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참 빨리도...

by 이대중 posted Jun 14,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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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간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고 있는 요즘... 거의 매일 들어오기는 하지만 언제나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서 그들의 생각을 읽어보려는 쓸 데 없는 노력만 하다가 돌아갔다. 타인의 진심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날이 오기는 하려는지...쩝.

  못본 지가 벌써 2주도 넘었구나. 홈피에 들어와서 이 음악 저 음악 듣다가 문득 너와 분과예비발표 전날 했던 이야기가 기억났어. 솔직히 너를 만류하면서도 어쩌면 나 역시 책임을 회피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역시 그런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이번 학기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빨리 지나갔던 것 같다. 이렇게 빨리 시간이 지나갔던 적은 별로 없었는데. 남들이 26개월이나 하는 군생활을 18개월하면서도 이렇지는 않았는데. 비록 한 달 동안이나 후임의 손을 잡고 화장실을 가고, 5달 동안이나 걷지도 못하고 뛰어다니기는 했지만. 4학기 중에서도 이렇게 빨리 지나간 적은 없었던 것 같아.

  왜 그럴까를 곰곰히 생각해 본다. 왜 그랬을까?

  어제 전경욱 선생님 수업을 마지막으로 모든 수업의 발표를 마쳤다. 이제 앞으로는 수업에서 발표할 일은 없겠지. 다른 자리라면 모르겠지만. 한마디로 허탈했다. 무엇이었을까? 내게 남은 것은... 지난 2년간 나는 무엇을 했던 걸까? 답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가끔씩 너와 함께 공부를 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한편으로 네게 세상의 더러움을 알게 모르게 천천히 묻혀 놓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면서도 네가 잘 알아서 똥 안 밟고 피해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곤 해. 아니 그 똥들 잘 치우고 나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더불어서.

  요즘에 드라마 '남자의 향기'에 나오는 '묻어버린 아픔' 노래 좋더라. 매일 흥얼거린다. 예전에 김동환이 부르던 것과는 느낌이 다르던데... 니 홈피에도 올려 놓으면 좋을 것 같다.

  함께 했던 2년 고마웠다.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짐작이 간다. 그래도 나 역시, 고맙다는 말은 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 도와주지 못했지만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마무리 잘 하도록 하고... 항상 건강하고 행복해라.

- 2003년 6월 14일, 동네에서 맛있는 멍멍이 집을 발견한 돼지형이-

* 추신 : 이거 술쳐먹고 쓰는 것 같니, 아님 맨 정신으로 쓰는 것 같니? 맞춰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