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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습구나
2002.06.23 15:56

[패러디소설] 2002년 히생전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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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생은 화란(和蘭)국에 살았다. 곧장 유랍(流拉)에 도착하여, 풍차쪽으로 가면 오래 된 구라운도(口羅運徒)가 있고, 구라운도를 향하여 골대문(骨大門)이 열렸는데, 두어 칸의 반치(反致)는 비바람을 막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히생은 축구 보기만을 좋아하고, 그의 처가 남의 바느질 품을 팔아서 입에 풀칠을 했다. 하루는 그 처가 몹시 배가 고파서 울음 섞인 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나이가 많아 이제 월두겁(月斗劫)에 나가지 않으니, 축구공부는 해 무엇합니까?"
히생은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아직 축구전략을 익숙히 하지 못하였소."
"그럼 축구 중계 만담 일이라도 못 하시나요?"
"축구 중계 만담 일은 본래 배우지 않았는 걸 어떻게 하겠소?"
"그럼 유니품(有尼品) 장사는 못 하시나요?"
"장사는 밑천이 없는 걸 어떻게 하겠소?"
처는 왈칵 성을 내며 소리쳤다.
"밤낮으로 비디오로 적 전술분석만 하더니 기껏 '어떻게 하겠소?' 소리만 배웠단 말씀이오? 축구 중계 만담도 못한다. 유니품 장사도 못 한다면, 도둑질이라도 못 하시나요?"
히생은 읽던 책을 덮어 놓고 일어나면서,
"아깝다. 내가 당초 십 년공부를 기약했는데, 이제 칠 년일걸……."
하고 휙 문 밖으로 나가 버렸다.
히생은 거리에 서로 알 만한 사람이 없었다. 바로 피파(彼坡)로 나가서 시중의 사람을 붙들고 물었다.
"어떤 국가대표가 요즘 가장 약하오?“
정씨(鄭氏)를 말해 주는 이가 있어서, 히생이 곧 정씨의 집을 찾아갔다. 히생은 정씨를 대하여 길에 읍(揖)하고 말했다.
"내가 무얼 좀 해 보려고 하니, 감독을 시켜주시기 바랍니다.“
정씨는
"그러시오."
하고 당장 감독직을 내주었다. 히생은 감사하다는 인사도 없이 가 버렸다. 정씨 집의 식객인 축구 평론가와 남비언론(濫費言論)이 히생을 보니 진짜 거지였다. 피보노보(皮保盧保)의 실이 빠져 너덜너덜하고, 축구신의 뒷굽이 자빠졌으며, 쭈그러진 모자에 허름한 유니품을 걸치고, 코에서 맑은 콧물이 흘렀다. 히생이 나가자, 모두를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저이를 아시나요?"
"모르지."
"아니, 이제 하루 아침에, 평생 누군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감독직을 그냥 던져 버리고 1승 달성 가능성도 묻지 않으시다니, 대체 무슨 영문인가요?"
정씨가 말하는 것이었다.
"이건 너희 축구 평론가나 수구언론 따위가 알 바 아니다. 대체로 남에게 무엇을 빌리러 오는 사람은 으레 자기 뜻을 대단히 선전하고, 신용을 자랑하면서도 비굴한 빛이 얼굴에 나타나고, 말은 중언부언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저 객은 형색은 허술하지만, 말이 간단하고, 눈을 오만하게 뜨며,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이 없는 것으로 보아, 재물이 없어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해 보겠다는 일이 작은 일이 아닐 것이매, 나 또한 그를 시험해 보려는 것이다. 안 주면 모르되, 이왕 감독직을 주는 바에 고작 1승따위는 물어 무엇을 하겠는냐?"
히생은 감독직을 입수하자, 다시 자기 집에 들르지도 않고 바로 파주 투래이니잉 세애타(鬪來二尼仍 勢厓打)로 내려갔다. 파주는 국내, 국외 선수들이 마주치는 곳이요, 아마와 프로의 길목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히생은 차두리, 박지성, 송종국 등의 신인선수를 모조리 두 배의 값으로 사들였다. 히생이 좋은 신인선수들을 몽땅 쓸었기 때문에 온 나라가 프로 축구나 아마 축구도 못 할 형편에 이르렀다. 얼마 안 가서, 히생에게 두 배의 값으로 신인선수를 넘겼던 구단들이 도리어 열 배의 값을 주고 사 가게 되었다. 히생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신인선수들로 온갖 리그를 좌우했으니, 이 나라의 축구 형편을 알 만하구나."
그는 다시 유상철,황선홍,안정환,설기현 등을 데리고 제주도(濟州島)에 건너가서 체력훈련을 준비하면서 말했다.
"몇 일이 지나면 온 나라 사람들이 입을 옷이 없게 될 것이다.“
히생이 이렇게 말하고 얼마 안 가서 과연 비다내주(費多內主) 값이 열 배로 뛰어올랐다. 히생은 박항서 고치(考治)를 만나 물었다.
"바다 밖에 혹시 경기장을 할만한 빈 섬이 없던가?"
"있습지요. 언젠가 풍파를 만나 서쪽으로 줄곧 사흘 동안을 흘러가서 어떤 빈 섬에 닿았습지요. 푸른 잔디를 짧게 깍고 습도와 온도가 적당하여 구라운도(口羅運徒)가 최적의 상태요. 관중석과 경기장이 가까운 전용구장입니다.”
그는 대단히 기뻐하며,
"자네가 만약 나를 그 곳에 데려다 준다면 함께 부귀를 누릴 걸세."
라고 말하니, 사공이 그러기로 승낙을 했다.
드디어 바람을 타고 동남쪽으로 가서 그 섬에 이르렀다. 히생은 높은 곳에 올라가서 사방을 둘러보고 실망하여 말했다.
"땅이 천 리도 못 되니 어찌 여기서 태양계겁 우승까지 도모하겠는가? 다만 토지가 비옥하고 물이 좋으니 단지 월드겁 우승은 너끈히 될 수 있겠구나."
"텅 빈 경기장에 응원할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는데, 대체 누구와 더불어 우승을 하신단 말씀이오?"
박 고치의 말이었다.
"공(求)이 있으면 사람이 절로 모인다네. 공이 없을까 두렵지, 사람이 없는 것이야 근심할 것이 있겠나?"

이 때, 월두겁을 앞두고 길거리에 사천칠백만의 불근악마(不勤岳馬)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각 지방에서 인타넷 접속으로 표를 구하려 하였으나, 표를 얻지 못하였고, 불근악마들도 감히 나가 활동을 못해서 배고프고 곤란한 판이었다. 히생이 몸소 응원단의 본거지를 찾아가서 달래었다.
"카드섹션 천장을 천명이 한 장씩 나눠서 하면 하나 앞에 몇장이나 돌아가지요?“
"일 인당 한 장이지요."
"모두 입장권은 받았소?“
"못 받았소."
"타사추는 있소?"
응원단들은 어이없어 웃었다.
"입장권도 있고, 타사추도 있는 놈이 무엇 때문에 길거리 응원을 한단 말이요?“
"정말 그렇다면, 왜 야외 화장실도 있고, 초대형 전광판에, 가수 공연도 하는 시원한 곳에 함께 모여 응원하지 않는가? 그럼 고리건 소리도 듣지 않고, 보고 싶은 축구를 보면서 즐거움이 있을 것이요, 돌아다녀도 다리 아프지 않고 편히 볼텐데.“
"아니, 왜 바라지 않겠소? 다만 비다내주 - 타사추(打絲追)와 마후라(麻侯羅)가 없어서 못 할 뿐이지요."
히생은 웃으며 말했다.
"축구응원을 하면서 어찌 돈을 걱정할까? 내가 능히 당신들을 위해서 마련할 수 있소. 내일 바다에 나와 보오. 붉은 깃발을 단 것이 모두 타사추를 실은 배이니, 마음대로 가져가구려."

히생이 길거리 응원단과 언약하고 내려가자, 응원단들은 모두 그를 미친 놈이라고 비웃었다. 이튿날, 일행들이 바닷가에 나가 보았더니, 과연 히생이 삼십만장의 타사추를 싣고 온 것이었다. 모두들 대경(大驚)해서 히생 앞에 줄지어 절했다.
"오직 감독의 명령을 따르겠소이다."
"너희들, 힘껏 짊어지고 가거라."
이에, 군도들이 다투어 짊어졌으나, 한 사람이 백 벌 이상을 지지 못했다.
"너희들, 힘이 한껏 백 벌도 못 지면서 여기서야 무슨 응원을 하겠느냐? 인제 너희들이 야구장에 들어가려 하여도, 이름이 붉은악마 회원에 가입되었으니, 갈 곳이 없다. 내가 여기서 너희들을 기다릴 것이니, 한 사람이 태극기 한 장, 쓰레기 봉투 한 장을 가지고 오너라.“
히생의 말에 군도들은 모두 좋다고 흩어져 갔다.

히생은 몸소 사천만이 응원할 응원도구를 준비하고 기다렸다. 군도들이 빠짐없이 모두 돌아왔다. 드디어 다들 데리고 그 빈 섬으로 들어갔다. 히생이 응원단을 몽땅 쓸어 가서 그덕에 그 말많은 정치권도 조용했졌다. 그들은 나무를 베어 경기장을 고쳐짓고, 대(竹)를 엮어 골대를 만들었다. 땅기운이 온전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체력과 기술이 증대되어, 한 경기 뛰고 세경기를 쉬지 않아도 해두투익(解頭投益)은 기본으로 했다. 3 경기 평가전으로 자신감을 비축하고, 나머지는 월두겁 고리아-재판(在判) 대회에 나아가 모두 이겼다. 재판이라는 곳은 흉년이 들어 이번 대회에서 간신히 십육강에 올랐다. 그러나 히생은 끝내 대업을 이루고 상금 백만 냥을 얻게 되었다.

히생이 탄식하면서,
"이제 나의 조그만 시험이 끝났구나."
하고 이에 선수들과 사천칠백만 응원단을 모아 놓고 말했다.
"내가 처음에 너희들과 이 섬에 들어올 때엔 먼저 체력훈련을 보강을 한 뒤에야, 조직력을 강화하고, 마침내 대업을 이루려 했다. 드디어 그것을 이루었으니, 나는 이제 여기를 떠나련다. 다만, 아이들을 낳거들랑 오른발에 피보노보(皮保盧保)를 주고, 하루라도 먼저 난 사람이 주장을 맡도록 양보케 하여라."

그 섬의 배인 신문선(新文船)을 모조리 불사르면서,
"가지 않으면 오는 이도 없으렷다."
하고 남비언론을 바다 가운데 던지며,
"바다가 마르면 주워 갈 사람이 있겠지. 수구 같은 남비언론은 우리 나라에도 용납할 곳이 없거늘, 하물며 이런 작은 섬에서랴 !"
했다. 그리고 축구 평론가라 하는 자들을 골라 모조리 함께 배에 태우면서,
"이 섬에 화근을 없애야 되지."
했다.
히생은 나라 안을 두루 돌아다니며 가난하고 체력이 약한 축구선수들을 구제했다. 그러고도 월두겁 상금이 십만 냥이 남았다.
"이건 정씨에게 갚을 것이다."
히생이 가서 정씨를 보고
"나를 알아보시겠소?"
하고 묻자, 정씨는 놀라 말했다.
"그대의 안색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으니, 혹시 십육강을 실패 하지 않았소?"

히생이 웃으며,
"겨우 십육강에 연연해 배수투 일내분(配水鬪 日內分)을 조기 확정하라고 설치는 것은 당신들 일이오. 감독이 어찌 체질개선을 무시하겠소?”
하고, 우승상금 십만 냥을 정씨에게 내놓았다.
"내가 하루 아침의 주림을 견디지 못하고 축구공부를 중도에 폐하고 말았으니, 당신에게 감독직을 청했던 것이 부끄럽소."
정씨는 대경해서 일어나 절하여 사양하고, 귀화조치(歸和措置) 하겠다고 했다. 히생이 잔뜩 역정을 내어,
"당신은 나를 말루토노비치(末婁兎努卑侈)로 보는가?"
하고는 소매를 뿌리치고 가 버렸다.
정씨는 가만히 그의 뒤를 따라가서 히생이 조그만 초가로 들어가는 것이 멀리서 보았다. 한 늙은 할미가 우물 터에서 빨래하는 것을 보고 정씨가 말을 걸었다.
"저 조그만 초가가 누구의 집이오?"
"히 생원 댁입지요. 가난한 형편에 축구공부만 좋아허더니, 하루 아침에 집을 나가서 500일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으시고, 시방 부인이 혼자 사는데, 집을 나간 날로부터 애가 애글먼 저금먼해서 그만 얼굴까지 검게 변했지요.“
정씨는 비로소 그의 성이 히씨라는 것을 알고, 탄식하며 돌아갔다.이튿날, 정씨는 받은 돈을 모두 가지고 그 집을 찾아가서 돌려 주려 했으나, 히생은 받지 않고 거절하였다.
"내가 부자가 되고 싶었다면 유랍구단(有拉九團)으로 갔지, 이곳으로 왔겠소? 이제부터는 당신의 도움으로 살아가겠소. 당신은 가끔 나를 와서 보고 양식이나 떨어지지 않고 비다내주 옷이나 입도록 하여 주오. 일생을 그러면 족하지요. 왜 재물 때문에 정신을 괴롭힐 것이오?"
정씨가 히생을 여러 가지로 권유하였으나, 끝끝내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정씨는 그 때부터 히생의 집에 양식이나 옷이 떨어질 때쯤 되면 몸소 찾아가 도와 주었다. 히생은 그것을 흔연히 받아들였으나, 혹 많이 가지고 가면 좋지 않은 기색으로,
"나에게 재앙을 갖다 맡기면 어찌하오?"
하였고, 혹 와인병을 들고 찾아가면 아주 반가워하며 서로 술잔을 기울여 취하도록 마시며 축구 이야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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