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복사저포기
우선 주인공의 배포의 크기에 비해 시덥잖은 결말이 마음에 차지 않았다. 부처님을 상대로 저포놀이를 하여 여인을 달라고 요구할 만큼의 배포를 가진 자가 단지 여인을 잃었다는 이유로 뒤늦게 장가들지 않고 홀연히 사라졌다는 대목에서 느꼈다. 지고지순함을 표현하기 위해 열린 결말을 이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주인공의 사랑은 와닿지 않고 오히려 이야기의 맥락이 끊긴 듯한 생각이 들었다.
이생규장전
절개와 지조를 중요시한 가슴아픈 사랑이야기이다. 현대에 와서 옅어진 관념이긴 하지만 절개와 지조를 지키는 일은 언제나 칭송받아
왔다. 그 점에서 최랑의 행동은, 혹자에게는 미련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 있어 '그럴 수 밖에 없는' 선택이었다고 본다. 최랑을 발견하고 억장이 무너졌을 이생의 뼈아픈 감정과 사랑하는 이를 두고 죽음을 택할 수 밖에 없는 최랑의 상황이 가슴절절히 와닿았다. 이 둘의
사랑을 발전시킨 시들도 한 수 한 수 빼놓지 않고 주옥같아서 여러모로 남는 것이 많은 이야기었다.