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세시 쯤
늦은 점심을 먹고 주차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차! 담배 사는 걸 잊었구나...
휴대폰 대리점에서 담배를 팔고 있었습니다
담배를 사서 나오려는데
문득 젠더 하나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로 휴대폰을 사면서 젠더 하나 더 달라고 했더니, 신형이라서 사제품이 없다고 했었거든요
휴대폰을 보여주면서
이 전화기에 맞는 젠더 하나 달라고 했더니
아, 삼성이네요! 하면서
주저없이 삼성용 젠더 두 개를 내밀고, 그 중 비싼 것을 권했습니다
근데 비싼 건 실용성이 무척 떨어지게 생겼더군요
싼 오천 원 짜리를 구입해서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시동을 걸어 놓고 젠더를 한 번 끼워 봤습니다
맞지 않았습니다
역시나 삼성용이라고 해서 다 맞는 건 아니었던 것입니다
휴대폰 구입할 때에 추가로 하나 더 주지 않은 이유가 있었던 거죠
환불하려고 대리점으로 다시 갔습니다
안 맞는데요? 라고 했더니
엥? 삼성 거 맞는데... 하면서 억지로 끼워 넣으려고 합니다
워워워~ 뜯어 말렸죠
휴대폰 장사하시는 분이 척 보면 모르시나 -_-;; 그걸 구겨 넣는다고 들어가나...
신형 기기의 젠더 규격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모르는 미숙함도 봐줬건만
오천 원을 돌려 받고
다시 주차장으로 오니
헉! 모서리에 세워 놓은 제 차 뒤에
튼튼하게 생긴 하얀색 코란도가 당당히 막아서 있었습니다
완전히 고립된 것이었습니다
그 잠깐 사이에 이렇게 주차를 했군, 아우 귀찮아~
다행히 운전자 전화번호가 있길래 전화를 걸었더니
"전화기가 꺼져 있습니다"
약 20분을 기다리면서
켜지겠지... 잠깐 꺼야 할 사정이 있는 걸거야...
하지만 끝내 통화할 수가 없었고
마침내 112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차량 조회를 부탁하라는 112 상황실 경찰의 안내에 따라
가까운 경찰서로 다시 전화해서, 상황을 설명하고 차량 조회를 부탁했습니다
조회를 통해 나온 운전자 전화번호의 끝자리는
코란도에 붙어있는 그 번호가 아니었습니다
헐... 뭐지...
아무튼
그 경찰은 차주와 통화를 했고
제게도 다 들릴 정도로 "예~ 지금 뺄게요~"하며 대답하는 목소리가 전해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차주가 나타나길 기다렸습니다
그 양반도 휴대폰을 새로 샀나 보군... 근데 왜 전화기가 꺼져 있는 걸로 나오는 거지? -_-;;
암튼 곧 나온다고 하니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웬 아주머니 한 분이 제 앞으로 쭈뼛쭈뼛 다가와서는
"차 좀 빼주실래요?" 라고 하는 게 아닌가
잉? 제 차가 갖혀 있는데요?
"아뇨... 제가 후진을 못해서요... 제 차 좀 큰 길까지 빼주시면 안될까요?"
아... 예... 키 주세요 -_-;;
초보나 여성운전자들에게는 어려워 보이는 코스를 따라 후진으로 아줌마의 차를 빼 줬습니다
"고마워요 삼춘~" 하고 쌩 가버린다
그런데 아직도 코란도 차주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 때
또 한 분의 아줌마가 내게 다가왔다
"차 지금 빼실 건가요?"
아뇨... 이 차가 아니라, 이 차 때문에 갖힌 저 차가 제 찹니다...
"어머? 차를 왜 이렇게 세워놨대요? 전화 한 번 해보세요~"
안해봤겠습니까...
기다린 지가 벌써 40분을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제 차는 코란도에게 막혀 있었고
그 아줌마의 차는 좌측 코란도, 전면 스타렉스에 포위된 상태였습니다
스타렉스만 빼 주면 아줌마는 나갈 수 있는 상태였습니다
근데 스타렉스에는 전화번호가 없네요
명함 한 장이 창문에 꽂혀 있었지만, 이름까지만 보이고 전화번호는 안 보이는 절묘한 자세를 취하고 있더군요
저와 아줌마는 이제 동병상련...
경찰이 연락했다니까 곧 올 겁니다 하고 말했더니
그 아줌마 왈
"아니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매너가 없대... 전화번호도 없고 말야!"
10분을 더 기다렸지만 차주가 나타나지 않기에
답답해서 경찰서에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아까 전화했을 때와 같은 과정을 또 거쳤습니다. 신고 들어오면 메모도 안 해두나...-_-;;
경찰과 차주의 통화 결과,
지금 차를 몰고 나간 사람은 차주가 아니라네요 -_-;;
그럼 아까 "예! 금방 나갈게요~" 하고 말한 사람은 대체 누구지? 참 나...
차를 몰고 나간 사람은 아마 근처 시장에 갔을 거라고 하면서 계속 수소문을 해보겠다고 합니다
"그 차주 전화번호를 제게 알려주실 수는 없을테니, 제 전화번호를 그 쪽에 좀 전해주시면 안되나요?" 했더니
경찰님 왈 "조금만 더 기다려 보세요. 지금 연락해 보신대요~"
전화기 꺼져 있다고 첨에 내가 분명 말했을 텐데...
근데
그렇게 경찰과 통화를 하는 도중에 재미난 광경을 목격했네요
제 옆에 있던 아줌마,
운전석에 슬그머니 앉아서 뭘 열심히 뒤적거리더니
자기 전화번호를 적은 메모지를 창틈에 살짝 끼우네요 =_=
아줌마... 내가 다 봤거든?
그 때
우리를 지켜보던 그 건물에서 일하던 분이
스타렉스에 꽂혀 있는 명함 주인의 이름을 보더니, "어? 이 분 우리 고객인데... 제가 전화번호 알아요!"
그 분이 스타렉스 차주에게 전화를 하니, 차주가 거의 30초 만에 튀어나왔습니다
그리고
짧은 시간 동지였던 그 아줌마는 갔습니다
그 아줌마가 나간 자리로
웬 아저씨의 아반떼가 들어왔습니다
난 핸드폰으로 연신 통화를 시도하면서, 그 아저씨를 향해 손을 휘저었지요
그러자 아저씨는
"잠깐 통장 정리만 하고 나오면 됩니다~"
간단히 상황을 말했고, 아저씨는 반대편 벽에 붙여서 주차했습니다
사건 발생시점으로부터 한 시간이 지났습니다 (핸드폰 대리점에 갔던 시각부터 따져서)
마냥 기다릴 수는 없었습니다
다행히 코란도가 내 차에 바짝 붙은 것이 아니라 공간이 있기는 했죠
하지만 발걸음으로 길이를 재어 보니
약간 과장해서, 깻잎 한 장 정도의 여유 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제 차는 모서리에 갖혀 있으니, 핸들 수정을 위한 공간도 얼마 없었고요
그래도 한 번 해보자
이 인간을 언제까지 기다릴 수는 없겠다
난 베스트 드라이버란 별명도 가지고 있지 않은가 +_+
하지만 역시나 불안했습니다
양쪽 사이드 미러 모두에 여백이 거의 보이질 않았습니다
"사물이 눈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는 사이드 미러의 경고 문구... 그렇다면 실제로는 정말 깻잎 한 장 차이라는 건데...-_-
코란도는 '죄인'이니까 상관없지만
내 차 옆에 있는 SM7을 괜히 상처낼 수야 없지... 하면서 포기했습니다
세 번째 담배를 피우면서 다시 차주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꺼져 있고...
통장 정리를 마친 아반떼 아저씨가 나오시더군요
아저씨는 유심히 보시더니
"빠져 나올 수 있겠는데요?"
공간은 될 것 같은데 너무 아슬아슬해서요...-_-;;
"내가 봐줄테니까 한 번 해봐요. 내 말만 들으면서 핸들을 움직여요!"
좋아!
저렇게 인자하면서도 적극적인 인상의 아저씨가 뒤를 봐준다면, 분명 실수는 없을거야
0.5초 간격으로 날아오는 아저씨의 지시에 따라
깻잎 두 장(양쪽 한 장씩)의 간격을 지켜내고, 무사히 차를 뺐습니다
친절하고 잘생긴 아저씨! 어디서 뵌 분 같기도 했는데,
암튼 그 아저씨 덕에 한 시간의 스트레스가 상당 부분 해소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게 다
젠더를 잘못 팔았던,
내 휴대폰을 보여줬더니 그거 어디 건가요? 하며 직업에 맞지 않는 질문을 날리기도 했던,
그
"핸드폰 대리점 아줌마" 때문이다!
늦은 점심을 먹고 주차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차! 담배 사는 걸 잊었구나...
휴대폰 대리점에서 담배를 팔고 있었습니다
담배를 사서 나오려는데
문득 젠더 하나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로 휴대폰을 사면서 젠더 하나 더 달라고 했더니, 신형이라서 사제품이 없다고 했었거든요
휴대폰을 보여주면서
이 전화기에 맞는 젠더 하나 달라고 했더니
아, 삼성이네요! 하면서
주저없이 삼성용 젠더 두 개를 내밀고, 그 중 비싼 것을 권했습니다
근데 비싼 건 실용성이 무척 떨어지게 생겼더군요
싼 오천 원 짜리를 구입해서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시동을 걸어 놓고 젠더를 한 번 끼워 봤습니다
맞지 않았습니다
역시나 삼성용이라고 해서 다 맞는 건 아니었던 것입니다
휴대폰 구입할 때에 추가로 하나 더 주지 않은 이유가 있었던 거죠
환불하려고 대리점으로 다시 갔습니다
안 맞는데요? 라고 했더니
엥? 삼성 거 맞는데... 하면서 억지로 끼워 넣으려고 합니다
워워워~ 뜯어 말렸죠
휴대폰 장사하시는 분이 척 보면 모르시나 -_-;; 그걸 구겨 넣는다고 들어가나...
신형 기기의 젠더 규격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모르는 미숙함도 봐줬건만
오천 원을 돌려 받고
다시 주차장으로 오니
헉! 모서리에 세워 놓은 제 차 뒤에
튼튼하게 생긴 하얀색 코란도가 당당히 막아서 있었습니다
완전히 고립된 것이었습니다
그 잠깐 사이에 이렇게 주차를 했군, 아우 귀찮아~
다행히 운전자 전화번호가 있길래 전화를 걸었더니
"전화기가 꺼져 있습니다"
약 20분을 기다리면서
켜지겠지... 잠깐 꺼야 할 사정이 있는 걸거야...
하지만 끝내 통화할 수가 없었고
마침내 112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차량 조회를 부탁하라는 112 상황실 경찰의 안내에 따라
가까운 경찰서로 다시 전화해서, 상황을 설명하고 차량 조회를 부탁했습니다
조회를 통해 나온 운전자 전화번호의 끝자리는
코란도에 붙어있는 그 번호가 아니었습니다
헐... 뭐지...
아무튼
그 경찰은 차주와 통화를 했고
제게도 다 들릴 정도로 "예~ 지금 뺄게요~"하며 대답하는 목소리가 전해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차주가 나타나길 기다렸습니다
그 양반도 휴대폰을 새로 샀나 보군... 근데 왜 전화기가 꺼져 있는 걸로 나오는 거지? -_-;;
암튼 곧 나온다고 하니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웬 아주머니 한 분이 제 앞으로 쭈뼛쭈뼛 다가와서는
"차 좀 빼주실래요?" 라고 하는 게 아닌가
잉? 제 차가 갖혀 있는데요?
"아뇨... 제가 후진을 못해서요... 제 차 좀 큰 길까지 빼주시면 안될까요?"
아... 예... 키 주세요 -_-;;
초보나 여성운전자들에게는 어려워 보이는 코스를 따라 후진으로 아줌마의 차를 빼 줬습니다
"고마워요 삼춘~" 하고 쌩 가버린다
그런데 아직도 코란도 차주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 때
또 한 분의 아줌마가 내게 다가왔다
"차 지금 빼실 건가요?"
아뇨... 이 차가 아니라, 이 차 때문에 갖힌 저 차가 제 찹니다...
"어머? 차를 왜 이렇게 세워놨대요? 전화 한 번 해보세요~"
안해봤겠습니까...
기다린 지가 벌써 40분을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제 차는 코란도에게 막혀 있었고
그 아줌마의 차는 좌측 코란도, 전면 스타렉스에 포위된 상태였습니다
스타렉스만 빼 주면 아줌마는 나갈 수 있는 상태였습니다
근데 스타렉스에는 전화번호가 없네요
명함 한 장이 창문에 꽂혀 있었지만, 이름까지만 보이고 전화번호는 안 보이는 절묘한 자세를 취하고 있더군요
저와 아줌마는 이제 동병상련...
경찰이 연락했다니까 곧 올 겁니다 하고 말했더니
그 아줌마 왈
"아니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매너가 없대... 전화번호도 없고 말야!"
10분을 더 기다렸지만 차주가 나타나지 않기에
답답해서 경찰서에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아까 전화했을 때와 같은 과정을 또 거쳤습니다. 신고 들어오면 메모도 안 해두나...-_-;;
경찰과 차주의 통화 결과,
지금 차를 몰고 나간 사람은 차주가 아니라네요 -_-;;
그럼 아까 "예! 금방 나갈게요~" 하고 말한 사람은 대체 누구지? 참 나...
차를 몰고 나간 사람은 아마 근처 시장에 갔을 거라고 하면서 계속 수소문을 해보겠다고 합니다
"그 차주 전화번호를 제게 알려주실 수는 없을테니, 제 전화번호를 그 쪽에 좀 전해주시면 안되나요?" 했더니
경찰님 왈 "조금만 더 기다려 보세요. 지금 연락해 보신대요~"
전화기 꺼져 있다고 첨에 내가 분명 말했을 텐데...
근데
그렇게 경찰과 통화를 하는 도중에 재미난 광경을 목격했네요
제 옆에 있던 아줌마,
운전석에 슬그머니 앉아서 뭘 열심히 뒤적거리더니
자기 전화번호를 적은 메모지를 창틈에 살짝 끼우네요 =_=
아줌마... 내가 다 봤거든?
그 때
우리를 지켜보던 그 건물에서 일하던 분이
스타렉스에 꽂혀 있는 명함 주인의 이름을 보더니, "어? 이 분 우리 고객인데... 제가 전화번호 알아요!"
그 분이 스타렉스 차주에게 전화를 하니, 차주가 거의 30초 만에 튀어나왔습니다
그리고
짧은 시간 동지였던 그 아줌마는 갔습니다
그 아줌마가 나간 자리로
웬 아저씨의 아반떼가 들어왔습니다
난 핸드폰으로 연신 통화를 시도하면서, 그 아저씨를 향해 손을 휘저었지요
그러자 아저씨는
"잠깐 통장 정리만 하고 나오면 됩니다~"
간단히 상황을 말했고, 아저씨는 반대편 벽에 붙여서 주차했습니다
사건 발생시점으로부터 한 시간이 지났습니다 (핸드폰 대리점에 갔던 시각부터 따져서)
마냥 기다릴 수는 없었습니다
다행히 코란도가 내 차에 바짝 붙은 것이 아니라 공간이 있기는 했죠
하지만 발걸음으로 길이를 재어 보니
약간 과장해서, 깻잎 한 장 정도의 여유 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제 차는 모서리에 갖혀 있으니, 핸들 수정을 위한 공간도 얼마 없었고요
그래도 한 번 해보자
이 인간을 언제까지 기다릴 수는 없겠다
난 베스트 드라이버란 별명도 가지고 있지 않은가 +_+
하지만 역시나 불안했습니다
양쪽 사이드 미러 모두에 여백이 거의 보이질 않았습니다
"사물이 눈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는 사이드 미러의 경고 문구... 그렇다면 실제로는 정말 깻잎 한 장 차이라는 건데...-_-
코란도는 '죄인'이니까 상관없지만
내 차 옆에 있는 SM7을 괜히 상처낼 수야 없지... 하면서 포기했습니다
세 번째 담배를 피우면서 다시 차주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꺼져 있고...
통장 정리를 마친 아반떼 아저씨가 나오시더군요
아저씨는 유심히 보시더니
"빠져 나올 수 있겠는데요?"
공간은 될 것 같은데 너무 아슬아슬해서요...-_-;;
"내가 봐줄테니까 한 번 해봐요. 내 말만 들으면서 핸들을 움직여요!"
좋아!
저렇게 인자하면서도 적극적인 인상의 아저씨가 뒤를 봐준다면, 분명 실수는 없을거야
0.5초 간격으로 날아오는 아저씨의 지시에 따라
깻잎 두 장(양쪽 한 장씩)의 간격을 지켜내고, 무사히 차를 뺐습니다
친절하고 잘생긴 아저씨! 어디서 뵌 분 같기도 했는데,
암튼 그 아저씨 덕에 한 시간의 스트레스가 상당 부분 해소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게 다
젠더를 잘못 팔았던,
내 휴대폰을 보여줬더니 그거 어디 건가요? 하며 직업에 맞지 않는 질문을 날리기도 했던,
그
"핸드폰 대리점 아줌마"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