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260136 정보경
영화에서 중심이 되는 인물은 유봉, 동호, 송화이다. 자신이 듣고 싶은 소리를 듣기위해 딸처럼 키운 송화의 눈을 멀게 한 유봉은 비정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서양의 음악이 들리자 소리에 재능을 보이지 않는 아들이 떠났을 때 눈 하나 깜빡 하지 않고 송화의 소리에만 신경을 쏟은 사람이다. 또한 죽기 전까지 ‘한’타령만 하며 지극히 소리꾼의 면모만 보여주고 있다. 이 모습은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하며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서양의 음악에 굴하지 않고 판소리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유봉의 모습은 현재 우리의 소리를 잊고 빠른 비트에 익숙해진 나를 반성하게 만들었다. 그가 한 행동은 다분히 극단적이었지만 소리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동호가 그 당시 그리고 현재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고 생각한다. 동호는 판소리에 커다란 미련이 없는 인물이다. 어려서부터 들어왔고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함께 생활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북이라서 친 것이지 판소리를 아끼거나 공부하고자 모습은 비춰지지 않는다. 이는 판소리라는 것이 무엇인지만 알지, 자세히 알려고 하지 않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 이런 인물이 후에는 누나를 찾으러 다닌다. 어렸을 때 헤어진 누나를 찾는 것이 왠지 서양 음악에 익숙해진 우리지만 결국엔 다시 판소리를 찾길 바라는 하나의 메신저처럼 느껴졌다.
눈이 멀기 전까지의 송화는 답답하기만 했다. 술을 따르라고 해서 따랐고 마시라고 해서 마셨다. 이에 유봉은 그녀의 뺨을 때렸다. 또한 밤을 새워가면서 소리를 연습시키는 등 아버지로서의 면모는 보이지 않는데 소리를 할 때 좋다면서 송화는 웃는다. 그러나 동생을 잃고 눈이 먼 후 송화는 달라졌다. 오로지 소리만 생각하며 연습하고 또 연습한다. 나는 이 모습이 아버지를 용서한 것이 아니라 아버지를 버리고 스승님을 얻은 것처럼 느껴졌다. 유봉을 소리 선생님으로 생각하며 배우고 발전하는 송화는 아버지와 동생 사이에서 가만히 있던 소녀가 아니었다. 명창으로 가는 길을 걷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스승님의 유언대로 한을 넘어서는 소리를 하기 위해 한을 쌓고 있는 중이었다.
서로 다른 세사람이 고개를 넘으며 아리랑을 부른 순간은 아름다웠다. 가난도 생각하지 않고 서양음악에 묻힌 현실도 잊혀질 만큼 그 들의 자유로움은 보는 동안 미소가 떠나지 않게 만들었다. 그리고 판소리를 제대로 들어보지 못한 나는 처음으로 ‘판소리가 정말 좋은 음악이구나’ 라고 생각하였다. 서편제는 멀어져만 가는, 소위 죽음 음악이라고 불리는 판소리에 대한 환기와 현재 우리를 돌아보게 만드는 좋은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