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3/31 고한연 홈페이지에 올린 글] "소모적인 논쟁은 본질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그런 식의 접근을 삼가라" 썩 귀에 익은 논조라서, 나 자신에게 향한 발언일지라도 능욕을 당했다고 할 것까지는 없을 듯하다 그러나 앞뒤의 까닭도 없이 목전에 들이대는 것은 그대로 폭력이며 선전포고이다 문학의 본질이란 것을 명확히 정의할 수나 있을 것이며, 속시원히 설명이라도 해 주었는가? 이것은 본질과 관련된 것이다 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것은 본질과 관련 없는 것이다 라고는 선언할 수 없는 법이다 본질에 다가가는 적절한 방법이 아니라는 근거를 조금이라도 동반해 주었다면 이런 반발심까지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근거 없이 던져지는, 너의 작업이 다만 시간을 낭비하는 것일 뿐이라는, 막연히 우월적인 포즈의 평가는 능욕이다 1. 어른이기 때문에 어린 사람에게 취해도 될 법한 자세라는 뜻인가? 2. 송신자와 수신자의 소통체제는 대개 이런 식이라는 것일까? 3. 아니면 가히 더불어 논할 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의미인가? 4. 혹은 오랫동안 자신에 대한 반박들에 대응하며 체득한 노하우일까? 나는 3의 기분이 가장 강하게 들어, 능욕을 당했다는 수치심에 싸여 있는 중이다 사실 나는 혹은 우리는 학생이거나 연구자라는 명분 하에 남들이 공들여 제기한 견해들에 대한 흠 잡기를 수시로 행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연습이라는 차원에서 일정 이해될 것인데다가, 이른바 우리끼리 있을 때에 때론 과도하게 실험될 수도 있을 일이다 공식적인 소통의 장에서는 마땅히 상대의 뜻을 최대한으로 이해한 후에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걸고 대화에 나서야 하는 법이다 그것은 무슨 배틀의 방식 같은 것이 아니라 차라리 사람을 대하는 기본적 예의에 해당하는 것인 줄 안다 대저 이런 식의 불쾌함이 들면, 나의 부족함을 채워 논리로서 꺾어 주리라는 비장함까지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경우에는 그러고 싶은 마음이 전연 없다 딴세상에서 딴꿈을 꾸고 있는 한 소피스트와 논쟁할 만큼 내 코가 짤막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나비효과와 같은 것은 세상을 움직이는 주력일 수 없다 그러한 혼돈 속의 가능성을 가장 혁신적이라 믿고 매달리는 것이야말로 차라리 소모적인 자세라 생각한다 적어도 현재로서는, 여기까지가 최선의 판단이라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