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정말 오랜만에 8데이즈라는 맥주집에 갔어요.
작년 쯤 하늘지기님과 갔던 기억이 나는데... 기억하세요?
참살이길 옆 2층에 있는..
작지만 약간 분위기 있고,
무엇보다 술집 주인이 좋았던 그 곳.
우리보다 나이는 많았지만, 동안이었고 얼굴 가득 수줍음이 있어서
귀엽다라는 생각까지 들기도 했지요. 게다가 술집 주인이 술도 잘 못 마시고...
전에 하늘지기님과 그곳에 갔을 때
저는 브라운아이즈 시디를, 하늘지기님은 좋은 곡을 골라서 시디로 구워 주겠다고 했던
약속이 기억납니다.
어제 막걸리집에서 막걸리 네 주전자나 퍼 마시고,
갑자기 그 형이 보고 싶어져서,
내가 틀어달라는 곡 반드시 틀어주는, 그리고 그 수줍은 동안이 보고 싶어져서
그 곳에 갔었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카운터에 그 형은 없고, 그 형과 무척 빼다 박은 분이 앉아 계시더군요.
동생 쯤 되나 보다... 싶어서
형 어디 가셨어요?라고 물었더니,
자기는 형제가 없다고 하더군요.
이야기를 들어본 즉. 그 수줍음을 달고 다니던 그 형은 작년 12월에 급성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술을 못 마셨기 때문에 술 때문이 아니고, 스트레스로... 그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 주인은 사촌이라고 하네요.
종종 저와 같이 그 형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어서 자주 묻는다고도...
네 주전자의 막걸리가 확 깨는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약속을 못 지켰는데, 혹시 하늘지기님은 시디 구워다 드렸는지...
오늘 빗소리와 함께 종일 그 형 얼굴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적잖은 미안함과 함께....
하늘은 부모불효 하는 놈과 국곡투식 하는 놈들은 안 데려가고
애먼 사람들만 데려가는 것 같은지...
아... 그런 일이 있었구나
나도 물론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사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갔었던 그 곳에서도 우리 사이에 불미스런 일이 있었잖니 (내가 핸드폰을 비틀었던)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