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편제 후기
2012260074 신 다 영
서편제는 유봉의 소리에 대한 집착이 전체적인 내용을 이끈다. 유봉은 자신의 욕심을 송화에게 푼 것은 아닐까. 그는 수제자로 칭송받다가 여자와 정분이 나서 소리 공부도 못하고 가정을 꾸린다. 하지만 자신의 소리 공부를 버리고 만난 여자는 아이를 낳다가 죽고 만다. 그 뒤 그는 아이들의 소리 공부에 집착하기 시작한다. 더욱이 자신과 공부하던 이는 큰 인기를 누리며 공연을 한다. 수제자의 칭호는 그에게 넘어간 지 오래였다. 유봉에게 소리는 단순히 예술가로서의 숙명, 그 이상이었을 것이다. 매일 끼니를 걱정해야하는 구질구질한 상황 속에도 소리를 놓지 못하는 것은 그의 촉망받던 젊은 날에 대한 미련과 집착, 그리고 최고의 소리꾼을 만들어 자신 역시 최고의 스승이 되고자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그의 욕망은 예술가의 마인드를 넘어 집착과 미련이 덕지덕지 붙은 야욕에 이르고 만다.
한편, 송화는 왜 유봉을 떠나지 않았을까. 그의 누이는 짐 한보따리만 들고 떠났는데 말이다. 사실 송화가 떠나지 못한 것은 어쩌면 살림 하나 제대로 꾸리지 못하는 아버지에게 의지하고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송화는 어릴 적부터 유봉이 거두어 먹여 살렸고, 괴팍하기는 했지만 소리를 잘하는 송화에게 지극 정성이었다. 막무가내로 소리를 강요하면서도 그녀의 재능을 인정했다. 소리를 팔고 다니며 관중들의 호응을 받는다.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녀의 소리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주는 아버지는 떠돌이 광대 시절을 겪은 유봉이었다. 유봉은 어디를 가든 주눅 들지 않고 어떤 일이든 해냈고, 일을 못해도 근근이 입에 풀칠하며 아이들을 먹여 살렸다. 그런 유봉의 모습이 어쩌면 괴팍하면서도 송화에겐 의지가 되는 아버지였을지 모른다. 그런 그녀였기에 눈을 멀게 하고도 아버지를 미워할 수 없었다.
송화와 달리, 떠난 송화의 누이 동호는 소리에 집착하는 아버지에게 소리로써 인정받지 못했으므로 소리에 집착하는 가족(단체) 내에서 존재의 중요성을 여실히 느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남성이었기 때문에 송화와 비교하여 혼자서도 세상을 살아갈 능력이 있었다. 그러니 굳이 주정뱅이 아버지 밑에 남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대는 변했고, 유봉이 바라던 판소리가 판을 치는 세상은 오지 않았다. 길거리에서 목청 높여 소리를 불러보아도 지나가는 길거리 악사들에게 모든 관심을 빼앗긴다. 송화는 한을 다치지 않기 위해 누이와의 재회도 짤막하게 마무리하였지만, 소리를 찾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들의 노력이 무색하게 판소리가 판을 치는 세상은 볼 수 없었다. 송화는 역마살이 낀 것처럼 이리저리 옮겨 다니지만 더 좋은 곳으로 옮겨가는 것도 아니다. 예술가의 삶은 어찌 아름답지 못했을까. 아니, 소리와 평생을 부대끼며 살아온 소리꾼 송화의 삶을 과연 불행하다 할 수 있을까, 조금 망설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