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스러운 슬픔

by 하늘지기 posted Jun 1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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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감독이 지은 시 <아네스의 노래>를

극중 양미자로 나온 윤정희가 낭송했다

 

참 마음에 안 드는 시였다

이렇게 절제력 없는 시라니, 이렇게 촌스러운 슬픔 표현이라니...

그러면서

"나는 기도합니다 /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이라니...

자기는 울고 있으면서 나는 울지 말란 소린가 -_-;;

 

암튼

울지 말라고 하여 눈물을 꾹 참고 있었는데

영화가 끝나고 올라온

노란색 손글씨로 쓴

나비모양 크레딧...

 

결국 눈물이 터져버렸다

아, 이 썩을 놈의 촌스러운 슬픔이여

 

그래도 고맙수. 이창동 감독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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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스의 노래

                      이창동 (양미자)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 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작별을 할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의 얼굴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 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래소리에 얼마나 가슴 뛰었는지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검은 강물을 건너기전에 내 영혼의 마지막 숨을 다해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맡에 선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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