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물도를 떠나 통영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하니 오후 2시
통영의 소문난 먹거리라는 시락국(?)을 점심으로 먹을까 했으나
육지에 발을 디디니 배도 별로 안 고프거니와 소화불량의 기운이 슬슬 느껴져서
곧장 미륵산 케이블카를 향했다
물론 그 또한 지난 밤 통영항에 나갔을 때에 옆의 아줌마들이 하는 말을 듣고 결정한 코스였다
관광지도를 보던 아줌마 중 한 분 왈,
"미륵산이 어디지? 거기는 꼭 가보라고 하던데..."
입장권 파는 곳 옆에 포토존이라며 마련된 공간이 있기에 거기 서서 한 컷 찍었다
중국에서 겪었던, 최소한의 안전장치만 붙어있던, 웅장살벌한 케이블카가 떠올랐다
입장권 매표소 옆에는 수협 위탁인 것으로 보이는 가게들이 몇 있다
마침 내가 좋아하는 어묵이 있길래 먹어보았는데, 세 개만 먹어도 배가 부를만큼 푸짐했다
주인 아저씨가 "이천 원만 주이소" 라고 한 걸 보니, 원래는 하나에 천 원인 듯했다
어묵가게 옆에는 각종 통영 특산물을 팔고 있었고, 특히 아이스박스에 담긴 통영생굴 가게 앞에 사람이 많았다
문득 엄마 생각이 나서, 배송도 되느냐고 물으니 다음 날 도착한다고 하여, 한 통 쐈다
값이 싸기에 또 보낼 곳이 있을 지 생각해봤으나, 어째 굴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나 혼자 사는 사람들만 떠오르더라
4인승 케이블카에 홀로 탔다
다른 사람들과 머릿수를 맞춰서 구겨넣지 않는 안내원이 참 고마웠다
혼자 타지만 외롭지 않아 외롭지 않아 외롭지 않아 외롭지 않아
느릿느릿 올라가는 동안 통영시가지가 점점 멀어진다
케이블카 안에서는 카메라 뷰파인더를 못 보는 채로 사진을 찍어야 한다
작은 창문을 열고 그 사이에 카메라를 넣어서 마구 눌러대야 한다
유심히 보면
도시의 크기에 비해 꽤 번화한 느낌이 난다
아마도 저 멋진 항구 때문이겠지
주욱 당겨서 한 컷
뚜껑이 없는 케이블카라면 얼마나 시원했을까
아! 혹시 중국의 살벌했던 케이블카에는 일부러 의자만 달아놓았던 것인가? ㅎㅎ
반대편에는 내려가는 케이블카들
바다 쪽으로 시선을 돌려본다
중간중간에 이런 녹색의 기둥들이 케이블을 받치고 서있다
요렇게 좁은 창틈에 카메라를 집어넣고 찍는 것이다
이쯤에서 보니 '한국의 나폴리'라는 말이 그럴싸하다는 생각도 든다
전날 통영항에 도착했을 때에는 그냥 여느 중소도시 항구와 크게 다르단 느낌이 안 들었었거든
케이블카의 종착점인 전망대에 올라서면 한려수도가 눈 앞에 펼쳐진다
저기는 어딜까?
마을 참 예쁘다
망원경이 있는 전망대에서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또 하나의 전망대가 있다
아래보다 약간 높기는 하지만, 거기서 보나 여기서 보나 광경은 비슷하다
저 섬들의 맨 뒤에 대마도도 있다고 하는데, 확인할 길은 없다
전망대에 올라오니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는 커플들을 만나게 된다
위험한 자세로 난간에 기대어 열심히 찍어주고, 굳이 건내는 음료수는 거절하는,
나는 쿨가이 여행자였다
더 이상은 올라가지 말라는구나
산봉우리 쪽으로 고개를 쳐들면 또 다른 전망대가 보인다
"한산대첩 전망대"
충무공께서도 저기 쯤에서 긴 칼 옆에 차고 작계를 짜셨을라나?
소매물도에서 종아리를 혹사시킨 나는 그냥 여기까지만 만족하고 내려가련다
내려갈 때에는 오른쪽의 약간 큰 창문을 이용할 수 있어서 한결 좋았다
내려갈 때에도 역시 혼자 타고 내려갔다
그런데 타기 전에 안내원이 남1+여2로 온 내 뒤의 사람들에게 함께 타지 않을 거냐고 물었었다
내가 코 앞에 서 있는데도 뒤의 세 사람 중 커플로 보이는 바퀴 한 쌍이 나머지 친구에게 앞 사람(나)과 먼저 내려가라며 낄낄대는 것을
안내원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끽해야 대학 1~2학생생 쯤으로 보이던데, 어린 노무 꼬맹이들이!
"아니오, 혼자 타는 게 좋습니다" 라고 말해놓고선
아무래도 겉멋 부린다는 생각이 들어서, 곧장
"사진 찍으면서 갈 거라서 불편하실 거에요..." 라며 말꼬리를 흐려버렸다. 못난 놈
케이블카 내부에는 전면과 후면에 작게 뚫린 여닫이 창문 말고도
꽤 큼직한 미닫이 창문이 좌우로 붙어 있다
케이블카의 내부는 이렇다
뜬금없이 끝.
다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