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를 감상하는 것이 처음이라 흐름에 따라가는 것이 어려웠으나 이전에 이본이나 문학을 통해서 줄거리를 접했기에 금방 익숙해졌다. 고수 이외에도 관객이 추임새를 넣거나, 소리꾼이 그를 자연스럽게 받아주고 자신의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등 언뜻 보기에 분위기의 맺고 끊음이 명확치 않아 보였다. 마치 관객들조차도 고수가 된 모양새였다. 그러나 이 또한 관중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판소리의 특성이 잘 드러난 것이라 생각하니 그리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
줄거리는 이본 중에서도 완판본에 기초를 두고 있었다. 장면 사이에 소리꾼이 인물의 심정을 대변하는 소리를 한두 마디씩 삽입하여 몰입에 도움을 주었다. 특히 인물의 심정 변화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하는 장단과 음역은 허공을 캔버스 삼아 물감을 흩뿌리는 양 하나의 예술 같았다. 특히 인당수에 들려는 심청을 두고 선인들이 제사를 올리는 장면과, 모든 맹인들이 일시에 눈을 뜨는 장면에는 모두 빠른 장단이 사용되었는데, 전자의 상황에서의 장단은 긴장을 고조시키는 역할, 후자의 상황에서는 흥겨움을 보다 강조하기 위한 역할을 하였다. 아는 것이 없어 심오한 감상에까지는 도달치 못한 점과 오디오와 화면이 잘 맞지 않은 것은 아쉬웠으나, 그와 별개로 목소리만으로 장면에 담긴 감정의 깊이를 느꼈던 것은 생경하고도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2015260034 안승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