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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

by 하늘지기 posted Nov 2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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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일 년, 이 년, 삼 년... 일 년이면 삼백육십오 일, 매일 이십사 시간...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이십대에 뜨거운 피를 쏟고 역사의 한 구석에 지워지지 않을 점을 찍고 가신 분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여전히 길은 멀고 멀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긴 길이라서 멀다 여겨지는 것은 아닌 듯 하다
생각해보면
하루 하루가 참 신기하단 말이야. 째깍째깍 매 순간이 참 신기하단 말이야
조금도 거슬러 오를 수 없으니 더 신기하단 말이야

얼마나 허전했는지 모른다
여동생이 시집을 가고 없던 첫 날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말이야
녀석은 멀리 신혼여행을 떠났기 때문에, 어차피 며칠짜리 휴가를 떠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집은 무서울만치 고요했었다

참 간사하지
외로움이란 것도 역시나 어설픈 사람의 무던함을 이겨내지 못하더구나
며칠 사이에 다시 아무렇지 않게 되었거든
그 사이 막내가 올라오고, 그렇게 며칠이 지나가니 또 이렇게 익숙해져버린 거야

오늘로 올해 결혼하기로 했던 친구놈들이 모두 계획을 완수했다
어젯밤에 녀석이 그랬다. 집에서의 마지막 밥을 먹고 나왔다. 담배 연기를 푸스스하게 뱉으면서 그랬다
별 쌩뚱맞은 소릴 다 하는구나 싶었다
부모님을 두고 각시와의 새 인생을 시작하려는 막내 녀석이니 만감이 교차하긴 하겠으나
난 그 이상의 무언가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열일곱에 집을 떠나온 나도 그 녀석처럼 결혼을 하루 앞둔 날이 되면
과연 새삼스레 뜨거운 가족애가 울컥 올라올까... 이 역시도 모르겠다

그러니 참으로 멀고도 멀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이후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겠단 말이야
먼 길 위에, 나보다 한 발짝 앞서 디딘 녀석의 건투를 빈다
그리고 이 길 위에 서 있는 모든 이들의 안녕도 빌어 본다. 내가 뭐 대단한 놈이라고...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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