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恨.. 그것을 뱉어내다

by 김창선 posted Apr 0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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恨.. 그것을 뱉어내다
      
                                                                                                                                       2009360335 김창선

    한국 영화들 중에는 恨(한)을 표현한 작품들이 많다. 유교 사상이 널리 퍼지면서 옛 선조님들은 속으로만 한을 삭히셔야 했고 언제나 응어리진 한이 맺혀 있었다. 그래서 선조님들께서는 그 한을 풀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셨고, 그 방법들 중에서 판소리는 한이라는 주제를 노래로 부름으로써 속에 있던 것들을 뱉어내는데 가장 좋은 놀이였다. 이 판소리라는 매개체를 영화화해서 제작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였다.

    1993년에 제작된 이 영화는 아직도 영화사에 길이 남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었다. 90년대 초반에는 서양 물문이 들어오고 있는 시대인 만큼 한을 표현하는 영화는 다소 무리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과는 다르게 당시 최초로 100만 관객 동원이라는 많은 사람들이 보러왔다. 과거 시절부터 억압받고 자기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 하지 못하고 자란 우리 민족은 각자의 내면에 알게 모르게 깊은 한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서편제"는 자신의 한을 대신해서 해소시킬 수 있는 영화였다.

    이 영화에서 시선 끄는 장면이 몇 부분이 있다. 그 중에서도 아직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는데 5분 동안 저 길 멀리서 유봉과 송화, 동호 가족 세 명이서 걸어오면서 진도아리랑을 부르면서 오는 장면이다. 이 장면을 보고 있는 중에 지루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오히려 가슴 속 깊은 곳에 맺혀있던 무언가가 살며시 풀리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처음에 유봉이 소리를 지르자 송화도 같이 지른다. 그러자 묵묵히 걷던 동호도 흥이 나서 북을 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즐겁게 노래 부르는 모습에서 보이지 않는 갈등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과연 이 처럼 신비한 노래가 있을까? 갈 곳도 잃고, 직장도 잃어버린 처지에 이렇게 흥이 나게 만드는 노래를 말이다. 지금 각박한 현실은 노래에게 신경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자신의 일에 집중하기 바쁘고, 타인과의 교류도 점점 줄어드는 사회에서 판소리 같은 노래는 찾기 힘들다. 단순 흥밋거리만 주는 노래는 계속 나오지만 우리 마음 속 안에 있는 한들을 뱉어내버릴 그런 노래는 나오지 않는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점차 많아지고 이러한 사건 사고들이 뉴스에서는 그칠 줄 모른다.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바꿔야만 한다.

    그리고 이 서편제의 마지막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송화와 동호의 만남은 정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의 장면이었다. 이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두 사람은 엄청난 한들을 가지고 살아왔다. 동호는 어머니를 잃은 슬픔과 가족과 헤어져 혼자 살아온 고독감, 송화는 평생을 아버지를 따르면서 소리를 배우고 눈을 잃어버려야 하면서 소리를 해야만 하는 한이 이 밤새 이어진 만남을 통해 해소 된다. 이 두 사람은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지 않고 소리만 하게 된다. 밤새 소리를 하면서 두 사람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이 감동의 장면은 현재 우리 모습과는 대조된다. 우리는 보고 싶으면 인터넷으로 뒤적거려서 찾거나 휴대폰으로 간단하게 번호를 누른 다음 연락하면 된다. 그리고 화가 나거나 쌓였던 울분이 터지면 그 자리에서 바로 속어들이 나오거나 거친 행동들을 보이는 반면에 "서편제"의 남매들은 판소리라는 매개체를 통해 자신들이 직접 얘기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교감을 나누고 여태껏 쌓여왔던 한을 풀었다.

     답답하고 울분을 내뱉을 곳이 없는 현실에 판소리라는 매개체는 아주 훌륭하다. 온고지신 [溫故知新] (옛 것을 알면서 새 것도 배운다)의 태도를 지녀 우리만의 정서를 나타낼 수 있는 그런 놀이를 새롭게 창조해내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사람들의 울분을 내뱉음으로써 다른 사람들과 더 가깝게 어울려 지낼 수도 있고, 답답해져가는 현실에서도 더 재밌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서편제"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안겨준다. 점차 서구화 되면서 우리 것을 잃어 가고 있는 현실에 경고를 하면서 마음으로 한을 푸는 방법을 보여준다. 이런 점들은 우리가 나이가 들어서도 우리 후대에게 물려줘야할 소중한 교훈이자, 정신이다. 앞으로도 버리지 말고 더 새롭게 만들어서 우리 정서인 恨을 더 시원하게 뱉을 수 있도록 많은 연구들을 고안해 보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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