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조치원의 매력....

by 하늘지기 posted Sep 03,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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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 되어도 곧장 집으로 가지 않고 조치원에서 생존의 문제를 고민하고 했었어
최소한의 활동으로 최소한의 생존이 보장되는 일과에 따라 살았어

몹시 추웠던 앤피아노 2층,
설날에도 집에 가지 않고 겨울 세 달을 꼬박 거기서 보내려는 계획을 세운 후
곧장 고가의 전기 라지에타를 구입했어
밤새 돌려도 하루 전기세가 2천원 정도 밖에 안 나온다고 했었는데...
그 나쁜 놈의 장사꾼 녀석은 가스히터보다 비싼 전기 라지에타를 팔아먹으려고 거짓말을 했던거야
두꺼비집의 원반 돌아가는 속도에 놀란 후로는 제대로 실내를 덥혀보지도 못했으면서
세 달 내리 30만원의 전기세 고지서를 받아야 했었어
추위는 추위대로 전기세는 전기세대로, 참 춥고 힘든 겨울이었지...

또 몹시 비가 내리던 여름도 생각난다
다른 건 잘 기억 안나는데 말야...
읍내에서 서창동 쪽으로 나오는 굴다리 지하... 거기가 물로 가득 찼었어
이쪽 입구에서 잠수하면 다른 쪽 입구로 나올 수 있을까... 하는 마린보이다운 상상을 해보기도 했었어
그 땐 그냥 좀 낯선 모습이란 생각만 했었는데
이제와 생각하니 꽤 무시무시한 홍수였었던 모양이다

별 상관없는 결론이지만, 그런 것 같아
조치원은 자잘한 매력이 너무 많아서 마치 매력없는 건조한 공간인 것처럼 은연 중에 형상화된다
조치원은 무뚝뚝하거나 혹은 앙칼지거나, 아니면 엄청 고집스럽거나 변덕스러운... 그런 모진 사람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