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치원 후기

by 장우호 posted Sep 2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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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시간에 토의가 이루어진 이생규장전의 이생과 만복사저포기의 양생처럼 최치원 역시 글에 능한 인물로 묘사되어 있다. 특히 최치원은 순임금과 오나라의 주유(주유가 두 아내를 두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에 비교되며 당대의 영웅급으로 추대된다. 글재주가 뛰어난 남성이 미모가 뛰어난 여성을 만나 즐거운 한때를 보내다 헤어진다는 구성이 동일하게 쓰이고 특이할 만한 차이점은 없어 보인다.

 다만 '최치원'을 통해 설화나 초기 소설의 특징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금오신화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최치원'은 절반 이상이 시로 이루어 졌을 정도로 유난히 작품 내 시가 많다. 두 여인 중 언니의 말 중에 "絲不如竹 竹不如肉(사불여죽 죽불여육)"이라는 고사가 등장하는데, 현재에도 "최고의 악기는 목소리"라는 표현으로 많이 쓰이는 이 고사를 통해 소설 내에 계속해서 시가 등장하는 이유, 완벽한 소설의 모습을 취하지 못하고 시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는 이유를 유추해 볼 수 있다. 문학작품을 즐기는 방법이 현대와는 다른 당대의 사정을 이해하면 소설이 시와 완벽히 구분되기는 힘든 여건이었고, 그로 인해 첫 소설에 대한 논의가 끝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