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년휴가를 14박 15일로 나왔더랬지...
일이 너무 많아서 남들처럼 상병휴가로 15일을 낼 수가 없었거든
덕분에 예정된 날보다 일찌감치
사회로 복귀하여 잘 적응해 가고 있었다고 생각했었는데
15일동안 덥수룩해진 머리를 하고 와서 전역하던 날
나를 돌아보게 했던 위병소 옆 높은 담벼락은
일병이 되어서야 어렵사리 백일휴가를 나오던 날보다
더 서글프게 서있었다
그래서였을까
말년휴가를 앞두고
부대 안을 돌면서 사진을 찍을 때,
나는 그렇게도 경건했었다
대학 졸업할 때에도 아무렇지 않았었는데
하루에 몇번씩 감옥이라 생각되었던 군대를 나올 때엔
멀어지는 쫄다구들의 고향의 봄 노래가 마치 올드랭싸인처럼
눈시울을 적셨었다
참, 이상했다
* 사진 설명 : 군수과장님 책상 옆에서 오렌지복을 입은 쫄다구 김병장과 야상으로 오렌지를 위장한 초말년의 이병장
오렌지... 참 편한 옷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