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260156 임지식 최치원전 후기

by 10임지식 posted Sep 2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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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원전


 최치원전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최치원의 실화가 아님에도 최치원의 이름을 빌려 이야기의 제목으로 정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최치원의 이름을 넣어 이야기를 지은 것은 단순히 생각해서 최치원의 문장력이나 다른 위대한 점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김시습의 <금오신화>에서처럼 자신의 문장력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 가능성을 적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최치원의 문장력을 과시하는 것이나 신세를 한탄하는 모습은 쌍녀분에서 만나게 된 자매귀신과 시를 주고 받은 뒤 셋이서 베개를 나란히 하고 정을 나누는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이야기로도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미 귀신이 나오는 전기적 설정으로 보아 <금오신화>에서처럼 절대적인 존재에게 문장력을 칭찬 받거나 다른이들로부터 자신의 작시 능력을 인정받는 등의 모습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자매귀신 두 명과 동시에 정을 나누는 식의 설정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최치원을 이야기의 제목으로 삼은 이유는 단순히 최치원이라는 통일 신라기 천재 문장가, 학자로 불리었던 최치원의 명성을 갖다 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설화는 이야기를 지은 작가가 미상으로 남을 정도로 유명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이야기의 주인공을 유명한 사람으로 설정함으로써 나름의 유명세를 타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둘째는 김시습의 <금오신화>와의 관계이다. <최치원전>의 지은이는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창작 연대는 고려 초기나 중기로 보고 있다. 김시습의 <금오신화>의 창작 연대는 조선 전기이다. <금오신화>가 최치원전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둘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전기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최치원전>에는 절대자나 가상세계가 나오지는 않지만 귀신과 시를 주고 받거나 정을 나누는 것이 <금오신화>와의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공통점은 <최치원전>이 창작된 후 시간이 지나면서 굳어진 하나의 유형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런 공통적인 점이 느껴지는 까닭은 과거 천재 문장가라 꼽을 수 있는 최치원과 김시습 두 인물이 가진 공통적인 속성 때문이 아닐까도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