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했다. 그리고...

by 돼지형 posted Apr 19,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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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정도부터였나. 갑자기 비가 막 쏟아졌지. 봄비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시원한 비였어. 운전을 하면서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으니...
지금 일기장을 봤다. 고생했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고생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더불어... 너만큼은 아니었지만 나역시 초조했다. 그래서 합격자 발표일을 저번주 금요일로 착각하기도 하고, 오늘 오전부터 학교홈페이지를 들락날락 거리기도 했다. 결국 김희선과 김하늘을 통해 소식을 물어봤지만 둘 다 하나씩만 통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뿐, 시원한 대답은 얻지 못했다. 지금 다시 찾은 너의 집에서 너의 새로운 각오와 더불어 조금은 숨을 쉬고 있는 너의 모습을 느끼고 있을 뿐이다.
더 많은 도움이 되지 못함을 항상 미안하게 생각한다. 한편으로 너 역시 나와 두 살 밖에 차이나지 않는, 이제 내년이면 30이 된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면서도 4월 22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는 나는 어쩔 수 없는 새가슴인가 보다.
너를 처음 만난 것이 해장국집이었지? 그 때 나는 솔직하게 네가 날라리가 아닌가 의심했다. 그러나 고대 입학을 전후로 해서 내 생각이 틀렸음과 더불어 네가 상당히 순진하고 고지식함을 알게 되었다. 나 역시 상당히 순진하고 고지식하지. 좋게 말해서...
벌써 2년을 같이 보내고 있다. 소리도 같이 배우고, 공부도 함께 하면서 조금씩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있구나. 아직 서로에 대해서 많이 모르기는 하지만.
앞으로의 기간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내 앞에 떨어진 불똥을 어떻게 꺼야 좋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김기형 선생님의 발표 2개, 유영대 선생님의 발표 2개, 전경욱 선생님 발표 1개, 우리어문학회 관련 사항, 이번에 책임조사원을 맡아 진행하게된 민속조사 등등. 2003년 5월은 내게 너무나도 잔인한 한 달이 될 것 같다.
태화야! 쫄지 마라. 네 스타일은 그것이 아니다. 항상 자신만만하고 당당한 옛 모습을 보여다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하고 미리 겁먹고 들어가는 것은 틀리다. 나는 비록 싫어하는 사람 앞에서도 싫어하는 티를 내지 못하지만 너는 그렇게 하지 마라.
이제 비가 그쳤다. 니 말대로 이제 삼재도 끝났으니 앞으로 좋은 일이 가득하겠지... 남은 두 달 남짓 열심히 하자는 이야기밖에 해 줄 말이 없다. 항상 건강하고 행복해라.

- 신이 내린 완벽한 몸매, 디카프리오 반데라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