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아줌마

by 하늘지기 posted Jun 18,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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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는 거리를 다니면서 안타까운 광경을 목격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추위에 떠는 모습이란 대개 애처롭게 보이기가 쉽기 때문이다
아무리 두꺼운 옷을 입고 있더라도 찬바람에 발을 동동 구르면서 길에 서있기를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여름에는 그것과 또 다른 느낌이 있다
대응을 시켜보자면,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들일텐데...
그 모습들은 그다지 애처로워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다
원래부터 땀이란 것이 뭔가 소중한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 모양이다
땀을 흘리며 걸어가는 사람을 보면 애처롭다기보다는 분주한 삶의 냄새가 먼저 느껴지기가 쉽다

은행에서 볼일을 보고 난 후 커피를 뽑아들고 서 있었다
내 나이보다 많을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 젊은 아줌마가 지나갔다
한 손에는 반찬거리로 보이는 것들이 가득 든 봉지가 들려 있었고
다른 손으로는 아기를 태운 유모차를 밀며 가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그것이 나름대로 분주한 일상일수도 있을텐데
발갛게 상기된 볼에 흐르는 땀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자꾸 안타까운 마음이 생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의 모든 아줌마들이 저렇게 사는 것일텐데
나중에 나의 아내가 매일 저렇게 다닐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어째 속상한 마음도 든다
어쩌면 사람들이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을 습관처럼 아끼는 마음이란 게
바로 그런 것과 통해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무렇지도 않게 끼니를 거르는 나를 보고 매번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 또한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가볍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했다거나, 끼니를 습관처럼 거르고 지내더라도
늘 잘 자며 잘 먹었다고 말해야 할 필요가 있는 모양이다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산다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