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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창옆에 있는 고수...

by 이오 posted Jun 30, 2008

어제 그동안 벼르던 판소리 완창을 듣고 왔다.
송순섭 선생님의 적벽가... 4시간 반을 하더구나...
간간히 졸면서 또 감탄하면서 들었지...
초반엔 목이 안트이셨는지 영... 그닥 좋다라는 생각이 안들어
쉬는 시간에 도망갈까라는 생각까지 했더랬는데
고수가 바뀌고 분위기가 확 바뀌더라.

무지한 내 귀에도 고수가 달라지고 또 소리가 달라지고 흥이 달라짐을 느꼈는데
소리에 예민한 사람들은 오죽할까 싶더라.
선생님 고수 칭찬을 하고 또 하시며 땀까지 닦아주시는걸 보며
지음이란 저런것이 아닐까라는 감동마저 오던걸.
소리를 하는이와 고수의 그 유대감과 신뢰...
힘있게 쳐주는 북소리와 추임새에 또 시원하게 내지르는 소리...

선생님은 일흔셋의 나이가 무색할정도로 귀여운 분이시더라.
그 안에 흥이 참으로 곱더라...
소리는 들을줄도 알지도 못하지만 충분히 흡족한 시간이었어...
시간이 된다면 8월말에 하는 안숙선 선생님의 심청가도 들어볼 참이다.

국립극장 내려오는 길도 바람이 꽤 좋아서 기분좋고
함께한 사람들도 좋아서 또 기분좋고
바람부는날 술취한 붉은 눈으로 소리하던 니가 떠오르더라
그때보다는 더 많이 늘었겠지? 언제 함 듣고프다.

요즘 진실과 잔잔한 유대감과 욕망에 대해 생각중이다.
진실이 쎈지 욕망이 쎈지 나 자신을 두고 실험하는 기분이랄까.
욕망만으로 살 수 없는게 사람인데
나 같은 사람은 잔잔한 관계속에서 더 행복한 사람인데
가끔은 욕망을 따르고 싶을때가 있다.
답답해... ㅠ_ㅜ;

요즘 자전거 연습중이다. 작년부터 타령하던 자전거를 이제서야 비틀비틀 삐그덕 거리며 다닌다.
한강까지 갈 자신도 없어서 방화대교에 묶어놓고 행주대교와 방화대교를 왔다갔다 하지.
곧 선유도 공원이랑 여의도까지도 도전하고
가을이되면 저녁무렵 사람들이랑 모여 자전거 한강투어를 할 계획이다. >_<
우히히. 생각만해도 좋구나.

날이 좋구나.
내일이면 벌써 7월이네..
올해도 반이 흘러간다.
행복하려무나. 날마다.

Comment '6'
  • profile
    하늘지기 2008.06.30 15:03

    국립극장 완창판소리는 가급적 관람하는 편인데
    내가 송순섭 선생님의 소리를 특히나 좀 싫어해. 그래서 이번엔 안 갔지
    그래도 네가 이 정도로 감상을 하였다니, 훌륭하다. 잘 느끼고 온 거다


    잔잔한 유대감은 스킵하고,
    진실과 욕망...
    이것도 스킵하고 싶군
    난 다만, 진실이란 것을 욕망의 전과 후에 똑같이 두며 살고 싶을 뿐이다
    그러니, 잘 살 것이라는 기대... 크게 하지 않는다. 후하게 봐서 딱 50퍼센트로 찍는다
    하지만 걱정 없다. 어찌 되든 행복은 빼앗기지 않을 수 있으니까


    뭔 소리를 하나...ㅋㅋ

  • ?
    風雲公子 2008.07.02 03:39

    판소리 관련 전공자가 완창판소리에 대해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아니. 말해야 된다고 생각함.
    모두 초입부터
    수궁가의  "병치레 사설"을 하는 것도 아니고...
    왜그리 병자가 많아?
    으레 통과의례라고 할량이면 더욱 진지해야지..
    최선을 다해야지..

    일반인이 2만원씩 주고 듣는
    완창판소리 정말 아까움...


    그럴려면, 정말 노력하는 후배 창자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든가...

  • profile
    하늘지기 2008.07.02 11:50

    공자//
    그 말도 맞기는 한데, 완창의 특성상 초반에 워밍업을 하려는 핑계로 그러는 측면도 있지
    예전에 염경애씨의 완창 들을 때에
    전반부를 힘겹게 끌고 가더라도 나중에 폭발 지점을 예비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겠더라


    문제는 그런 창자들이 많지 않다는 게 문제지

  • ?
    깜장고양이 2008.07.02 12:24

    잠깐 피시방 들러서 메일확인하다가 들렀는데...


    송순섭 선생님 공연, 
    <적벽가> 마지막까지 완창이었던지라,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요 몇년동안 끝까지 완벽하게 소리한 명창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거의 시간핑계, 목핑계 대며 들어가기 일쑤였거늘...


    공자님//
    누구든 소리 잘하고 싶어하지 않겠어요.
    어쩌면 의지의 문제이기도 한 거 같아요.
    그래서 저는.... 앓는소리 하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소리를 하고자하는 창자들에게는 
    박수를 치고 싶습니다.
    아, 혼신의 힘을 다하는 창자들이 그립군요.

  • ?
    이오 2008.07.02 14:18

    제가 들은 적벽가는... 솔직히 말하자면 생각보다 폭포수같은 힘도 없었고...
    재미도 별로 없었고... 이게 잘하는건지 못하는건지 도통 알수가 없더군요.
    오히려 다른 공연에서 잠깐 잠깐 맛뵈기로 들은 소리가 더 낫고
    여행갔을때 얻어탄 놀이패 봉고차 안에서 듣던 소리가 더 좋았어요...


    하지만
    73세라는 노령에도 불구하고 4시간반을 무대에 홀로서서 꾸려나가시는 모습이라던가
    여태한 적벽가 새타령중 가장 마음에 안든다며 다시 부르시는데 전에것보다 소리는 별로였지만
    소리가 안올라가시니 부채라도 올리시려는듯 잔뜩 들어 올리시던 모습이라던가
    고수의 땀을 훔쳐주시며 '참 잘치죠?'라며 칭찬하시는 모습
    중간중간 이것이 본래 이분이 가지신 소리구나 언뜻 언뜻 들려오는 마음에 닿는 소리...
    여튼 자주 졸았던게... 죄송할정도의 충분히 성의있는 공연이었어요.
    이분이 조금이라도 젊으셨을 때 하셨을 시원한 소리를 들어봤다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것이 연극이든 판소리든...어느 분야든 아쉬운 점, 좋은 점, 또 여러 패단이 있지만
    그 중에 좋은 것을 보여주는이와 그것을 보는이가 있다면
    조금 부족한 것도 또 그것으로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하든 저러하든
    어느 정도의 연륜과 명성이 쌓일 때에는 또 그만한 시간이 있었으니
    그것또한 존중할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저는, 고령의 연세에도 그렇게 무대에 서주시는 것만도 감사한일이라고 생각했어요.
    ^^;

  • profile
    하늘지기 2008.07.02 19:03

    안타깝게도
    그 분은 대표적인 대기만성형 소리꾼이란다 이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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