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조를 잘 모르겠어요] - 2. 흩어지면 산조

by 하늘지기 posted Nov 2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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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들어보실 곡이 참 많습니다

다양하게 준비하려다 보니 양이 엄청 많아져서, 몇 곡을 쳐냈음에도 열한 곡이나 남았네요 ㅎ

저는 꼬꼬마이지만, 대금향에 어르신들이 많은 관계로 글자 크기도 좀 키웠습니다 ^_^


"산조가 무엇입니까?" 혹은 "시나위가 무엇입니까?"

하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하시겠어요?

내가 산조를 배우고 있다는 걸 주변 사람들이 알고 있는데, 그게 뭐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설명해 줄까요?

대금향에 들어와서 초급반 첫 뒤풀이를 하던 날, 김현수 반장님이 말씀하시기를,

"산조는 인간의 희노애락을 풀어내는 음악입니다." 라고 하셨던 게 기억납니다

아주 간단하면서도 정확한 대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산조를 설명할 수 있는 말은 그것 말고도 아주 많습니다

제가 나름대로 단 한 문장으로, 산조와 시나위를 합쳐서 대답해본다면,


"뭉치면 시나위요 흩어지면 산조라"


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비슷한 말씀을 정직수 반장님도 하셨었지요. "시나위가 보컬밴드라면 산조는 솔로연주"라고요

그 역시 정확한 대답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산조와 시나위는 [즉흥성]에서 출발하는 음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희노애락을 풀어 낼 수 있는 것이겠죠.

따라서 시나위팀은 일반적인 밴드라기보다는 재즈밴드나 프로젝트밴드의 성격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시나위팀이 흩어지게 되면 각자가 산조 선수들이 될 수 있는 것이고요


으아...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본론 들어가겠습니다


우선, 사전에 [산조]가 어떻게 풀이되어 있는지 보겠습니다


산조[散調] (브리태니커사전)

 : 민속 악곡에 속하는 기악 독주 형태의 하나.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지방에서 발달한 것으로, 시나위와 판소리의 가락을 일정한 리듬의 틀에 넣어 연주하는 즉흥성을 띤 음악이다. 느린 속도의 진양조로 시작하여 차차 빠른 중모리, 자진모리, 휘모리로 바뀌어 끝난다.


아주 간단하고 일반적인 설명입니다. 뭔가 한방에 확 와닿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말로 풀어보겠습니다

흩을 산, 가락 조, 그래서 [흩은 가락]이 됩니다

산조를 우리말로 [흩은 가락]이라고 하죠. 또는 [허튼 가락]이라고도 합니다

자, 그런데 가락이란 말은 비교적 의미가 선명한 편인데, 이 '흩은'이란 말이 참 애매합니다

그래서 다시 '흩은'을 한자로 바꿔보겠습니다

바로 흩을 '散(산)'입니다

이 散이 옥편에 어떻게 나와 있는지 한번 볼까요?


1. 흩다, 흩뜨리다

2. 한가롭다, 볼일이 없다

3. 흩어지다, 헤어지다

4. 내치다, 풀어 놓다

5. 달아나다, 도망가다(逃亡--)

6. 절룩거리다

7. 비틀거리다, 절룩거리다

8. 나누어 주다, 부여하다(附與--)

9. 나누어지다, 분파하다(分派--)

10. 뒤범벅되다, 뒤섞여 혼잡하다(混雜--)

11. 쓸모 없다

12. 천하다(--), 속되다

13. 어둡다, 밝지 아니하다

14. 엉성하다, 소략하다

15. 겨를, 여가(餘暇)

16. 산문

17. 가루약

18. 거문고 가락

19. 문체(文體)의 이름

20. 술잔 이름


와! 뜻이 정말 많네요

저 가운데에서 어느 것이 [산조]의 散에 쓰이는 뜻일까요?

제 생각에는 어느 하나가 아니라 여러 의미로 다양하게, 혹은 복합적으로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봅니다 . 16번 아래의 것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적용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무튼, 그렇다면,

왜 '산조' 혹은 '허튼가락' 혹은 '흩은가락'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을까요?

제가 어디서 주워듣기로는

이른바 고상한 음악을 즐긴다는 사람들이(아마도 궁중악 같은 것이겠죠) 낮추어 보면서

'격식이 없고 규칙도 없는 허튼 소리'란 의미로 이름을 붙인 것이라고 합니다

왜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는 말 중에

"야, 허튼 소리 집어치워라" 같은 게 있잖아요. 바로 그때의 그 '허튼'인 거죠

근데 그건 그 양반들 생각인 것이고, 산조나 시나위의 미감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런 소리를 못하죠

그에 대해서는 길게 설명할 필요 없겠죠?


자, 그런데,

이 '허튼'이란 말이 반드시 부정적인 의미만 띠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여유롭고 편안한 느낌을 저는 많이 받습니다

꼰대처럼 딱딱한 것보다는 허튼 것이 훨씬 낫지요

그렇다면 '허튼'과 관련된 말들이 사전에 어떻게 나와 있는지 몇 가지 더 보시겠습니다

 

 

허튼

 : 쓸데없이 헤프거나 막된.

예문)

- 허튼 일

- 이 사람이 가끔 농담은 하지만 허튼 말을 하고 다닐 사람은 아니다.

- 그런 허튼 놈과는 다시는 어울리지 마라.


허튼-굿

 : 농악 십이채 판굿의 하나. 치배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풍물놀이를 한다.


허튼-

 : 일정한 형식에 매이지 아니하고 자유로이 추는 흐트러진 춤. 여럿이 어울려 추되 각자가 흥과 멋에 겨워 추는 것으로, 크게 입춤과 병신춤인 잡기춤으로 나뉜다.

 

시나위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육자배기토리로 된 허튼가락의 기악곡.


시나위가락 (한겨레음악대사전)

농악에서 연주되는 허튼가락의 일종시나위가락은 "능계""니나니가락"처럼 일정한 고정선율이 없는 악곡이기 때문에 호적수(號笛手)가 흥이 나면 즉흥적으로 지어서 연주하는 짧은 곡이다.



좀 복잡하긴 하지만, 대략 어떤 느낌인지 아시겠죠?

지금까지 보여 드린 이것저것을 감안하면

산조의 정의란 것이 딱 정해진 것은 아니란 걸 아시겠죠?

각자의 느낌대로, 각자가 추구하거나 이루고 싶은 방향에 따라 설정하시면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자, 이제 음악을 들어보겠습니다

잡소리가 정말 길었네요

지금부터 들으실 음악들은, 아주 넓은 의미에서 모두 산조라고 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조금 억지이긴 합니다만, 지금까지의 설명을 들으셨으면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대금산조를 비롯하여, 많이 연주되는 산조음악들은 배제했습니다. 임의성 때문에요 ㅎ



1. 김소희의 구음

 - 사람이 악기가 되는 음악입니다. 사실 이건 여러 악기들이 받쳐주기 때문에 [구음시나위]라고 해야 되겠지만, 굳이 산조 편의 첫머리에 넣었습니다. 김소희이기 때문입니다. 아주 긴 곡입니다. 장단도 여러 가지가 나오고요



2. 판소리 <심청가> 중 '범피중류' 대목

 - 남도음악이라고 하면 단지 처연하다는 선입견을 갖기 쉬운데요, 그 안에 호쾌한 기운이 함께 들어 있다는 것을 보여 드리기 위해 준비한 곡입니다. 우조와 계면조가 모두 잘 표현된 좋은 더늠입니다. 이건 진양조로 시작합니다. (사실, 인터넷에서 고를 만한 적절한 곡들이 별로 없어서 엄정하게 선정한 곡은 아닙니다. 다른 곡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필요하다면 음반을 직접 사거나 공연장을 찾아가야겠지요.)



3. 김태희의 <심청가> 중 '선인 따라가는' 대목

 - 저의 판소리 스승입니다 ㅎ 슬쩍 홍보해봅니다. 천하의 둘도 없는 효녀입니다

 


4. 유경화의 철현금산조

 - 철현금이라는 악기입니다. 김영철이라는 줄타기 명인이 있었는데요, 그분이 다른 명인들과 어울려 놀 때에 기타를 즐겨 쳤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기타를 눕혀 놓고 거문고 산조를 연주하듯 치다가, 오! 이게 독특하고 좋네! 하면서 고안한 악기가 바로 철현금입니다. '기타+거문고'인 것입니다. 금속의 현이 내는 소리가 아주 이국적인 매력을 뽐냅니다. 마치 중국의 고대 악기인 '금' 소리처럼 들리기도 하고요 (중국영화 '영웅'에 나오는 악기죠) 이 영상에서는 중모리장단부터 시작합니다



5. 임동창의 피앗고 진양

 - 우리 8기의 윤정기 형이 좋아하시는 임동창 선생의 피앗고 연주입니다. 산조를 연주하기 위해 피아노를 피앗고로 개량했다고 하죠



6. 김수철의 장고와 기타산조

 - 기타로 산조를 짰습니다. 김수철은 일찍부터 우리 산조의 경쟁력을 알아봤던 사람이죠. 장단은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정확히 모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만 일반적인 산조 장단은 아니라서요



7. 김도균의 기타산조

 - 한국의 대표적인 락밴드인 백두산의 기타리스트 김도균도 일찍부터 산조를 연주했습니다. 이건 자진모리장단입니다


 

8. 한충은의 모닝

 - 젊은 연주자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대금 연주자입니다. 그래도 이런 것 하나쯤은 들어봐야 되지 않을까 싶어서, 임의성 자료이지만 슬쩍 넣어봤습니다. 소금과 대금으로 연주하는 곡입니다. 물론 이 곡은 산조가 아니라 창작곡입니다


 

9. 이매방의 살풀이

 - 명무 이매방의 살풀이입니다. 예, 춤이지요. 뒤에 깔리는 음악을 들어보시란 의미로 준비했습니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춤은 아무래도 현장에서 봐야 느낌이 확확 옵니다. 이 사람은 몸으로 산조를 연주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으로 보시면 좋습니다. 혹은 시나위 위에 춤을 얹었구나... 하며 보셔도 좋고요



10. 진유림의 살풀이

 - 이매방 선생의 춤을 소개하는 김에 제가 좋아하는 무용가 진유림의 춤도 부록으로 준비했습니다. 이분의 승무를 처음 본 날, 입을 다물지 못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역시나 이 영상은 가볍게 보시고요, 춤은 현장에서 보셔야~



11. 나윤선의 아리랑

 - 뜬금없지만, 아리랑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ㅎㅎ 최근 프랑스 챠트에서 1위를 차지한 나윤선의 아리랑입니다. 정말이지 오랜만에 전율이 느껴지는 아리랑을 만났습니다. 들어보세요. 이게 산조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지 판단해보시고요 ^_^



휴... 다음 편에선 시나위를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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