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복사저포기와 이생규장전 후기입니다.

by 장우호 posted Sep 1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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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복사저포기


 저포놀이라는 알 수 없는 놀이를 통해 이야기가 열린다. 국역이기 때문에 쉽게 읽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여주인공으로 귀신이 등장하는데, 실체를 지녔던 때는 이미 지나가고 등장부터 귀신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전체적으로 무난한 이야기 전개였지만, 결말은 허무맹랑하고 이야기의 질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보인다. 백년해로를 약속한 여주인공을 그리워하며 밭과 집을 모두 팔아 정성 들여 제를 지냈건만 돌아오는 말이 고작 "저는 당신 덕분에 다른 나라에 태어나 잘살고 있어요. 당신도 화이팅"이라니! 가진 돈 몽땅 털어 유학 보내놓으니 신문물에 눈이 멀어 타지에서 바람난 여자의 이야기인가?



이생규장전


 앞선 작품에 이어 이생규장전에도 남녀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이고, 여주인공은 실체가 있던 때가 줄거리에 포함될 뿐 결국 끝까지 살아있지 못한다. 이 작품을 다 읽고 문득 든 생각이 '춘향전이 이생규장전을 각색한 것인가?'였다.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을 보고 싶어 안달이 날 대로 난 첫 만남이나 정을 나누다 멀리 떨어지게 되는 부분, 결국 장원급제 하는 부분들이 많이 겹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러한 사건들이 당대에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간절하고 안타까운, 또 로맨틱한 만남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만복사저포기와 이생규장전을 읽으며 정말 특이하다고 느낀 것은 아름다운 절개를 지키는 주체가 여성이 아닌 남성이라는 점이다. 조선 시대의 많은 작품이 그래 왔고, 현재에도 남성 보다는 여성의 절개를 더 중요시하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에 반해 특이하다고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