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배경음악 연주기를 정지하세요* 이 글은 지난 2002년 겨울에 다른 홈페이지에 올렸던 것입니다 최치원에 대한 글을 보는데 문득 생각이 나길래 가서 되퍼왔습니다 '내 마음을 움직인 한시'라는 주제로 스스로 하나씩 소개하는 것이었는데 저는 '自慰의 노래 - 秋夜雨中'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를 했었습니다 [秋 夜 雨 中] (가을 밤, 비는 내리고...) - 崔致遠 秋 風 唯 苦 吟 (가을 바람에 젖어 우울하게 읊조리노라니) 擧 世 少 知 音 (온세상을 뒤져봐도 날 알아주는 이 있을까) 窓 外 三 更 雨 (창 밖은 깊은 밤, 비마져 내리는데) 燈 前 萬 里 心 (등불 앞에 선 마음은 어느새 또 만리를 내닿는구나) 너무도 유명한 최치원의 한시 추야우중입니다 이번 이벤트의 주제와 꼭 맞는, '내 마음을 움직인 한시'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말하자면 제게 있어 가장 feel이 잘 오는 한시라고 하겠습니다 ^^ 읽고 난 후에 마음이 동하였던 것으로 치자면 오히려 최치원의 '江南女'가 그러했던 것 같습니다 이 시는 아시다시피 최치원이 말년에 가야산에서 은거할 적에 지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후세에서는 그를 두고 동국문종이라 칭하였고, 지금도 수많은 연구자들이 이 사람 덕에 밥을 먹는다는... 그 문학사적 업적은 비길 데가 없는 한국 한문학의 비조이지만 당나라에서의 유학생활과 신라에서의 왕따생활로 인해 개인으로서의 최치원은 대단한 고뇌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내가 못나서 그르친 일이 훨씬 많지만, 그래도 한 번씩 큼지막한 상실감이나 회의가 들어 우울해 질 때면 최치원이 그랬던 것처럼 나를 알아주지 못하는 세상을 탓하면서 슬퍼하는 제 자신을 위로하기도 합니다 물론 저야 최치원처럼 내세울만한 것을 갖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런 것들은 다 문학도라고 하는 환상적인 간판으로 과장이 되지 않겠습니까... 하하 왕따이기에 지금은 우울하지만 나에게는 그만한 신념이 있다... 이렇게 어설픈 오기같은 것이 발동하거나 하면 꼭 이 시가 떠오르곤 합니다. 역사에 이름을 깊이 새긴 사람들의 상당수는 지극한 당대의 왕따들이 아니었던가요... 말하자면, 나는 세상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하며 지친 자신을 달래고 싶을 때에 제 마음을 알아주는 시라고 하겠습니다 함께 틀어드린 노래는 '희망가'입니다 아주 오래된 노래인데, 이것은 들국화의 리바이벌 버젼입니다 올해 봄 전주에서 열린 판소리학회에 갔을 적에, 탬버린을 쳐달라는 의뢰를 받고 썰렁하던 노래방에 긴급투입되었었는데 그곳에서 세 분의 교수님들께서 합창하시던 그 노래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최치원의 한시를 접했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고나 할까요 그 후로는 꼭 빼먹지 않는 제 노래방 레퍼토리에 추가가 되었습니다 두 작품의 느낌이 다소 다른 것으로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제게는 가장 궁합좋은 작품들입니다 쏘주 생각 절로 난다는...
나 자신을 뒤돌아보게 하는것 같어....음~~
나두 자주 들어야겠네...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