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차이와 차별

by 하늘지기 posted Dec 25, 200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05/04/21 고한연 홈페이지에 올린 글]


  정월 초하루날 떡국으로 선대(先代)에 대한 제사를 지내는 것은 비록 고례(古禮)는 아니지만 또한 우리나라 서울과 지방에 통용되는 풍속이다. 영남의 하층 백성들은 섣달 그믐날 정오에 선대에 대한 제사를 지내는데, 떡국을 사용하지 않고 밥과 국, 어육과 주과(酒果)를 차려 놓고 흠향하게 하니 일반 풍속과는 다르다. 마을 아이 중에 나에게 술과 과일을 가져온 자가 있어서 나는 웃으며, “우리나라 풍속에 떡국 그릇으로 나이를 계산하는데, 나는 금년에 떡국을 먹지 않았으니 한 해를 얻은 셈이요, 너희들은 지금까지 세월을 헛먹은 것이다.”라고 하였다.

- 이옥(李鈺)의 『鳳城文餘』 중 <除夕祭先>(제석날 선대에 대한 제사)


  이옥의 말은, 물론 영남의 풍속을 놀리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가 겪어온 풍속이 더 정통적인 것이라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렇다면 어떤 마음으로 저런 얘기를 했던 것일까? 저와 비슷한 상황이 우리 앞에는 수없이 펼쳐진다. 差異임을 인정하기도 전에 差別적 인식을 위한 예비동작을 취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적어도 나는.
  언젠가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은 인정할 수 없다.”라는 한 카피 문구를 본 후로, 兩性평등이란 문제에 대한 나름의 기본개념을 드디어 갖추게 되었다며 기뻐했었던 기억이 난다. 이옥은 참 말을 멋드러지게 내어놓는다. 나 자신 영남인이면서도, 억지로 영남인으로서의 편협함을 내부에 장착하고 다시 들여다보아도, 저 말은 전혀 거슬리지 않으니 말이다. 이옥은 참 좋은 사람이었을 것이라는 근거없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탓일까?

Who's 하늘지기

profile


| 나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고

| 남에게 빈말을 하지 말자

?

List of Articles
번호 날짜 제목 조회 수
113 2012.11.26 아주 큰 노래방 file 10682
112 2010.06.16 촌스러운 슬픔 file 8637
111 2010.04.11 조영남이라는 인간 -_-;; 2 7763
110 2010.06.30 할배, 잘 가 7293
109 2007.06.22 친절한 금자씨 3 file 6916
108 2010.01.01 백호랑이의 해는 개뿔 6901
107 2010.11.23 장기하 인정 1 6719
106 2003.05.27 혼자 밥 시켜 먹기 15 6636
105 2010.03.15 민방위교육 후기 1 file 6628
104 2010.04.02 예,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2 6597
103 2010.01.07 나의 이기적인 본성 2 6590
102 2010.12.09 도련님 3 6492
101 2009.09.13 돼지형에게 6430
100 2009.05.31 썬그라스를 샀다 10 file 6342
99 2009.08.12 말 못할 사정 6326
98 2010.01.28 쓸쓸히 별 하나가 또 지다 file 6294
97 2009.11.11 쌍방과실 6271
96 2010.01.13 우리 아파트 경비아저씨들 5916
95 2009.06.24 나는 심장이 없다 2 5761
94 2010.03.23 다시 일기를 쓰자 5741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Next
/ 6

Gogong.com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