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하늘지기님, 혹시 그 약속 지켜셨나요?

by 風雲公子 posted Jul 19, 2008

어제 정말 오랜만에 8데이즈라는 맥주집에 갔어요.
작년 쯤 하늘지기님과 갔던 기억이 나는데... 기억하세요?
참살이길 옆 2층에 있는..
작지만 약간 분위기 있고,
무엇보다 술집 주인이 좋았던 그 곳.
우리보다 나이는 많았지만, 동안이었고 얼굴 가득 수줍음이 있어서
귀엽다라는 생각까지 들기도 했지요. 게다가 술집 주인이 술도 잘 못 마시고...
전에 하늘지기님과 그곳에 갔을 때
저는 브라운아이즈 시디를, 하늘지기님은 좋은 곡을 골라서 시디로 구워 주겠다고 했던
약속이 기억납니다.

어제 막걸리집에서 막걸리 네 주전자나 퍼 마시고,
갑자기 그 형이 보고 싶어져서,
내가 틀어달라는 곡 반드시 틀어주는, 그리고 그 수줍은 동안이 보고 싶어져서
그 곳에 갔었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카운터에 그 형은 없고, 그 형과 무척 빼다 박은 분이 앉아 계시더군요.
동생 쯤 되나 보다... 싶어서
형 어디 가셨어요?라고 물었더니,
자기는 형제가 없다고 하더군요.

이야기를 들어본 즉. 그 수줍음을 달고 다니던 그 형은 작년 12월에 급성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술을 못 마셨기 때문에 술 때문이 아니고, 스트레스로... 그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 주인은 사촌이라고 하네요.
종종 저와 같이 그 형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어서 자주 묻는다고도...
네 주전자의 막걸리가 확 깨는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약속을 못 지켰는데, 혹시 하늘지기님은 시디 구워다 드렸는지...
오늘 빗소리와 함께 종일 그 형 얼굴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적잖은 미안함과 함께....

하늘은 부모불효 하는 놈과 국곡투식 하는 놈들은 안 데려가고 
애먼 사람들만 데려가는 것 같은지...

Comment '3'
  • profile
    하늘지기 2008.07.20 04:13

    아... 그런 일이 있었구나
    나도 물론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사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갔었던 그 곳에서도 우리 사이에 불미스런 일이 있었잖니 (내가 핸드폰을 비틀었던)


    죄송합니다

  • ?
    風雲公子 2008.07.20 04:32

    그러게요. 그래서 아직 소장 중인, 그 핸드폰도 정말 오랜만에 꺼내 봤습니다.
    올해 몇몇의 젊은 죽음들을 대하면서, 담담해졌지만... 나도 어른이니까. 그래야 된다고 주문걸고 있지만.
    이번에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더 하네요.
    빗소리는 왜 이렇게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지... 그냥 쭉 내리지...


    저도 죄송합니다. 약속 지키지 못해서... 

  • ?
    깜장고양이 2008.07.20 21:39
    그 분은 행복해 할 것입니다.
    기억하는,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문서 첨부 제한 : 0Byte/ 5.00MB
파일 크기 제한 : 5.00MB (허용 확장자 : *.*)

고공닷컴 자유게시판

로그인 없이, 비밀글도 올릴 수 있습니다. 강의 관련 질문은 [강의실 통합질문게시판]으로~

  1. 하늘지기님..

    Date2005.12.28 ByNINJA™ Views829
    Read More
  2. 하늘지기님..

    Date2006.01.14 ByNINJA™ Views779
    Read More
  3. 하늘지기님..

    Date2006.07.30 ByNINJA™ Views870
    Read More
  4. 하늘지기님..

    Date2006.09.02 ByNINJA™ Views913
    Read More
  5. 하늘지기님, 혹시 그 약속 지켜셨나요?

    Date2008.07.19 By風雲公子 Views1628
    Read More
  6. 하늘지기님, 이 노래 맞춰보세요~~

    Date2008.08.28 By風雲公子 Views2062
    Read More
  7. 하늘지기님, 알려주셈.

    Date2007.07.21 By風雲公子 Views362
    Read More
  8. 하늘지기님, 깜장고양이님, 관허님. 해피뉴욕!

    Date2007.12.31 By風雲公子 Views1670
    Read More
  9. 하늘지기님!

    Date2002.05.01 By여보게 Views2891
    Read More
  10. 하늘지기님!

    Date2002.05.01 By삼나라삼장군 Views3077
    Read More
  11. 하늘지기님 하이~

    Date2006.10.17 By알릭 Views1045
    Read More
  12. 하늘지기님 안녕하세요?

    Date2003.08.02 By초록이슬 Views773
    Read More
  13. 하늘지기님 안녕하세요

    Date2006.09.19 By초록이슬 Views1140
    Read More
  14. 하늘지기님 안녕^^하세요

    Date2003.06.05 By비애천사 Views70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121 Next
/ 121

Gogong.com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