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교실

by 하늘지기 posted Apr 0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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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한 어머님이 말씀하셨다.
"에휴, 울 아부지는 왜 나를 학교에 안 보내셨을까?"
좌중의 과반수가 아주 나직한 한숨을 동시에 뿜으셨다. 아주 나직한 한숨.
그 중 한 어머님이 말씀을 받으셨다.
"그걸 지금 얘기해서 뭐하나......"
다시 좌중의 과반수가 아까보다는 조금 깊은 한숨을 동시에 뿜으셨다. 긍정이 배가되었음이겠지.
이런 짜릿할 정도의 공감대는 흔히 접하기 어려운 것이다.

 

중요한 일이 아니면, 결석하시는 분들이 거의 없다.
때문에 사전 통보도 없이 여러 날 결석하시는 분들은 제법 나의 애를 태우신다.
몇 차례 겪은 바로는, 그럴 경우 대부분은 몸이 편찮으신 까닭이었기 때문이다.
황마리아 어머님께서 2주나 결석하신 후에 다시 출석하신 날, 이번에는 강마리아 어머님께서 결석을 하셨다
함께 성당을 다니신다는, 세례명까지 같은, 누구보다도 열심이신 두 분이기에,
참으로 걱정이 컸던 기간이었다

다행히 두 분 모두 다시 열심히 다니고 계시지만,
그 짧은 시간이 노인네들에겐 얼마나 큰 공백이었길래, 두 분 모두 감각을 회복하시는 데에 시간이 꽤 걸렸다. 아직도 진행중이다.
무엇보다도 글씨 쓰는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신 모습에, 받아쓰기를 하다가 자꾸 속상해진다.
한 분은 여전히 팔이 아파서 글씨체가 무척이나 흔들리고, 한 분은 다리가 몹시 불편하신 모양이다.
하지만, 정말이지 "죽어라고" 열심히 출석하신다.
강마리아 어머님께서 지지난 주에 그 까닭을 말씀해 주셨다.
"우리 영감이 생전에 나더러 무식하다고 그렇게 구박을 했었어"

 

그런 보석같은 사람들 스무 명을 두고,
봉고차 운송 대접조차도 받지 못하는 그 약한 어른들을 두고,
무료교육에 감지덕지할 줄만 아는 그 미련한 내 어머니들을 두고,
오늘 그만두겠다는 뜻을 복지사에게 전했다.
학교를 너무 많이 다닌 죄를 갚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마음을 비우고 사람들을 대하는 일이 내게는 무리인 것 같다. 고작 일 년도 채우지 못했다.
나 자신을 먼저 다스릴 줄 알아야지.

건강히 오래오래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