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라다

by 하늘지기 posted Feb 1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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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순간적으로 전기가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다
그리고 그보다 약 0.5초 전에 밖에서 쾅 하는 소리가 들렸다
다시 컴퓨터 전원을 눌러놓고 아파트 복도로 나갔다
캄캄한 밤이지만 그만한 소리가 났으면 뭐라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좌우를 살펴보아도 특별한 광경은 없었다

순간
옆동 한 구석이 무너지고 있는 중은 아닐까?
큰 차나 큰 나무가 전기공급과 관련된 시설물을 받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당히 큰 충돌음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눈에는 아무런 변화도 포착되지 않는 상황은
나름대로 공포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그렇게 아주 잠깐 공포를 느낀 후 다시 주변을 둘러보니
나는 정말로 작은 한 생물에 불과했다
아파트 8층 복도에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나는 그야말로 미물이었다
혹 아까의 그 소리가 우리 아파트 무너지는 소리였다면, 지금쯤 나는 과연 무슨 대책을 세울 수 있을까?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자니 문득 재앙 때문에 희생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떠올랐다
잠깐의 상상만으로도 스스로의 미력함에 이렇듯 실망하며 두려움을 갖게 되는데,
그들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무섭다고 말할 여유도 없는 것이 더욱 무서웠을 것이다

새삼스럽지만,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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