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치원> 후기

by 12이혜원 posted Sep 24, 201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최치원>은 '최치원'이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으므로, 이 이야기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알면서도 '그'라면 이런 일을 경험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런 이유에서 이 이야기의 주인공을 최치원으로 설정한 것이 아닌가 한다. 최치원은 당시 대중들 사이에서 능력이 뛰어나나 신분적 한계로 꿈을 자유롭게 펴지 못한 불우한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이야기를 접하는 사람들로부터 최치원이라면 이런 일을 겪지 않았을까하는 개연성을 획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이런 그를 이야기로 만들어 그의 이름을 전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최치원>과 <금오신화>의 차이는 무엇일까? <최치원>은 설화이며, <금오신화>는 소설이라는 장르적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치원> 이야기에 등장하는 '쌍녀분'은 오늘날 중국의 가오춘현 지역에서 찾아볼 수 있으므로, 증거물이 있는 전설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소설이 설화를 바탕으로 발생했으므로 이 둘의 경계가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 차이는 있다. 소설로 인정받기 위해선 이야기 내에 갈등이 잘 드러나야 하는데, <최치원>은 <금오신화>에 비해 그 정도가 미약하다. 왜냐하면 <금오신화> 중 '만복사저포기'를 보면 양생과 여인은 서로 사랑하는데 있어 양생은 살아있는 인간이고 여인은 죽은 존재라는 이유로 계속 운명과 갈등을 빚고 있다. 반면, <최치원>은 그저 최치원이 관에 놀러갔다가 쌍녀분의 석문에다 시를 써주는 것을 계기로 죽은 여인들을 만나 하룻밤 인연을 맺고 다시 삶을 살아간다. 소설이라면 갖춰야 할 갈등이라는 요소가 딱히 보이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