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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뚝이며 너무 오래 걸었나 보다

발바닥 마디마디 시퍼런 멍이 들고

접혔던 기억 하나가 도드라져 일어 선다



맨 처음 떠나온 게 오지의 숲이었나

구절초 오만하게 꽃잎 터트리는 날

불 지른 한 생의 끝에 달랑 남은  뿌리 하나



상처를 긁어내던 벼린 손 벼린 칼끝

무늬를 맞추면서 빗금을 궁글리며

비로소 완성에 이른 환한 창가에 섰다



낮게 흔들리다 부드러워지는 시간

내 안의 하얀 그늘이 고요처럼 깊어지고

지상의 한 모서리가 이명 같이 멀다


중앙 신인문학상   시조부문  수상

----강   정   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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