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에 베스트극장이라는 단편 드라마 프로그램이 있다
드라마 꽤나 보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프로그램, 웬만한 영화보다 낫다는 평의 작품들이 여러 편 방영되었던 그 프로그램이지
지난 주였던가 지지난 주였던가,
무심코 채널을 돌리다가 아주 낯선 드라마를 만나게 되었다
남자 주인공이 아주 익숙한 배우였기 때문에 요즘 방영중인 연속극이 아니란 걸 알았고, 화면의 느낌상 MBC, 그렇다면 베스트극장일 것이었다. 그랬다
그 때부터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잠자코 보고 앉아 있었던 주된 이유는, 퍽 새로운 소재, 아니 놀랄 만한 소재였기 때문이었다
책비(冊婢), 즉 필사본 혹은 세책본을 읽어주는 계집종과 그 주변의 몇 가지 사건으로 이루어진 작품이었다
베스트극장의 성격상 신선한 이야기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것이지만,
저러한 소재를 과연 어떻게 대본화하였을지 무척 궁금했다
책비라든지, 책 읽어주는 문화라든지 하는 것은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대략적인 정황은 파악하되 구체적으로 정리된 결과물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 때 뭘 하나 써보겠다고 나도 매달렸던 적이 있었던 것이다
작품의 완성도가 높은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신선한 소재와 그것을 드라마로 만들어낸 그 작가가 궁금해졌다
문화콘텐츠 개발이라는 거품 아닌 거품이 아직도 보글거리고 있는 이 시점에,
저것은 분명 주목할 만한 시도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작금의 문화콘텐츠 사업이란 것이 애초부터 일정 정도 오리무중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거기에 한 번이라도 발을 담궈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어느 정도의 탄사를 뱉을 만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질의 문제는 따지지 않아도 좋다. 그 자체만으로도 희망적이라 부를 수 있을 수 있을 수 있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게 문화콘텐츠 사업의 아킬레스건이다. 아킬레스건은 몹시 강하면서도 몹시 약하지...
그런데 얼마 후
인터뷰 형식의 프로그램에 요즘 잘 나가는 인터넷 만화가 강풀(강도영)이 나왔다
강풀은 요컨대, 그림 자체에 있어서는 정통파도 실력파도 아니지만, 스토리와 근성에 있어서는 누구 못지 않은 신세대 만화가이다
그런 그가 이런 말을 했다
"저의 장편 만화 다섯 편이 모두 영화화되거나 그러기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만화가 영화화되었기 때문에 그 만화가가 성공한 만화가라고 하는 말들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정확하진 않으나 대략 이렇게 말했던 것 같다
만화가 영화의 하위 영역에 속하는 것이 아님은, 만화가가 아닌 나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인데,
왜 나는 저 말에 잠깐동안 대략 멍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나 뿐일까? 만화가 혹은 만화가 지망생 중에서도 뒤통수 한 대 얻어맞은 사람들 제법 있었으리라
다른 사람도 아닌, '성공한 만화가'의 입에서 나온 소리가 아니던가...
베스트극장을 보면서 그 작가를, 혹은 그 작가에게 소스를 제공한 그 누군가를 (자존심이 허락하는 정도의 아주 약간이었지만) 부러워했던 내 자신이 우스웠다
내가 공부하는 것이, 나의 관심사가, 아니 내가 좋아서 찾아다니는 것들을,
굳이 어떠한 형태로 형상화해야만 하는 것인가?
그런 부담은, 그런 당위는, 그런 목표는,
재미없지, 암!
달을 보자
탐스런 달을 놔두고, 누군가에게는 폭력적일 수밖에 없는 손가락의 끝을 뭐가 좋다고 쳐다보고 있는가
드라마 꽤나 보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프로그램, 웬만한 영화보다 낫다는 평의 작품들이 여러 편 방영되었던 그 프로그램이지
지난 주였던가 지지난 주였던가,
무심코 채널을 돌리다가 아주 낯선 드라마를 만나게 되었다
남자 주인공이 아주 익숙한 배우였기 때문에 요즘 방영중인 연속극이 아니란 걸 알았고, 화면의 느낌상 MBC, 그렇다면 베스트극장일 것이었다. 그랬다
그 때부터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잠자코 보고 앉아 있었던 주된 이유는, 퍽 새로운 소재, 아니 놀랄 만한 소재였기 때문이었다
책비(冊婢), 즉 필사본 혹은 세책본을 읽어주는 계집종과 그 주변의 몇 가지 사건으로 이루어진 작품이었다
베스트극장의 성격상 신선한 이야기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것이지만,
저러한 소재를 과연 어떻게 대본화하였을지 무척 궁금했다
책비라든지, 책 읽어주는 문화라든지 하는 것은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대략적인 정황은 파악하되 구체적으로 정리된 결과물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 때 뭘 하나 써보겠다고 나도 매달렸던 적이 있었던 것이다
작품의 완성도가 높은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신선한 소재와 그것을 드라마로 만들어낸 그 작가가 궁금해졌다
문화콘텐츠 개발이라는 거품 아닌 거품이 아직도 보글거리고 있는 이 시점에,
저것은 분명 주목할 만한 시도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작금의 문화콘텐츠 사업이란 것이 애초부터 일정 정도 오리무중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거기에 한 번이라도 발을 담궈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어느 정도의 탄사를 뱉을 만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질의 문제는 따지지 않아도 좋다. 그 자체만으로도 희망적이라 부를 수 있을 수 있을 수 있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게 문화콘텐츠 사업의 아킬레스건이다. 아킬레스건은 몹시 강하면서도 몹시 약하지...
그런데 얼마 후
인터뷰 형식의 프로그램에 요즘 잘 나가는 인터넷 만화가 강풀(강도영)이 나왔다
강풀은 요컨대, 그림 자체에 있어서는 정통파도 실력파도 아니지만, 스토리와 근성에 있어서는 누구 못지 않은 신세대 만화가이다
그런 그가 이런 말을 했다
"저의 장편 만화 다섯 편이 모두 영화화되거나 그러기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만화가 영화화되었기 때문에 그 만화가가 성공한 만화가라고 하는 말들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정확하진 않으나 대략 이렇게 말했던 것 같다
만화가 영화의 하위 영역에 속하는 것이 아님은, 만화가가 아닌 나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인데,
왜 나는 저 말에 잠깐동안 대략 멍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나 뿐일까? 만화가 혹은 만화가 지망생 중에서도 뒤통수 한 대 얻어맞은 사람들 제법 있었으리라
다른 사람도 아닌, '성공한 만화가'의 입에서 나온 소리가 아니던가...
베스트극장을 보면서 그 작가를, 혹은 그 작가에게 소스를 제공한 그 누군가를 (자존심이 허락하는 정도의 아주 약간이었지만) 부러워했던 내 자신이 우스웠다
내가 공부하는 것이, 나의 관심사가, 아니 내가 좋아서 찾아다니는 것들을,
굳이 어떠한 형태로 형상화해야만 하는 것인가?
그런 부담은, 그런 당위는, 그런 목표는,
재미없지, 암!
달을 보자
탐스런 달을 놔두고, 누군가에게는 폭력적일 수밖에 없는 손가락의 끝을 뭐가 좋다고 쳐다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