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군지 알아봐줘서...고마워요, 소울메이트* 中

by 서산마을 posted May 02,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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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칼날에만 베이는 건 아니다

점심시간이 막 끝난 오후 1시. 여자는 이 시간의 대형서점을 좋아한다.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와 식사를 마치고 들른 직장인들의 유쾌한 얘기 소리.
여자는 이런 것들이 사람이 만드는 듣기 좋은 소리라고 생각한다.
여자 옆의 남자는 이런 소리가 귀찮은 소음처럼 느껴진다.
성의 없이 책 몇 권을 골라내는 남자를 곁눈질하다가 여자는 책장에 손가락을 베인다.

여자 _ 아!
남자 _ 괜찮아? 

여자의 손가락에 붉은 실처럼 종이에 벤 흔적이 돋아난다.
살짝 깨물자 피가 묻어나온다.

남자 _ 나가자! 그러게 내가 서점 재미없다고 했잖아. 괜히 고집은 부려가지고....
             앞으론 그냥 내 말 들어.
여자 _ 그냥 괜찮다고만 물어봐주면 안 돼? 꼭 다찬 사람을 그렇게 몰아붙어야 돼?

남자 _ 어서 나가자니까! 예민하게 굴지 마.
여자 _ 꼭 칼날에만 베이는 게 아냐. 이렇게 얇은 종이에도 베이고 상처가 나는게 사랑이야.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는 건 상관없어, 귀 닫고 마음 닫으면 되니까.
            하지만 너한테만은 그렇게 안 돼.
            네가 던지는 무심한 눈빛 하나에도 눈물이 나고
            네 따뜻한 눈빛 하나에도 웃음이 나는걸.

사랑을 하면 사랑하는 사람만 보인다

세상을 대하는 눈은 냉정하지만
             사랑을 대하는 눈은 따뜻하다

지옥은 천국의 반대편이 아니라
애인이 약속을 취소한 토요일 오후에 있다

한 개의 큰 상처보다 여러 개의 작은 상처가 더 쉽게 이별을 부른다

* 29쪽-3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