것일까?

영화를 보면서 생각이 들었는데, 서편제에서는 유난히 떠나는 장면이 많은 것 같다. 떠돌이에 사람을 찾으러 다니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결말도 송화가 떠나는 내용일 정도니…. 그런 장면들에 숨은 뜻은 무엇일까? 자세히 파악하지 못해서 길을 떠나는 것이 인생길을 떠나는 것이고, 결말은 그 길의 끝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정도로 밖에는 생각하지 못하겠다. 게을러서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원작 이청준의「서편제」를 읽어 보고 다른 점을 비교해보고 싶다.

Comment '2'
  • ?
    안득윤 2009.04.09 23:52

    제목부터 재밌진 않네요.. 그런데 복사 붙여넣기했더니 띄어쓰기가 왜 저렇게 됐지.

  • ?
    안득윤 2009.04.12 02:51
    하아.. 중간에 실수한게 보여서 아쉽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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