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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를 반성했다.

by 이대중 posted May 14, 2002
  지금쯤 조치원에 있겠구나. 어제는 잘 들어갔겠지? 금요일서부터 토요일, 일요일까지 참 바쁜 삼일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참 부끄러운 삼일이었어. 금요일에 내가 너에게 진도 씻김굿의 공연에 대해서 물은 적이 있었지? 원래 박수를 치는 것이냐고? 너는 그럴 수도 있다고 대답했고... 좋으면 상관없다고. 니 말이 맞다. 어줍짢은 내 마음에 장소에 따라 굿의 성격이 바뀌어야 한다는 못된 생각이 들어있었던 것 같다. 제대로 굿을 이해하지 못하는 소산이었겠지. 격식있는 장소이니 만큼 격식을 차려야 한다는 생각. 그 기저에는 내가 판소리를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있다는 생각이 깔려있었겠지. 무언가 남들보다 더 알고 있다는 무의식중의 자만감. 실제로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고, 실제로 하고 계신 분들도 더 많은데 말이지. 우리의 굿이나 판소리를 비롯한 모든 것들이 슬픔속에서도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웃음을 빌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어.  나 자신 항상 거만해지지 말고 항상 겸손하고 배우는 자세로 살자고 다짐하면서도 사람이라는 것이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인경이가 흘렸던 눈물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그 눈물은 내가 흘려야 할 눈물이라는 생각이 들어. 지금까지 내가 공부한 것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드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아. 나는 지금까지 헛공부를 한 것 같아. 말로는 석사과정생 같은 박사과정생이라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박사과정이라는 쓸테없는 욕심이 내 마음 한편에 자리잡았던 것 같다.
  토요일, 일요일의 판소리학회. 글쎄,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무엇을 하고, 어떠한 것을 생각했는지 잘 모르겠다. 사람들을 알고, 판소리 연구의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갔던 자리.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러나 그 전에 내가 그러한 발표나 연구를 들을 만한 자격이 있는가를 다시 한 번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좀 더 신중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태화야! 내가 승호 이야기를 하면서 눈치 보는 사람이 싫다고 했던 이야기 생각나니? 참 부끄럽다. 나 역시 그렇게 살 뿐이면서 말이지. 결국 나 역시 승호보다 약간 티 나지 않게 눈치를 더 잘 볼 뿐인데 말이다. 혹, 근래 들어 나에 대한 어떠한 생각들이 있다면, 앞으로의 나와 비교해 주었으면 한다. 길을 갈 때, 세 사람의 스승이 있다고 하지. 착한 사람, 자신, 악한 사람. 잘하는 선배들의 좋은 점을 배우고, 나처럼 하는 사람을 보면서는 그렇게 되지 말도록 해.
  그냥 문득 내가 진정 너의 선배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두서 없이 끄적거렸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열심히 해. 나 역시 다시 출발할테니까... 항상 건강해라. 내일 보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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