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by 장우호 posted Nov 2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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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체적인 힘이 절대적인 권력이었던 고대에도, 권위 있는 최고 통치자가 되기 위해서는 지식이 필요했다. 과학의 근원이 되는 점성술이나 천문학 등은 통치자들만이 알고 있는 지식이었고, 그들은 그들이 알고 있는 지식을 통해 예언과 조언을 함으로써 권위를 유지했다. 지식은 권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하고도 강력한 도구였다. 또 13C의 인물, 베이컨이 "아는 것이 힘이다"고 말하는 등 오랫동안 인간에게 지식은 자신을 타인보다 우위에 있게 해주는 도구로 사용됐다.

 판소리는 이야기를 창자가 노래로 들려주는 방식으로, 이야기책을 눈으로 보고 따라 부르는 것이 아니기에 이야기의 내용을 꿰고 있어야 한다. 또 단순히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므로 같은 이야기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어떻게 부르냐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진다. 많은 이야기를 알고 있다는 것과 그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줄 수 있다는 것은 보통 사람들보다 우위에 있기 유리한 조건이라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할머니와 손주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아이들이 할머니에게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보채는 경우는 흔해도 할머니가 아이들에게 이야기 좀 들어달라고 따라다니는 경우는 없는 것과 같다.

 백성 대부분은 힘든 삶에 지쳐 있었을 테고 그런 그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는 큰 힘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판소리처럼 잘 짜인 데다 긴 이야기에 무지할 테고 때문에 판소리꾼들은 백성들에게 인기를 얻기 쉬웠을 것이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으로 큰 권력과 권위를 취할 수는 없었겠지만, 많은 사람에게 인기를 얻고 그 인기를 등에 업은 대접은 충분히 매력적이게 느껴졌을 것이다. 또 자신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보며 보람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인기와 보람이라는 두 가지 이유에서 판소리가 생겨나지 않았나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