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감의 징후에 대한 엉뚱한 판단

by 하늘지기 posted Jul 24,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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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최용수, 황선홍 등이 개발질을 하면
거의 반사적으로 욕이 튀어나오곤 했었다
최용수는 최근까지도 내게 그런 대접을 받았고, 황선홍은 월드컵 첫골을 넣기 전까지 그랬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서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이니까 아주 조금은 용서가 될 수도 있겠지만
하여간 분명히 나는 버릇없는 놈이다
그런데 그것이
혹시 그 영웅들에게 걸었던 큰 기대가 깨어졌기 때문에 생기는 유치한 투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오늘 들었다
아버지는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어린이의 생각 같은 것 말이다

지금의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의 나이는 모두 20대 초반이다
황선홍과 최용수에게 그랬던 것처럼 즉각적인 욕이 튀어나와도 쪼끔은 용서가 된다 -_-
어쨌거나 그들은 나와 같은 한민족, 나의 아우들이기 때문이다

참 이상했다
최태욱, 김정우, 조병국, 조재진.... 등등의 선수들이 몇차례의 결정적인 실수를 했지만
내 입에선 욕이 나오지 않았다
그 대신
'에이구 저런....'
이런 소리가 나오는 것이었다
멋진 플레이를 보면 '옳지 옳지'를 연발하고, 넘어지기라도 하면 고통에 울상을 짓는 그들이 어찌나 안되어 보이던지...

그것이 바로 늙어감의 징후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아나운서와 해설자가 늘 우리선수들의 실수까지 두둔했던 것이
어쩌면 그런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더구나 해설자들은 그들의 선배가 아니던가...

오랫동안 안목 없는 나의 욕을 들으면서도 나라를 위해 열심히 뛴
과거의 스트라이커들에게 새삼 죄송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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