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
어제 마신 술기운이 아직도 남았는지 조금은 맹한 상태이다.
출근길에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만개한 봄꽃들이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는데
나는 무덤덤하게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하며 사무실로 걸어들어왔다.
내가 시인이 맞기는한가?
내 사무실 자리에 앉으면
왼쪽에는 거대한 현대식 빌딩이 보이고 그 오른쪽에 하늘이 보인다.
어떤 날에는 푸른색 빛을 띄고, 어떤 날에는 잿빛을 띄운다.
또 어떤 날에는 비가 내리고, 또 어떤 날에는 눈이 내린다.
오늘은 잿빛 하늘이다. 마치 내 마음의 색깔을 닮은 것 같다.
내가 하는 일들은 모두 그럴싸한 주제를 갖고 있지만,
뭐 하나 분명한 비젼을 보이는 것이 없다. 답답하다.
나의 사생활도 엉망진창이었다.
“이었다”라는 과거형을 썼지만 현재도 좀 그러하다.
잃은 것이 있다면 얻는 것도 있다고 그랬던가?
엉망진창인 가운데에서도 나를 끔찍이 생각해주는 사람도 얻었다.
그러나 불안하다. 그가 나의 진면목을 깨닫고 실망감으로 언제 떠날지도 모른다.
정신차려야지......
순수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멀리 떠나간 라이너 마리아 릴케도 다시 불러 드리고 싶다.
그렇게 되기를 정말 바란다.
하늘이 점점 더 어두워진다. 망할 놈의 황사까지 한 몫을 하는가 보다.
오늘도 바쁜 하루가 기다리고 있다.
점심 때 원로 국악인과 즐겁지 못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어야하고,
서초구로 가서 공무원들과 또 즐겁지 못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성남으로 가 모 교수와 만나 공허한 주제로 술잔을 나누어야하겠지.....
오늘도 아내와 약속한 저녁 운동도 지키지 못하는구나.......젠장~!
아침 10시-혈압을 정상적으로 만드는 뉴스였습니다.
부소장님 마음웃기 하며 술 드세요.
힘드시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