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9/21 팁코리아에 올린 글] 다들 알고 계시는 것이지만, 직업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직업병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원래 병이란 것은 어떤 형태로건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인데요, 이 직업병이란 것은 그 개념이 약간 다릅니다 반드시 고통스러운 것만은 아니니까요 가령 직업이 헤어디자이너인 사람이 있다고 치면, 그 사람은 낯선 사람들과 만나게 될 때 어쩔 수 없이 그 사람들의 헤어스타일에 먼저 관심을 쓰게 되는데, 그게 직업병인 건 확실하지만 누구를 아프게 하는 건 아니잖아요 저처럼 국문과를 나온 사람들의 대표적인 직업병으로는 그런 게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써놓은 글을 읽고 있다가 '치명적인'(MS 스타일의 용어) 맞춤법 오류를 발견할 경우, 몸이 근질거려서 참을 수가 없게 됩니다. (이건 어느 정도 고통에 가까운 거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_^) 지적을 하게 되면 분명히 어떤 사람들은 반감을 표시할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굳이 걸고 넘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행히 너그럽게 이해해 주면 너무도 고마운 경우인데요, 문제는, 그런 직업병을 갖고 있으면서도 저 자신 역시 완벽한 맞춤법을 구사할 수는 없다는 거죠 결국 직업병이고 뭐고를 떠나서 사람이 살아가는 이치와 모양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것입니다 맞춤법 틀린 것을 보고 몸이 뒤틀리는 게 스스로 자각하는 직업병이라면, 외부의 자극에 의한 직업병도 있습니다 잘 모르는 단어가 나왔거나, 특히 낱말퍼즐을 풀다가 막히는 상황이 닥쳤을 때, 대개의 사람들은 주변에 있는 국문과 출신을 찾게 됩니다. 그리고는 문제를 확실히 해결해 줄 것이라 믿고 질문을 던집니다 하지만 아무리 국문과를 나왔다 하더라도, 그 수준은 대개 보통 사람보다 조금 더 우리말을 아는 정도일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에잇! 국문과가 그것도 모르냐?' 하는 핀잔으로 끝나는 사례도 아주 많습니다 이거...! 국문과 출신들에겐 솔찮은 포스의 '외부 자극형 직업병'이랍니다 조금 전에 또 하나의 직업병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익스플로러를 켜면 제 홈페이지가 뜹니다(대부분 그러시죠들?) 최근 게시물 목록을 보니 또 맘에 들지 않는 광고글이 올라와 있습니다 필터링을 웬만큼 해놓았는데... 대체 또 어떤 신선하고 발칙한 단어를 이용해서 필터를 뚫었을까 하며 내용을 살펴 보았습니다 (예전에 아예 스팸방지 솔루션이란 걸 장착할까도 했었는데, 방명록 스킨에는 잘 적용시키기가 어려워서 포기했었습니다. 개인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과 방명록은 여전히 비회원 공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분명히 불량단어로 등록해 놓은 단어들인데도 버젓이 써져 있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제로보드 필터링 기능의 무용함을 지적합니다~!) 그러던 중 저의 눈에 들어온 새로운 단어, '자위'였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경우를 당하게 된다면 당연히 그 '자위'란 단어를 불량단어 목록에 추가시킬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글을 삭제하는 것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예, 자위란 말은 그 따위 스팸 광고에서 사용될 경우엔 단순히 '마스터베이션'의 의미일 뿐이지만 울적하고 답답한 사람이 그 마음을 표현하는 글을 쓸 때에는 참으로 그 심정을 잘 표현하는 단어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제 홈페이지에 찾아와서 자신의 울적한 마음을 '자위'라는 단어를 이용해서 표현할 수도 있는 것이죠 그런 생각이 들어서 차마 불량단어로 등록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팁을 잘 활용하면 오늘 제가 겪었던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지금 제가 팁코리아에 와서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부지런히 팁-헌팅을 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이 글 역시 게으르고 팁을 소홀히 한 저 자신의 '자위'를 위한 글인 것입니다 ㅎㅎㅎ 이런 식의 직업병, 유치하기도 하고 쏠쏠한 작은 재미가 있기도 하지만, 사실은 정말 피곤한 직업병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