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씨...

by 이오 posted May 12,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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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승가대학에 갈일이 있어 갔다가 김지하씨 강연을 듣게 되었지
나눠준 책자는 중도 어쩌고 돼있기에 중용에 관심이 있던 나로선 무척 기대를 했는데
강연 내용은...대략...움...
듣는 사람을 무시하는건지 배려하는건지 알쏭달쏭했지.
시종일관 같은톤으로 느리게 느리게 이어가는 시간이 너무 지루했어.
속으로 저사람과 토론을 한다거나 대화를 나눈다거나 하려면 참 많은 인내가 필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
뭐랄까 지나치게 자신의 얘기가 많거나 자신의 가치관이나 지성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느낌이라던가
가르치려드는 느낌이 들면 왠지 지루해지기 시작하거든.
그냥 강연으로는 들을만해도 토론이나 대화상대로는 적절치 않다는 느낌이랄까.
그런 생각을 했어.
언젠가 샤갈의 전시회에서 습작수준의 스케치를 보며
대가가되면 허접했던 작품도 명화가되버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때의
그런 기분 말이야.

사실 나는 오십여년 시를 썼다는 그를 시인이라기보다 사회운동가로 더 많이 인식하고 있고
그가 쓴 책을 읽으면 반복되는 말장난에 좀 질리곤 했거든.
그럼에도 '김지하'라는 그 이름에 존경심마저 가지며 강연을 들었는데 말이야.
왠지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정도의 내용이었단말이지.

오랜세월을 소신과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살아온 그의 삶은 참말로 멋지지만
사람 자체는 크게 매력이나 존경심을 품게되진 않더군.

오히려 푸릇한 새벽에 종이박스며 술병들을 줍다가 리어카에 기대앉아 담배를 피우던
초로의 노인을 바라볼때 느껴지던 존경심이 내게는 더 확실한 '좋다' 또는 '존경스럽다'는
단어가 어울린단 말이지.

구부정하게 느리게 걷던 김지하씨 모습을 보는데 말야.
어, 참 독특한 느낌이 드는 사람이란 생각은 들더군.

암튼 오늘 유명인사를 봤다고 자랑질이다.

좀 유치하지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