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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라다

by 하늘지기 posted Feb 1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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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순간적으로 전기가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다
그리고 그보다 약 0.5초 전에 밖에서 쾅 하는 소리가 들렸다
다시 컴퓨터 전원을 눌러놓고 아파트 복도로 나갔다
캄캄한 밤이지만 그만한 소리가 났으면 뭐라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좌우를 살펴보아도 특별한 광경은 없었다

순간
옆동 한 구석이 무너지고 있는 중은 아닐까?
큰 차나 큰 나무가 전기공급과 관련된 시설물을 받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당히 큰 충돌음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눈에는 아무런 변화도 포착되지 않는 상황은
나름대로 공포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그렇게 아주 잠깐 공포를 느낀 후 다시 주변을 둘러보니
나는 정말로 작은 한 생물에 불과했다
아파트 8층 복도에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나는 그야말로 미물이었다
혹 아까의 그 소리가 우리 아파트 무너지는 소리였다면, 지금쯤 나는 과연 무슨 대책을 세울 수 있을까?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자니 문득 재앙 때문에 희생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떠올랐다
잠깐의 상상만으로도 스스로의 미력함에 이렇듯 실망하며 두려움을 갖게 되는데,
그들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무섭다고 말할 여유도 없는 것이 더욱 무서웠을 것이다

새삼스럽지만,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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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감독이외다 2004.02.17 03:57
    나도 종종 그럴 때가 있다
    생각지도 않게 어떤 상황으로 변형되고 상상하고 죄책감이나 명복을 빌어보거나..

  • profile
    하늘지기 2004.02.17 23:05
    그런 얘기 아주 가끔이었지만 내게도 몇 번 했었지
    나는 이렇게도 너에 비해 한참 늦나보다
  • ?
    이감독이외다 2004.02.20 17:07
    넌 점점 순수해지는구나^^ 난 점점 찌들어간다 ㅋ
  • ?
    pino 2004.03.02 11:54
    내가 아주 작게 느껴지고 정말 하나의 미물로 여겨질 때
    그때 그분이 우리에게 위로를 주신답니다.
    어느 날인가부터 겁쟁이가 되었던 나의 기억을 되돌려보면, 그렇습니다.
    내가 한없이 작고 하찮게 느껴질 때 어느날 갑자기 그분의 음성이 들렸거든요.
    그건 더없는 축복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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